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고 볶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짠한 이야기
빵 터지게 웃기도 하고, 엉엉 울기도 한 연극, 울다가 웃다가 그러다 또 울고 웃고, 가슴 속에 눈도 소복이 풀풀 쌓이고 꽃도 피고 흩날리고, 마른 낙엽도 지는, 마음에 사계절이 함께 하는 연극 늙은 자전거가 11월25~26일 영등포아트홀에 올려진다.
연극 ''용띠 위에 개띠'' ''불 좀 꺼주세요'' ''문디'', 영화 ''약속'' ''와일드 카드'' ''거북이 달린다'' 등의 대본을 쓴 이만희 작가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 뛰어난 연출, 우리 나라 연극과 문화,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함께하는 이 작품은 2010년 대한민국 연극계를 뜨겁게 달군 해학과 풍자, 감동이 함께하는 연극이다.
할아버지와 손자, 장터, 만물상 자전거가 마치 오래된 흑백영화처럼 흘러가며 여기에는 추억도 있고, 사랑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배꼽 빠지도록 재미난 웃음과 가슴 찡한 감동이 있다.
연극 ‘늙은 자전거’는 할아버지와 손자간의 이야기다. 따스한 정, 그런 거 없다. 악다구니처럼 살아가는 둘의 처절한 일상만이 징글징글 넘친다. 집나간 아들의 죽음으로 어느 날 손자라며 찾아온 소년과 함께 살게 된 할아버지. 처음 만난 손자를 내치는 할아버지와 사고뭉치 손자가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들어가는 과정을 가슴 찡하게 그린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사실 초면이나 진배없다. 할아버지는 큰 상점을 운영했는데, 큰아들이 그걸 말아먹어서 부자는 의절한 상태다. 낡은 자전거에 온갖 잡동사니를 가득 싣고서 시골 장터를 떠돌아다니는 할아버지 강만 앞에 어느 날 어린애가 툭 떨어진다. 의절한 아들이 불량배들과 싸움을 하다 객사를 했고, 그 속 썩이는 아들의 아들인, 즉 손자 풍도가 나타난 것. 면사무소 복지과 직원은 “할아버지에게 양육권이 있다”란 얘기를 건넨다. 손자를 처음 본 할아버지의 말. “내가 와 이 아를 맡아 기르노 생전 보도 듣도 못한 아를?”
어느 날 문득, 손자는 묻는다. “할배 니는 뭐가 제일 무섭노?” 할아버지는 답한다. “정 드는 거.” 그게 무슨 뜻인지 누군들 모르랴. 극 막판, 정작 정이 들어 콧등이 시큰해지는 건 관객이다. ‘엄마’를 담보로 어설픈 신파가 판을 치는 요즘, 진짜 가족의 정을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이다.
▶일 시 : 11월 26~26일
▶장 소 : 영등포아트홀 대공연장
▶관람시간 : 25일 7시30분/26일 10시30분, 7시30분
▶관 람 료 : 전석 15,000원
▶문 의 : 2670-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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