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이 스무날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회 ‘D-30, 수리공부 끝나지 않았다!’에 이어 이번에는 외국어영역 마무리 학습법을 정리한다. 남은 동안에는 새로운 단어나 지식을 추가하기보다는, 이미 익힌 것들을 되새기고 점검하여 시험시간까지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몸과 심리상태를 수험 당일까지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지혜도 필요하다.
듣기는 길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수능 외국어의 첫 단추는 듣기이다. 듣기 문제를 어떻게 풀었느냐에 따라 독해 문제를 대할 때의 컨디션이 달라진다. 청취력은 지식영역이기 전에 감각의 영역이다. 수능이 채 스무날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눈으로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청취 감각을 꾸준히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듣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더라도 청취 감각을 위해 하루에 30분 이상 매일 듣기 훈련을 해 주는 것이 좋다. 훈련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환경을 실제 시험처럼 만들어놓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험에선 스피커를 통해 방송이 재생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듣기 연습을 할 때 이어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밖의 미세한 소음이 차단되고 볼륨도 자신에게 맞게 설정된 이어폰 소리로 연습하다보면 그렇지 않은 스피커 소리에 적응하기 힘들 수 있다. 카세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구하기 어려우니 MP3 플레이어에 스피커를 연결하여 듣는 것이 좋겠다. 교육평가원 모의고사와 수능의 역사를 봤을 때 듣기 난이도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그러니 마땅한 듣기 소스가 없다면 기출문제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어휘는 ‘선택과 집중’의 기술로 마무리
최근 수능이 이전 수능에 비해 약간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난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 수능 출제 매뉴얼에 따르면 지문 내의 단어는 되도록 고2 수준이어야 하고 고3 수준의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실생활에서 많이 통용되는 단어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다시 말해 출제할 수 있는 어휘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능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휘 자체의 난이도가 상승해서가 아니라, 어휘를 독립적으로 쓰기보다는 구나 절 표현, 즉 덩어리 표현으로 사용함으로써 문장의 호흡이 길어졌고, 전체 내용도 이전에 비해 깊은 사고를 요하는 것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어 공부를 해왔다는 전제 하에) 수능을 목전에 둔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려운 단어를 새로 암기하는 데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이미 공부한 단어를 모두 체크하고 관련 숙어와 표현을 다시 훑어보는 것이 효율적이라 하겠다. 시중에 고교생들을 위한 단어장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 중 되도록 많은 단어가 수록되어 있고 단어와 연관된 표현이 잘 정리된 단어장을 고르자(무리하게 텝스나 토익 단어장을 선택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response라는 단어가 있다면 in response to, make no response 등과 같은 표현들이 함께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암기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앞에서부터 단어와 표현을 하나씩 보면서 모르는 것을 체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체크하여 잊어버렸거나 미처 암기하지 않은 단어를 모두 찾아낸다. 그리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암기하면 어휘 파트를 단시간에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문법은 문제를 통한 귀납적 개념 복습
수능 문법은 이전에 비해 난도가 지속적으로 하향 혹은 하향 평준화되었으며, 올해도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문법은 미시적인 부분을 묻는 경우는 없으며 독해와 밀접하게 연관된 큰 문법을 묻는다. 관계사, 의문사, 접속사, 일치, 준동사, 태, 형용사와 부사가 그것이다. 수능에서 다루는 큰 문법을 정리한 개념서가 있다면 시험을 치기 전에 전체를 정독하는 것이 좋다. 개념서를 통독할 때는 알고 있는 문법사항이라도 넘어가지 말고 다시 읽어봐야 한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넘어간 개념들이 막상 문장에 적용되면 혼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개념에 대한 이해 다음으로, 문장에서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어 어떤 의미와 구조를 갖는지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말로 설명된 이론만 보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론과 연관된 예문을 해석하고 문장구조를 따져보는 학습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풀자. 틀린 부분이 있으면 개념서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 모두 다시 재검토하고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보완해야 할 것이다.
독해는 고난도 문제에 대비해야
EBS 교재의 지문을 수능에 70% 반영한다는 정책은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분명 한 번 봤던 지문이 시험에서 나온다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변별력을 고려해야 하는 출제자 입장에서는 나머지 30% 지문의 난도를 대폭 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불과 2년 전만 해도 수능 외국어영역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문제는 문법이었다. 하지만 EBS 지문 반영 정책이 있고 난 후 오답률이 가장 높은 문제 유형은 독해 유형 중의 하나인 ‘빈 칸 완성’이 되었다. 또한 독해문제 중에서 그동안 쉬운 유형에 속했던 주제, 요지 문제도 2년 전에 비해 오답률이 크게 상승하였다. 한마디로 등급을 가르는, 특히 상위권과 중위권 사이의 등급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는 EBS에 속하지 않는 고난도 문제이다. 그러므로 독해를 연습할 때는 답을 찾기 위한 풀이 스킬 위주의 학습보다는 전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문장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독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EBS 교재를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EBS 문제가 그대로가 아니라 유형을 바꾸어 출제되기 때문에 문제보다는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이와 같은 연습은 EBS 영역에서도 유의미하다. 하지만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선 EBS 교재 전체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유형 변형이 쉽지 않은 지문을 제외하고(장문, 지시어, 일치(불일치), 분위기, 심경, 목적, 그림이 들어간 어휘 문제), 틀렸던 문제를 다시 해석해보고 맞춘 문제 중에서도 내용이 어렵거나 복잡하고 긴 문장으로 구성된 지문은 다시 보는 것이 좋겠다. 파이널 모의고사를 풀 때도 내용이 난해하다고 느끼는 지문은 체크해두고 답을 맞춰본 후 철저하게 분석해보는 것이 좋다.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양질의 지문을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 관리도 몸에 배게 연습
최근 수능은 이전에 비해 학생들에게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텍스트 분량을 읽어낼 것을 요구한다. 그만큼 지문이 길어지고 복잡해졌다. 게다가 지문의 내용 난도도 높아졌다. 따라서 학생 입장에서는 시험 시간 관리에서도 연습이 필요하다. 수능에서 출제되는 모든 문제의 난이도가 고르지 않다. 빈 칸 문제, 순서배열 문제처럼 해석과 동시에 글의 흐름까지 잡아나가야 하는 문제는 난도가 높다. 하지만 주제, 요지, 제목 등 해석만 되면 바로 답을 찾을 수 있는 글의 대의를 묻는 문제는 난도가 이들보다 낮은 편이다. 따라서 문제 하나하나에 같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평균적으로 독해시간 대비 문제수를 나누면(50분/33문제 : 듣기 시간과 듣기 문제 제외) 독해 한 문제당 1분 30초 안에 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난도가 낮은 쉬운 문제는 40초에서 1분 이내에 풀어서 난도가 높은 쪽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파이널 문제집을 풀 때 시간 제약을 두고 이처럼 전략을 실천하여 몸에 배도록 연습하자.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으면 좋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어려웠던 문제를 다시 체크하거나 시간 내에 못 풀어 넘어간 문제를 다시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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