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들이 모여 있고 전국의 내로라하는 학원 강사들이 모여 있는 강남, 그러다보니 교육열이 뜨거운 학부모들은 아이가 공부에 소질이 있다 싶으면 초등 고학년에 대치동으로 이주해오는 경우가 많다.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모여들다보니 조금만 방심해도 수십 등씩 내려가는 중학교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은 두터운 상위층과 치열한 내신 경쟁을 실감하게 된다. 고등학교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특목고로 진학하면 좀 올라갈 수 있겠지’하고 기대하지만, 여전히 잘하는 학생들은 새로 입성한다. 이 과정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전 과목 내신 1등급만이 경쟁력 있는 서울대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포기하는 겸손함(?)을 배운다.
서울대 입시의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는 강남 명문고들의 실적은 다양한 비교과를 준비해 내신의 불이익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수시 특기자 전형이나 내신 반영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정시에 도전함으로써 가능했다.
강남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지역균형선발이 역차별 전형일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지난 11일 서울대에서 발표한 ‘2012학년도 대입전형안’은 강남 지역 최상위 학생들에게 청신호를 밝혀 주었다.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발표한 입시안의 골자를 살펴보고 강남지역 최상위 학생들의 입시 전망과 대처방법을 살펴봤다.
서울대 내신축소·수능확대, 연세대 ‘글로벌리더 전형’ 폐지
서울대 대입전형안의 가장 큰 변화는 수시의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1단계 내신 전형을 폐지하고 서류와 면접으로만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한 것이다. 학교에서 추천된 2명 전원에게 면접 평가의 기회가 주어짐에 따라 강남지역의 학생들도 합격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전국학부모지원단 대표 휘문고 신동원 교사는 “지난 7년간 강남에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합격한 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강남 학생들은 1단계 내신전형에서 거의 떨어졌다. 내신전형을 없애고 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함에 따라 강남지역에서도 내신과 비교과 성적이 좋을 경우 서울대 최상위 학과에 입학할 기회가 주어져 유리한 입장이 되었다”고 말했다. 서울진학지도협의회장 은광여고 조효완 교사도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특목고나 강남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불리했었는데 전형이 변경되어 도전해볼 기회가 확대되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대입전형안의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외고 우대전형’이라는 논란이 있었던 ‘글로벌리더 전형’을 2013학년도부터 폐지하고 일반우수자전형으로 통합한 것이다. 따라서 외국어관련 전문교과나 공인성적을 제출하지 않아도 돼 지원 자격이 크게 완화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동원 교사는 글로벌리더전형이 우수자전형과 통합되긴 했지만 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심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전형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균형선발전형 학교 추천이 관건, 내신과 비교과로 준비한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학교별로 2명이 추천되면 전원 면접기회가 주어짐에 따라 학교 추천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추천은 학교별로 문·이과 각각 1명씩 또는 문·이과를 통합해 전교 석차 2등까지 추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학교에 따라서 전교 3~4등에게도 기회는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동원 교사는 “예를 들어 전교 1등이 의대를 희망하여 지역균형으로 합격할 가능성이 낮으면 합격가능성이 높은 전교 2등의 공대 지망학생이 추천받을 수도 있다. 학교에서는 최상위권 학생들에 대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추천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추천하는 경우가 많으며, 학교 추천이 관건인 만큼 내신과 비교과 준비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학생들이 그동안 안 될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해서 지원했던 지역균형선발이 이제 새로운 기회로 주어졌다. 고등학교 2학년쯤 되어 지역균형선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심사항목을 알아보고 면접 등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도움말 : 전국학부모지원단 대표 휘문고 신동원 교사
서울진학지도협의회장 은광여고 조효완 교사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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