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워라

인생 선배 같은 부모 되기

지역내일 2010-12-01
공부하라고 잔소리 좀 했더니 하루는 아이가 이렇게 투덜댄다. “빌 게이츠는 대학 졸업장 없이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됐고, 40대에 세계 최고 갑부가 됐잖아요. 요즘엔 공부하지 않아도 아이돌 스타만 되면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번다고요.”
하긴 공부하기 싫어하는 그 마음을 모를 리 없다. 10대 시절 엄마도 똑같이 그런 핑계거리를 찾았으니까. 하지만 그때 열정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보다 풍족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게 부모 마음 아니겠는가. 야속하게도 아이는 자기를 위해 고생하고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도 그건 다 엄마 아빠 욕심 아니냐며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아이와 대화가 빗나가기만 할 때 어떡해야 할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말하는 성공과 부모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자. 부모가 자신의 가치관을 제대로 확립한 뒤 아이 의견을 경청하면 된다. 그리고 함께 인생을 설계해가자. 이런 때는 부모 입장에서 말하기보다 인생을 더 산 선배로서 다가가는 게 현명하다.
지은이는 정신과 의사로, 의사가 된 이유가 매우 독특하다. 어릴 적 영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을 꿈꿨단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자금이 많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이곳저곳에 돈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데, 그 일은 어쩐지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돈을 맘껏 벌면서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한 끝에 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좀더 직접적이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결심 때문. 어린 시절 회사에만 묶여 가정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고 가족에게도 소외된 아버지가 무척 서운했는데, 이것이 아이로니컬하게도 지은이가 공부에 매진하며 꿈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듯 차분하게 얘기를 풀어나간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지 않는가. 본래 자녀라는 위치는 태생적으로 반항하도록 돼 있다. 그런 그들과 마주 앉아 고민을 나눌 수 있어야 ‘학부모가 아닌’부모 역할을 다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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