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야구는 꿈이다
누구나 한번은 야구선수를 꿈꾼다. 이만수를 보며, 박철순을 보며, 이종범을 보며, 그리고 다시 박찬호, 김태균에 열광하며, 김광현과 류현진까지 왔다. 누군가 야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짜릿한 역전드라마라는 흔한 말 대신, 야구는 야구(野球)라는 말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 드넓은 들판(野)에서 펼치는 구기 종목일진대, 막상 내 아이에게 야구를 가르치고 싶고 알려주고 싶어도 마땅한 곳이 없을 것이라 지레 짐작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턴가 빨간 상의에 하얀 야구바지를 입은 아이들이 슬슬 거리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라임(Prime)이라 표시된 유니폼에 검정모자엔 빨간 글씨로 P라 새겨져있었다. 토요일 혹은 일요일이면 정자지구에도 영통지구에도, 심지어 가까운 수지, 용인까지 이 빨간 야구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린이 야구단 ‘프라임야구교실(031-282-0233)’이다. 프라임야구교실은 2009년 8월 15일 손현우 감독을 주축으로 결성되었다. 한국야구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2009WBC에서 준우승을 거두어 야구붐이 일던 때였다. 전직 야구선수, 체육정교사,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을 갖춘 16명의 감독, 코치들이 의기투합했다. “그래, 우리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주자!”기존의 프라임 유소년스포츠아카데미(원장 홍준표)의 체계적인 체육교육 시스템에 ‘야구’를 접목시키면 더욱 가치있는 운동으로 격상될 수 있겠다 판단했다. 물론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수원의 프로야구 홈팀도 사라졌고, 무엇보다 야구전용구장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었다. 크게 욕심부리지 않았다. 영통지역 내에 있는 영일초등학교와 영일중학교가 있었다. 운동장 표면이 고르고 아이들이 접근하기 좋은 위치였다.
B. 야구는 열정이다
어느 날, 빨간 야구복의 정체를 궁금해 하던 부모들과 아이들이 하나둘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야구에 열광했던 부모들과 거포 이대호, 양신 양준혁을 외치는 아이들이 입단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2010년 11월, 400여명의 초등생들이 프라임 야구단에서 야구를 배우고 있고, 야구를 알아가고 있고, 야구를 꿈꾸고 있다. 모두 14개 팀, 팀별 인원은 20여명 정도다. 선수층은 초등2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정도까지. 초등 4학년부터 6학년이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다. 프라임야구교실 코치 및 감독들은 연습과 리그전을 번갈아가며 지도하면서 그라운드에 열정을 채워넣고 있다. 사실, 야구란 운동은 그 맛을 쉽게 알기 어렵다. 특히나 요즘 아이들은 홈(집)에서 투수(엄마)의 볼넷(지시)을 받고나서 1루인 학교를 거쳐, 2루인 학원을 밟고, 3루인 과외까지 하기도 한다. 그러고나면? 자야한다. 하지만 엄마가 모르는 복병이 있다. 도루(동네야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학교를 마치고 10분씩,20분씩 마음맞는 친구들과 야구를 하다보면, 규칙을 조금씩 알게 되고 야구 보는 눈이 생긴다. 프로야구 시청과 야구게임을 거쳐 야구서적까지 통독하다보면 야구전문기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야구로 풍월을 읊는 수준까지 이른다. 이쯤되면 진짜 야구를 하고 싶어진다. ‘야.구.하,고.싶.다’-그래서 생겨난 프라임 야구교실은 지금도 즐겁게 야구를 ‘한다’.
C. 야구는 인생이다
야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야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야구를 위한 마음 자세부터 배운다. 배트를 마구 다룬다거나 팀내의 화합을 가로막는 일에 관해서는 한 치의 허용도 없다. 프라임야구단 윤용식 감독은 “야구선수이기 전에 먼저 야구에 대한 예의를 가르칩니다. 팀플레이를 위해 서로를 배려하는 법, 그리고 배트와 글러브를 소중히 다루는 법부터 생각하게 합니다”라며 교육지침을 밝혔다. 운동 시간은 주말에 한 차례, 두 시간에서 두 시간 삼십분 정도. 한 달에 네 번 야구를 하는 셈이다. 연습경기와 리그전의 비율을 ‘50:50’정도의 비율로 가져가는데 연습경기에서는 주루플레이,공 주고받기,베팅 연습,수비 연습 등이 연습 내용이 된다. 리그전은 14개팀이 승자승 원칙으로 우승팀을 가리게 되고, 해마다 가을이 되면 우승팀이 가려진다. 수원,화성 지역 프라임 초등야구 최강팀을 가리는 경기다. 신창섭 코치는 “야구만한 멘털스포츠(정신력을 요구하는 운동)도 없다고 본다. 집중력이 강화되고 달리기와 던지기를 통해 성장기에 성장속도도 빨라진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공을 던지고 치는 과정에서 다소 위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윤용식 감독은 “연식구를 사용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라며 자신있게 말했다.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아이’는 말릴 수 없다고 한다. 프라임야구교실은 ‘좋아서 하는 야구’다. 좋아서 하다보니, 야구명문중학교인 수원북중학교에 진학하는 사례(2009년도 입단.김남웅 군)도 생겼다. 프라임야구교실의 김상윤(잠원초5)군은 “원래부터 야구를 좋아했는데, 프라임야구교실에서 야구 배우면서 더 재미있어졌다. 야구할 때 야구하고, 공부할 때 공부하니 시간관리에도 요령이 생긴다”며 즐거워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s over)"-1950년대 뉴욕 양키스의 전성시대를 이끈 포수, 요기베라의 이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야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극한의 스포츠’인 동시에, 누구나에게 주전타자의 기회가 열린 ‘평등의 스포츠’인 것이다. 인생의 수많은 변수 앞에서 자신만의 대처 상황을 길러야 할 요즘, 프라임야구단은 자신감과 성취감을 길러내는 꿈의 발전소였다.
권일지 리포터 gen1037@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