"미래는 창의력 경쟁, 학교문화가 바뀌어야"
다양한 ''교내 대회'' 신설, 학생 포트폴리오 구성 지원
학생이 교사 선택해 수업드는 ''수준별 방과후 교실''
* 공교육과 학교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학교장의 운영에 대한 철학과 방식은 해당학교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난다. 내일신문은 전북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장들의 생각과 고민을 듣는 지면을 마련했다.
전주시 송천동 전라고등학교 서정모(56·사진) 교장은 인터넷을 활용해 학교의 이모저모를 소개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를 학교 홈페이지(www.jeolla.hs.kr)를 통해 공개하고 부모들에게 알린다. 학부모인 아빠 20명을 초청, 아빠와 함께하는 1박2일 여행을 다녀온 뒤 현장 사진과 내용을 꼼꼼히 올려놨다. 학부모들도 수시로 홈페이지로 드나들면서 자녀의 학교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전라고 출신으로 모교 교장에 올 3월에 부임한 서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삶의 목표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긴데 얼마나 충격적입니까. 집에는 가훈이 있고 학교에는 교훈이 있듯 학생 자신에겐 자신의 뭐가 있어야 하는데…. 안타까웠죠"
창의력 발휘하도록 학교문화 바꿔줘야
서 교장은 우선 학생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지금 대학 입시에서 62%가 수시입학 전형입니다. 학교에서 스펙을 어떻게 쌓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개인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그는 부임 후 사장됐던 교내대회를 부활시켰다. 학교 스포츠클럽도 활성화 했다. 그는 "지금은 책을 오래 쳐다본다고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먹어본 것이 없으면 나중에도 먹을 걸 찾지 못하는 이치인데 학교 다닐때 경험을 해 봐야 성장한 후에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 잘하는 학생들이 공부도 잘한다는 신념이 배여 있다.
최근엔 과학발명동아리 학생들이 전국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인만큼 최소한의 물꼬만 열어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신념이 가져온 결과다. 서 교장 자신이 일찍부터 키다리아저씨 발명교실(http://scitopia.jbedunet.com)을 열고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때 이 발명교실에서 배운 학생이 고교생이 되어 제자가 되기도 했다.
그는 "미래는 창의력 경쟁인데 인터넷을 하며 유저에만 머물고 있는 아이들이 뭔가를 생각하는 ''씽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의 사고를 열어주려면 학교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전라고 5층 교실은 리더스, 챌린저 등 새로운 이름을 달고 동아리나 특별만 모임을 하는 장소가 됐다. 최근에는 중국문화와 관련된 교실도 열었다. 서 교장은 "중화권이 20억 인구인데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면서 "교육은 미래를 가르키는 것인데20년 뒤에 비전있는 직업과 분야가 무엇인지 아이들이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라고 공자아카데미에선 중국 문화와 역사를 가르키고 있다. 학생들 대상으로 한 입시설명회를 열어 하얼빈 공과대학 관계자를 초청하기도 했다. 그는 "하얼빈공대는 우주선을 쏘아 올린 대학으로 공과대학 분야에선 세계적으로 꼽히는 곳"이라며 "공학도를 꿈꾸는 아이들이 한국에만 머물지 말고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실제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생이 선택하는 수업
방과후교실은 학생들 중심으로 재편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관심과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수업과 교사를 선택해 듣는 방식이다.
그는 "수학만 해도 미분반, 통계 등 분야가 다양한데 관심이 서로 다른 학생들을 한 곳에 넣어놓고 보편적 내용으로 수업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면서 "학생수가 적은 교실의 교사는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어떤 학생의 수학점수가 평균 4점이라면 100점이 아닌 10점이 목표가 되어야 현실적 교육이 가능하다"면서 "교사와 학교가 편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시대흐름과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사들에겐 "인생을 가르키라"고 당부한다. 그는 "공부하는 시점 어떻게 관리하고 보내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면서 "학교에선 지식과 인성, 삶을 가르켜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가 교사들에게 인생의 스승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이유다.
학부모 교육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학교 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해야 교육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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