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달력을 짚었다. 그렇다. 이맘때였다. 그것이 지난 1일. 그날은 故김현식의 사망 20주기, 그리고 故유재하의 사망 23주기였다.
지금으로부터 20년쯤 전, 리포터의 방은 자그마했다. 책장과 책상, 침대 하나면 꽉 찼다. 대신 유난히 울림이 좋아 음악 듣기에 좋았다. 그래서 하루의 대부분을 방에 틀어박혀 라디오와 보냈다. 그 공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시간을 함께 해주었던 노래, 그 안에 유재하와 김현식이 있었다. 모두 잠든 밤, 라디오를 틀고 사각거리며 무언가를 끼적이다 그들의 음악을 만나면 가슴에 물이 차올랐다. 어쩌면 음악으로만 남아 더 절절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 무료함에 무기력한 주말 오후쯤이었을 수도 있다. 우연히 김현식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보았다. 대부분 “그런 영화가 있었어?”라고 갸웃할 수도 있는 영화. 그것이 <비처럼 음악처럼>이다. 내가 아는 김현식은 모두 그 영화를 통해서다.
내용은 굳이 따로 소개할 것이 없다. 김현식의 일상과 노래, 아픔, 고민을 그대로 펼친 내용이니까. 리포터조차 가물거린다. 하지만 잊히지 한 장면이 있다. 병이 깊어가는 그가 술을 찾을 때 그를 막지 못하는 부인(심혜진)의 눈빛, 그리고 그의 절망스러운 몸짓. 그는 무엇을 견디지 못한 것일까. 그래서 그리 빨리 간 것일까. 그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떠나고 영원이고 싶은 순간은 늘 부족하다. 그것이 삶의 속임수이자 어쩌면 배려. 그저 아쉽고 그립기만 한 것도, 혹은 볼 것 못 볼 것 다 겪어 권태롭기만 한 것도 아니니까. 더욱이 영화로, 음악으로 남아 함께 하니 영원하다.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과 김현식의 ‘겨울바다’가 유난히 당기는 가을밤. 잡아야 할 것도 마음, 버려야 할 것도 마음이다. 알아서 꼽지 않으면 절대 먼저 속력을 알려주는 법이 없는 세월 앞에서 변함없이 시간은 제 갈 길 가고 여전히 인연은 스치겠지.
그래도 추억이 있으니, 그리고 추억은 음악과 영화가 있어 더욱 꽉 차오를 테니 든든한 위안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그 힘을 믿으며 리포터는 오늘도 영화에서 길을 찾는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 ‘오래된 영화에서 길을 찾다’는 이번 호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호부터는 ‘당신에게 읽어주고 싶은 한 권의 책’이 준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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