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패트롤’이라는 단어를 아는지. 42.195km의 마력에 푹 빠진 사람이라면 다 아는 단어가 레이스 패트롤이다. 쉽게 풀자면 달리는 응급구조대라고나 할까? 공부 좀 한다는 대한민국의 의사들이 스키 패트롤에서 착안해 만들어냈다. 상상해보라. 바람을 가르며 멋지게 달리다가 갑자기 발생하는 응급 상황 시에 본업인 의사로 돌아가 위급한 생명을 구한다는 그들. 풀코스 달리기에 적응된 건강한 몸이 멋있고, 촌각을 다투는 순간에 생명의 수호자로 나설 수 있는 그들의 의술과 마음이 멋있다. 달리기로 나눔 실천에 나선 사람들 ‘달리는 의사들’이다.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진 의사들
‘달리는 의사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만든 단체가 아니다. 그저 골프나 여행보다 달리기가 ?좋은 의사들이 모여 만든 온라인 동호회다. 마라톤 일정이 없을 때는 사석에서 따로 만나는 일도 거의 없다. ‘설마’ 하는 마음에 회원 몇 명에게 물어봐도 그저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달리기가 좋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의료행위를 위해 달리는 의사들이 아니라,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다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공식 의료진이 올 때까지 환자의 안전을 책임질 뿐이란다. 굳이 모임의 성격을 정의하자면 마라톤을 하고 있거나 마라톤 대회에서의 완주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는 의사들의 모임이라고 한다.
2000년 10월, 의사들의 사이버 커뮤니티인 ‘메디컬 게이트’에서 친목을 겸한 마라톤 동호회로 시작된 ‘달리는 의사들’. 당시는 전국적으로 마라톤 붐이 일어나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하지만 달리기 열풍에 고무 되어있던 대회 주최 측에서는 참가 인원 등을 알리며 대회의 외형적인 선전에만 치중했지 대회에 참가하는 주자들의 안전에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던 시기였다. 마라톤에 대한 안전지식이 없었던 탓이기도 했다.
이웃을 위해 달리자
요즘에는 자전거 패트롤도 있고, 주자들과 함께 달리는 ''레이스 패트롤''팀도 있다. 또, 미경험자들의 속도유지와 유도를 위한 ''페이스메이커''팀도 있으며, 급수대에는 가벼운 응급 약품이 더러 비치되기도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일단 출발하면 다시 결승선을 밟을 때까지 거의 주자 자신의 책임이었다고 한다. 특히 여름철 고온의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장거리 레이스에서는 쓰러지는 주자들이 간혹 나타났지만, 주최 측으로의 연락방안이나 현장에서의 대책이 전무한 상태였다.
심장정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던 의사들의 마음속에 같은 생각이 떠오른 것도 그즈음이었다. 내 건강을 위해 하는 달리기지만 의사이므로 주자들의 건강까지도 돌보면서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개인의 노력으로 불가능하니 힘을 합치자는 얘기도 나왔다.
동호회를 결성하고 워크숍도 갖고 유니폼까지 맞추는 등 이런저런 노력을 한 결과 사람들 사이에 안전의식도 많이 생겨났고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달리는 의사회’ 유니폼을 보는 것만으로도 주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는 효과까지 챙길 수 있었다. 지금도 분기마다 달리기와 관련된 워크숍이나 심포지움을 개최해 달리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달리기 부상의 치료와 예방에 대한 실질적인 홍보를 위해 많은 노력들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달리기에 대한 원초적인 관심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다. 큰 대회 때는 전국의 회원들이 한곳에 모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사전에 실측된 각 지역 코스에서 지역적으로 대회를 치러 게시판에 발표하여 전체 순위를 가리는 ''온라인 마라톤 대회''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풀코스 기록 보유자는 이동윤 회장님. 42.195km룰 2시간 50분에 마친 기록을 갖고 있다. 2009년 은퇴 당시 이봉주 선수의 기록이 2시간 15분 25초였으니 거의 전문가 수준의 기록이다.
작은 정성이 희망이 되다
‘달리는 의사들’ 활동이 시작된 지 10년. 직접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도 있을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가 <소아암 환우 돕기 마라톤 대회>. 지난 2002년 국내 처음으로 순수 기부성 마라톤 대회로 개최되었다. 지금까지 1억여 원이 넘는 성금을 모아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소아암 환우들에게 전달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세상, 이웃과 함께 웃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해서 좋고, 아이들에겐 희망을 줄 수 있어서 좋지요. 달리기를 통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고 할까요.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참여해 달리면 됩니다. 우리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의사의 권위도 회장의 근엄함도 찾아볼 수 없는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의 이종윤 회장 말이다.
2000년 마라톤은 IMF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우리들에게 문화적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 그 마라톤과 함께 성장해온 ‘달리는 의사회’가 앞으로도 우리 이웃들의 안전과 미래를 지켜주는 희망전령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 (사) 달리는 의사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진 의사들
‘달리는 의사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만든 단체가 아니다. 그저 골프나 여행보다 달리기가 ?좋은 의사들이 모여 만든 온라인 동호회다. 마라톤 일정이 없을 때는 사석에서 따로 만나는 일도 거의 없다. ‘설마’ 하는 마음에 회원 몇 명에게 물어봐도 그저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달리기가 좋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의료행위를 위해 달리는 의사들이 아니라,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다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공식 의료진이 올 때까지 환자의 안전을 책임질 뿐이란다. 굳이 모임의 성격을 정의하자면 마라톤을 하고 있거나 마라톤 대회에서의 완주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는 의사들의 모임이라고 한다.
2000년 10월, 의사들의 사이버 커뮤니티인 ‘메디컬 게이트’에서 친목을 겸한 마라톤 동호회로 시작된 ‘달리는 의사들’. 당시는 전국적으로 마라톤 붐이 일어나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하지만 달리기 열풍에 고무 되어있던 대회 주최 측에서는 참가 인원 등을 알리며 대회의 외형적인 선전에만 치중했지 대회에 참가하는 주자들의 안전에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던 시기였다. 마라톤에 대한 안전지식이 없었던 탓이기도 했다.
이웃을 위해 달리자
요즘에는 자전거 패트롤도 있고, 주자들과 함께 달리는 ''레이스 패트롤''팀도 있다. 또, 미경험자들의 속도유지와 유도를 위한 ''페이스메이커''팀도 있으며, 급수대에는 가벼운 응급 약품이 더러 비치되기도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일단 출발하면 다시 결승선을 밟을 때까지 거의 주자 자신의 책임이었다고 한다. 특히 여름철 고온의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장거리 레이스에서는 쓰러지는 주자들이 간혹 나타났지만, 주최 측으로의 연락방안이나 현장에서의 대책이 전무한 상태였다.
심장정지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던 의사들의 마음속에 같은 생각이 떠오른 것도 그즈음이었다. 내 건강을 위해 하는 달리기지만 의사이므로 주자들의 건강까지도 돌보면서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개인의 노력으로 불가능하니 힘을 합치자는 얘기도 나왔다.
동호회를 결성하고 워크숍도 갖고 유니폼까지 맞추는 등 이런저런 노력을 한 결과 사람들 사이에 안전의식도 많이 생겨났고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달리는 의사회’ 유니폼을 보는 것만으로도 주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는 효과까지 챙길 수 있었다. 지금도 분기마다 달리기와 관련된 워크숍이나 심포지움을 개최해 달리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달리기 부상의 치료와 예방에 대한 실질적인 홍보를 위해 많은 노력들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달리기에 대한 원초적인 관심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다. 큰 대회 때는 전국의 회원들이 한곳에 모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사전에 실측된 각 지역 코스에서 지역적으로 대회를 치러 게시판에 발표하여 전체 순위를 가리는 ''온라인 마라톤 대회''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풀코스 기록 보유자는 이동윤 회장님. 42.195km룰 2시간 50분에 마친 기록을 갖고 있다. 2009년 은퇴 당시 이봉주 선수의 기록이 2시간 15분 25초였으니 거의 전문가 수준의 기록이다.
작은 정성이 희망이 되다
‘달리는 의사들’ 활동이 시작된 지 10년. 직접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도 있을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행사가 <소아암 환우 돕기 마라톤 대회>. 지난 2002년 국내 처음으로 순수 기부성 마라톤 대회로 개최되었다. 지금까지 1억여 원이 넘는 성금을 모아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소아암 환우들에게 전달했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세상, 이웃과 함께 웃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해서 좋고, 아이들에겐 희망을 줄 수 있어서 좋지요. 달리기를 통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고 할까요.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참여해 달리면 됩니다. 우리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의사의 권위도 회장의 근엄함도 찾아볼 수 없는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의 이종윤 회장 말이다.
2000년 마라톤은 IMF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우리들에게 문화적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 그 마라톤과 함께 성장해온 ‘달리는 의사회’가 앞으로도 우리 이웃들의 안전과 미래를 지켜주는 희망전령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 (사) 달리는 의사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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