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부모와 학생에게 필요한 것

대화 단절과 용궁에 토끼 되기

지역내일 2010-12-05
대치동 학원장으로서 그리고 고3 학부모로서 예비고3 학부모에게 무거운 짐을 넘기며 충고라기보다 노하우 전수를 하고자 한다. 고3 학부모와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침묵이다. 부모는 하나라도 정보를 더 알려주기 위해 설명회나 지인들의 말을 자녀에게 전하려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는 이미 아는 것 같아서 정확히 왔는데 괜찮지?’하고 에둘러 말하는 센스가 절실히 필요하다. 알고 있으면 ‘응’할 것이고, ‘아니’하면 전해들은 이야기를 압축 정리해서 워드를 친다. 

그리고 1~2일 지나고 나서 ‘그 아줌마한테 물어봐서 정리했는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까 잠깐만 봐’라고 하면 아이가 들은 척도 안하더라도 꾹 참고 놓고 나온다. 자녀의 소중한 공부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녀에게 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워드를 칠 때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했다가 다시 읽어보고 정리한다. 우리가 말로는 격해져 심하게 할 수 있는 말도 글로 쓰고 나면 지나치다는 것이 금세 느껴져 곧 삭제하고 사랑과 격려의 말로 끝내게 된다. 

아이에게 고3은 스트레스는 물론, 자신의 약점이 자신을 한없이 괴롭혀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공부를 해도 머리 좋은 친구보다 낮은 성적표는 자괴감에 빠져들게 하고, 스스로의 불성실에 자신이 싫어지는 고통 속에 빠진다. 

몸이 약해 약과 침대와 싸우는 아이는 게으름이라는 오해와 싸우며 고독에 빠진다. 우리아이들도 성적을 올려서 좋은 대학에 가서 부모를 기쁘게 해주고 스스로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지 않을까? 우리 아이에게 고맙지 않은가? 마약에 빠지지도 않고 임신하여 미혼모가 되지도 않고 가출하지도 않고 자살하지도 않고 부모를 때리지도 않고 학교 갔다가 학원이나 도서실 갔다가 집에 와서 졸면서 책상에 앉아 있는 아이가 너무나 측은하고 고맙지 않은가? 그런 고마운 내 아이가 고3의 스트레스와 자신의 약점에 고통스러워 잠시 부모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것이다. 

화가 나더라도 1년만 대꾸하지도 따지지도 말고 조용히 들어줘라. 그리고 ‘나는 용궁에 간 토끼다. 간 쓸개 빼놓은 용궁에 간 토끼다’를 외치고 아이 방문을 열고 ‘우리 고3 필요한 것 있으시면 부르세요. 밖에 대기하고 있겠습니다’라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해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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