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여성 괴롭히는 ‘류머티즘성관절염’

발병 2년 내 관절 70퍼센트가 파괴?!

지역내일 2010-11-29
류머티즘성관절염,
왜 여성에게 많을까?

퇴행성관절염으로 잘못 알고 치료 미루는 경우 많아
류머티즘성관절염은 우리 몸의 잘못된 면역 체계가 주로 자신의 관절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관절막 내부의 관절액을 생성하는 얇은 활액막의 염증을 시작으로 연골이 파괴되고, 점차 주변 뼈와 인대가 손상을 받는다.
전 국민의 1퍼센트가 앓고 있는 류머티즘성관절염은 그중 85퍼센트가 여성. 더욱이 ‘노인병’이라는 통념과 달리 환자의 약 40퍼센트가 40대 미만의 젊은 여성이며, 30대 젊은 층에게도 발병 비율이 높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과 유전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본다. 남자보다 여자에서 3~5배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의 영향 때문으로 추정한다.
발병 후 6개월 이내에 치료가 시작돼야 하지만 대한류마티스학회가 환자 3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이 병에 걸린 뒤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기까지 2년 이상이 걸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퇴행성관절염으로 잘못 알았기 때문.
연세사랑병원 부천류마티스클리닉 권세광 소장은 “류머티즘성관절염은 전신성 염증 질환으로 뼈를 포함한 관절 주위 조직이 파괴되는 특징이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연골의 퇴행성 변화가 일차적으로 일어나면서 골 조직이 과잉 형성되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관절뿐만 아니라 전신성 질환으로 커지는 이유는?
류머티즘성관절염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손가락 관절 등 몸의 말단부터 증상이 시작되어 점차 관절과 관절 주위의 뼈를 파괴하며 피로감, 발열, 식욕 감퇴, 체중 감소 등 전신적인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김용 원장은 “좋지 못한 토양에서 오염된 영양분을 공급 받으면 나뭇가지가 앙상해지듯 인체도 마찬가지다. 오염된 환경에서 나쁜 음식을 계속 먹으면 피가 탁해지고, 그 혈액이 심장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고 설명한다.
탁한 혈액은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해 몸의 말단까지 가지 못하고 뼈에도 좋은 영양분을 주지 못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몸이 자신을 치료하려고 관절 부위 등에 면역 세포를 많이 보내고, 이것이 염증을 일으킨다. 심해지면 관절뿐 아니라 피부, 혈관, 심장, 폐, 근육 등 신체의 여러 조직과 장기까지 이상이 나타난다.

혹시 나도 초기 증상?

부은 손, 피로, 열감…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들
왼손 엄지손가락 마디가 부어 약간 변형된 황미영(39)씨. 몇 달 전부터 아침에 손이 자주 부어 주물러주면 곧 괜찮아졌는데 점차 손가락 모양이 변해 병원에 가보니 ‘류머티즘성관절염 초기 증상’이라고 했다.
초기 증세 중 대표적인 것이 손과 발의 관절이 붓고 아프며, 아침에 관절이 뻣뻣해서 펴지지 않는 증세가 한 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 이러한 증세와 더불어 피곤하고 전신적으로 열감이 느껴질 때는 류머티즘성관절염을 의심해야 한다.
“40~60대 여성이 아침에 양손이 뻣뻣하게 부은 것 같아 주물렀을 때 30분쯤 지나 좀 풀어지는 것 같다면 한번쯤 류머티즘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게 권세광 소장의 말이다. 무엇보다 발생 후 적어도 1년 이내 발견해서 전문적인 치료를 해야 결과가 좋기 때문에 초기의 증세를 잘 알아두어야 한다.
한방에서는 증상에 따라 급성인 실증과 만성인 허증으로 나눈다. 김용 원장은 “실증은 관절이 아프고 열감이 있으며 맥이 빠르다. 반면 허증은 관절에 통증이 지속적으로 있으면서 관절 부위 피부가 청색 혹은 자주색을 띠며, 어지럽고 식은땀이 흐른다”고 설명한다.

초기 증상이 발견됐다면 어떻게?
관절 변형 등 심각한 병의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관절이 파괴되어 변형이 나타나고 관절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류머티즘성관절염에 걸린 사람 10명 중 2명은 치료 없이도 자연히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10명 중 6명 정도는 1~2년 내에 관절 파괴가 일어나고, 한번 생기면 급속히 나빠지면서 수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바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진단은 쉽지 않다. 류마티스 혈액검사나 X선 검사로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임상 증상과 연관시켜 일정 기준 이상의 요소가 만족되어야 겨우 의심할 수 있는 정도다.
우선 혈액검사를 통해 체내에 자신의 인체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X선 사진을 검사한 뒤 의심되는 질환을 제외하면서 그 범위를 좁혀간다. “그러나 최근엔 갑자기 돌변한 백혈구에 의해 만들어진 ‘항CCP 항체’ 검사를 통해 좀더 가까이 진단할 수 있고, 증상이 없어도 발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권세광 소장의 소견이다.
‘불치병’이라 걱정하는 환자들에게 권 소장은 “원인을 몰라 진단이 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특수 항체 검사로 어느 정도 조기에 발견이 가능하다”며 “완치는 어렵지만 환자에게 맞춰 약물을 조절하면 활동을 잠재울 수 있고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답한다.

어떤 치료를 받나?

예방이나 완치는 어려워,
치료 효과 높이는 데 주력을
류머티즘성관절염을 예방하거나 완치할 방법은 현재 없다.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5~10퍼센트 있지만, 대부분은 관절염이 좋아졌다가 나빠지는 것을 반복다가 점점 관절의 변형이 진행된다.
관절이 붓고 아픈 증세를 좋아지게 하기 위해 아스피린과 같은 항염증제 복용하는데, 부작용으로 위십이지장궤양을 겪는 일이 많다. 최근에는 위장관계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물들이 개발되어 많은 도움을 주지만, 몸이 붓고 혈압이 상승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염증을 조절해도 관절의 파괴는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경우 ‘항류마티스제’라는 면역억제제를 일주일에 1회 복용한다. 최근에는 관절염의 발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사제들이 개발·사용된다. 그러나 값이 무척 비싸고 감염 혹은 암 발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투여 여부를 결정할 때 이득과 손실을 잘 판단해야 한다.
좋은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은 첫째, 조기 발견이 중요하며 둘째, 관절 보호 요령을 숙지해 적용하며 셋째, 물리치료를 통해 통증을 완화할 수 있으며 넷째, 약물 치료에 적극적으로 따라주는 것이다.
한방의 경우 면역 밸런스 회복을 위한 집중 치료에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약침, 봉침 등 침 요법을 사용하고 체질과 증상에 알맞은 약물요법을 병행한다.

우울증 동반되기도, 규칙적인 생활 중요
대한류마티스학회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여성 환자의 42.6퍼센트가 ‘가족에게 경제적인 이유를 포함한 죄책감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류머티즘성관절염은 이런 죄책감과 장기간의 통증으로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해 항우울제의 투여와 함께 가족 치료, 심리 치료 등의 복합적인 팀 치료가 더욱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 보면 류마티스의 원인을 ‘마음을 애태워 깊이 생각하는 일이 많고, 슬프고 화나거나 음주나 불규칙한 식생활이 원인이 된다’고 정의해 평소의 건강관리와 규칙적인 생활을 강조했다.
류머티즘성관절염에는 전문 치료에 못지않게 스트레스 관리와 식단 등 장기적인 생활요법 또한 중요하다. 실제로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거나 갑작스런 충격으로 재발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채식 위주로 식단을 유지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최유정 리포터 meet1208@paran.com
도움말 대한류마티스학회
·권세광 소장(연세사랑병원 부천류마티스클리닉)
·김용 원장(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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