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 조택상 인천시 동구청장

“서민이 보호받고 살만한 구로 만들겠다”

민노당 소속 구청장 … 희망은행, 기업 폐열 이용한 난방 추진

지역내일 2010-11-03

조택상(51) 인천시 동구청장의 각오다. 조 구청장은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배출한 두 명의 기초단체장 중 한명이다. 

◆초등학교 전 학년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 = 

인천시 동구는 대표적인 구도심으로 인구 8만여명의 작은 자치구다. 인천의 출발지였지만 지금은 공장지대와 녹지를 빼면 90%가 재개발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낙후됐다. 주민 대부분 역시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서민이다. 

조택상 구청장은 고등학교 때 처음 인천시 동구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현대제철을 직장으로 삼고 지금껏 이곳에서 살아온 준 토박이다. 누구보다도 동구 주민의 삶을 이해하고 부대끼며 살아왔다. 

그의 구상은 주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여낼 것인가에 모아진다. 

조 구청장은 “동구청의 작은 예산으론 큰 공사를 할 수 없다”며 “주민의 생활과 삶을 변화시키는데 구 역량을 모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조 구청장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친환경 무상급식, 무상교복· 체육복, 무상접종, 주민참여예산제 도입, 동구 희망은행, 기업의 폐열을 활용한 지역난방공급 등 하나같이 주민의 삶과 연결돼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11억5000만원의 재정부담이 발생하지만 “힘겹게 살아가는 주민들의 어깨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었다”는 게 추진 이유다. 인천시와 다른 구청은 내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신들의 삶은 힘들어도 아이들만큼은 잘 키우자는 게 조 구청장의 생각이다. 만 12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 국가필수예방접종의 무상접종 실시, 중학생부터 무상교복·체육복 지원, 무료 산후도우미 운영 등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결은 못해도 아픔은 함께 하겠다” = 

조 구청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동구 희망은행, 기업의 폐열을 활용한 지역난방공급 구상도 이런 구정 방향과 일치한다. 

동구 희망은행은 민·관·기업이 자발적으로 100억원을 조성, 담보능력이 없는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담보·무보증·저리로 500만원 이하의 자금을 대출해주는 기관이다. 동구청은 법적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희망은행은 상환능력이 없는 주민에게 무분별하게 대출해줄 경우 자칫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조 구청장은 “돈이 없으면 희망근로 등 일로 상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100만원도 쉽지 않은 서민들이 삶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폐열을 활용한 지역난방공급은 현대제철에서 오래 근무해온 조 구청장의 지혜가 숨어있다. 이 방식은 철강업체 용광로의 열을 열병합발전소로 모아 지역 보일러를 돌리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엔 현재 포스코가 있는 포항에서 일부 운영되고 있다. 조 구청장은 이를 통해 탄소 배출도 낮추고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의 난방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400억~500억원으로 예상되는 비용이다. 조 구청장은 “용역 결과가 나오는대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녹색성장이나 서민 중심이라는 정부정책과도 일치하는 만큼 지원해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조 구청장이 가장 많이 듣는 민원은 재개발·재건축이다. 대표적인 구도심인 만큼 동구에만 26개 개발계획이 세워져 있다. 

조 구청장은 “참 쉽지 않다”며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사업자가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재개발·재건축 민원이 있는 현장은 어느 곳이든 달려가고 있다. 조 구청장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해준다”며 “당장 해결은 못해도 아픔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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