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를 마치고 여유를 즐기는 듯 보이지만 결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부모입장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는 중학교와 달리 과목별로 공부할 양이 많아지고 내용도 깊어지는데다 중간·기말고사 뿐 아니라 1년에 서너 차례 모의고사란 것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학력을 처음 전국수준으로 평가받는 모의고사,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언어영역의 경우 더욱 그렇다. 강남지역 학생치고 영어, 수학은 사교육을 통해 꾸준히 공부하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언어의 경우 영어와 수학에 공들인 것에 비해 등한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국어 내신시험에 수능형 문제들이 속속 출제되고 있다. 그만큼 불안한 과목 ‘언어’, 어떻게 하면 정복할 수 있을까? 강남인강 언어영역 강사이자 서울세종고등학교 국어과 교사인 김유동 선생님으로부터 언어영역의 공부비법을 들어봤다.
듣기와 쓰기 - 변함없는 유형
듣기와 쓰기는 유형의 변화가 거의 없다. 듣기는 실질적인 언어 사용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강연, 수업, 토론, 소개 등 실생활 속의 소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사실만을 묻는 문제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며, 생각하며 들어야 풀 수 있는 복잡한 지문들이 출제되고 있다. 공부 방법은 역대 수능 기출과 평가원의 기출자료를 다운로드해 꾸준히 듣는 것이 좋다. 또한 지문의 내용을 단어로 일반화하여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주로 대화의 뒤쪽에서 제시되는 핵심어를 분석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쓰기문제에는 각종 자료가 많이 등장하는 만큼 자료의 해석능력과 활용능력에 관한 연습을 해야 한다. 문제 유형으로는 연상, 내용 생성, 개요짜기, 표현하기(감상문 등등), 고쳐쓰기 등이 있고 문항의 배치는 거의 변화가 없다. 참고로 개요문제에서 각 지문과 보기에 연결된 기호를 정확히 연결시켜야 함은 기본이다.
어휘·어법 - 보기에 제시된 지문이 핵심
어휘·어법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따로 우리말 어법을 공부하는 것은 시간낭비나 다름없다. 우리말 어법의 양은 매우 방대할 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 모두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휘·어법 문제의 핵심은 바로 보기에 제시된 지문이다. 모든 어휘·어법 문제는 제시문 만으로 풀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중요 개념이 반복되어 출제되고 있으므로 기출문제를 통해 제시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독해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운문문학 - 현대시는 원리 분석, 고전시가는 내용 이해
운문문학은 현대시와 고전시가가 서로 묶여 출제된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세편의 시를 연결하여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과 작품 감상 능력을 묻는 것이다. 보통 낯익은 작품과 생소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생소한 작품의 감상이 단연 핵심이다. 따라서 생소한 작품에 대한 원활한 분석을 위해 평소 여러 작품들을 원리에 따라 감상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고전시가는 표기자체가 현대어와 다르고 한자어도 많기 때문에 현대시에 비해 심리적으로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대어로 이해만 되면 고전시가가 현대시보다 정답 접근이 쉽다. 우선적으로 교과서에 실린 작품, 기본적인 고전 어휘를 정리한 후에 같은 주제의 작품끼리 묶어 두는 것이 고전시가를 풀어가는 해법이다.
<운문문학 학습 포인트>
1. 운문 관련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한다.
2. 시의 주제요소(제재, 사건, 정서) 파악을 중심으로 독해한다.
3. 작가 중심의 작품 정리 학습과 동일한 작가군 중심의 묶기를 병행한다.
4. 고전시가는 강호가(江湖歌)와 연정가(戀情歌)가 주로 출제 되므로, 이 두 갈래의 전형적인 특성을 이해한다.
5. 표현 방법과 운율에 대한 이해를 분명히 해둔다.
6. 분석 원리(시적 상황, 화자의 정서와 태도, 표현상의 특징, 주제)를 숙지한다.
산문문학 - 현대소설은 인물과 갈등상황 분석, 고전소설은 보편적 원리 학습
산문문학은 하나의 작품이 단독으로 4~5문항에 걸쳐 출제된다. 소설문학을 감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의 성격과 더불어 인물이 처한 상황, 갈등관계를 문제해결의 단서로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소설에서는 갈등의 원인과 인물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 바로 인물간의 ‘대화’이므로 주의해서 봐야하고 인물의 반복되는 행위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후에는 갈등에 대한 각 인물의 대응 방식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분석하고 감상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지나치게 문제풀이에만 집중하면 새로운 문제 유형, 낯선 작품, 고난도 문제 등이 출제될 경우 고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출제된 작품을 분석하는 연습과 함께 한 작가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와 시대적 배경 등을 꼼꼼히 정리해두면 낯선 작품이 나오더라도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시대적 배경을 떠올리며 감상할 수 있다.
고전 소설은 작품의 시점이 거의 일치하고 갈등 상황이 비교적 단순하며 전형적 인물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내용만 파악하면 오히려 현대문학보다 분석하기 쉽다. 고전소설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영웅 소설, 판소리계 소설처럼 뚜렷이 현대소설과 구분되는 고전소설 고유의 특성을 지닌 작품이 많아 고전 소설의 보편적인 이론을 반드시 공부해야 하며 장르의 특징과 대표 작가의 특징도 더불어 알아두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산문문학 학습 포인트>
1. 작품의 갈등요소(갈등의 주체, 원인, 방법, 결과)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2. 소설의 개념(시점, 서술방법, 갈등구조 등)에 대한 이해를 확실하게 해둔다.
3. 작가를 시대와의 연관성 속에서 이해하며, 시대에 대한 대응을 유형화한다.
4. 고전소설은 시점, 구성, 인물형 등에 나타난 전형적 특성과 군담, 연정, 사회, 풍자 류 등 고전소설의 갈래별 특성을 이해한다.
5. 극문학은 배경과 행위의 상징성을 시대적 배경과 관련하여 이해한다.
비문학 -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
비문학은 언어영역에서 20~21문항에 해당되며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언어 분야의 학문적 성격이 강한 지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가서기 힘들어 하는 학생이 많다. 비문학 지문이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난해하고 복잡한 지문에 대한 학생들의 독해 능력이다. 고난도 지문을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비문학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비문학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논설문과 설명문의 글의 종류에 따른 구조와 문단간의 관계를 숙지한다. 글의 구조를 미리 알고 있으면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데 보다 용이하다. 둘째, 핵심어를 논증식으로 파악한다. 핵심어는 결과에 해당하는 사실보다는 결과를 초래한 이유와 과정, 효과 등을 중심적으로 분석하고 해당 어휘에 동그라미를 치는 등 자신만의 표시를 해두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문제는 중심 핵심어 몇 개로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한다. 셋째, 출제자의 원리를 분석한다. 비판, 전제, 적용 문제 유형은 출제할 때 일정한 기준점을 지니고 있다. 기준점 없이 출제되면 이중정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제 문제는 밑줄 친 부분에서만 생각해야 하며 사실 속에 내재된 또 다른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 매력적인 오답은 항상 밑줄 밖에 있는 사실이나 수험생들이 일반적으로 통용하고 있는 상식을 이용하여 출제된다. 넷째, 어휘력을 늘리자. 비문학 지문에서 어휘 문제는 어휘의 사전적 의미는 물론 문맥적 의미를 묻는 문제로도 출제된다. 평상시 어휘력을 기르고 관용적 표현 등을 익혀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다. 평상시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부지런히 사전을 찾아서 어휘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비문학 지문과 길이와 독해 수준이 유사한 신문 사설이나 칼럼 등을 부지런히 읽는 것도 어휘력을 기르는데 좋은 훈련이 된다.
<비문학 학습 포인트>
1. 제시문을 문단 배치 구조에 따라 유형화한다. (병렬구조, 문제→해결구조, 대립구조 등)
2. 내용 파악 시에는 대상을 우선 확인하고 그 후 관점을 이해한다.
3. 중심내용이 각 문단의 처음과 끝에 위치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린다.
4. 제재별로 제시문을 독해하며 제재별 출제 특성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고, 수능 기출 제시문을 읽어가며 어휘를 정리한다.
5. 매일매일 시간을 재가며 풀어보는 연습을 한다.
<언어영역 이것이 궁금해요. Q&A>
Q. 단기간에 언어 실력을 올릴 수 있나요?
A. 올릴 수 있습니다. 개념과 원리를 공부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논리를 수정하면 중·하위권의 급상승이 가능합니다. 단, 2~3등급 초반에서 1등급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을 통한 두터운 어휘력과 빠른 독해 능력이 필요합니다.
Q. 18종 문학 교과서에 있는 작품을 모두 정리해야 하나요?
A. 절대 작품중심으로 공부하지 마세요. 수많은 작품을 정리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생소한 작품이더라도 구조를 통해 일반화 할 수 있는 실력을 길러야합니다.
Q. 어려운 고어로 된 고전 문학 대표작을 외워야 하나요?
A.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많아 고전이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절대 외우지 마세요. 어려운 한자는 주석이 달려 나옵니다. 다만 고등학교 기초 수준의 한자 실력이 필요합니다.
Q. 언어의 오답노트는 어떻게 작성하고 점검 하나요?
A. 틀린 문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맞은 문제라도 적용하지 못한 선택지를 점검합니다. 선택지 속 개념과 원리를 지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훈련을 합니다. 지문은 지나가지만 선택지는 또 만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Q. 고3 때 EBS 문제집에 나오는 지문에 중점을 두고 공부해야 하나요?
A. 명심하세요! 개념과 원리를 공부하기 위해 수능과 평가원 모의고사 문제가 중심 교재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수능에서 증명되었듯이 개념과 원리를 익히지 않고 지문만을 공부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Q. 신문 칼럼을 공부하는 것이 논술과 언어영역에 도움이 되나요?
A. 물론입니다. 신문 사설보다는 칼럼(오피니언)을 읽고 분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논증적으로 요약을 해야 하며, 외적 준거와 내적 준거를 기준으로 비판과 분석을 한다면 논술과 토론, 어휘력, 독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도움말 : 강남인강 언어영역 강사, 서울세종고 국어과 김유동 교사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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