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울산 KBS홀에서 개최된 ‘2010년도 전국보육인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권정자 원장(67)을 만나러 간 곳은 우산어린이집이었다. 어린이집 담벼락 위에는 두툼한 요와 이불들이 따스한 가을 햇볕에 뽀송뽀송하게 몸을 말리고 있었다.
● 된장 간장 직접 담가···세심하게 먹을거리 챙겨
권 원장은 제5공화국 시절 출범한 새마을유아원 명예원장을 맡으면서 보육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원주시가 위탁한 우산어린이집을 줄곧 맡아 운영하고 있다.
권 원장을 어린이들은 ‘할머니’라고 부른다. 할머니 같은 자상함으로 아이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권 원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먹거리다. 제대로 된 먹거리가 바른 인성, 똑똑한 지능의 토대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해마다 간장 된장 막장을 직접 담그고, 다시마 멸치 버섯 갈아 만든 천연양념과 볶은 소금 사용하고, 시래기 호박고지 말리고··· 집 밥에 이보다 더 정성이 들어갔을까 싶다. 세심하게 신경 쓰는 할머니 원장님의 손길이 소문이 나면서 우산어린이집은 대기자가 줄을 섰다.
● 장기 근속 교사 많기로 유명한 어린이집
권 원장이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사다. 교사들의 마음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산·육아 문제로 힘에 부쳐하는 교사들을 위해 근무 여건을 마련해주고 살뜰하게 마음 쓰다 보니, 멀리 시집가는 등의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교사들은 계속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0년 이상 된 장기근속 교사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동안 배출한 어린이집 원장만도 3명이다.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려면 아이를 낳아서 길러본 경험 있는 교사들이 필요합니다.”권 원장이 아줌마 교사들을 선호하는 이유다. 현재 12년째 근무 중인 홍진주(33) 교사는 “친정엄마 같이 챙겨주시는 원장님과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에 아이 둘을 낳고도 계속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동네 어르신을 위한 경로잔치를 1년에 3번씩 꼭꼭 챙긴다. 대통령 표창을 받으러 울산에 간 날도 경로잔치가 있어 부랴부랴 올라왔다. “노인 분들이 얼마나 기다리시나 몰라요. 그래서 약속을 어길 수가 없어요.” 우산어린이집 교사들도 권 원장 따라 자연스럽게 봉사 활동에 나서면서 5명의 교사가 자원봉사 활동으로 원주시민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원장님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며 믿어 주는 교사들과 손자손녀같이 어여쁜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권 원장 머리 위로, 우산어린이집 마당 안으로 햇살이 따스하게 떨어졌다.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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