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연출가 이민규, 이성근 씨

실험성 강한 연극으로 주목받는 안산의 차세대 연출가

안산에 프로극단 ‘추신’ 창단, 작품에 대한 재해석으로 신선한 무대

지역내일 2010-10-26 (수정 2010-10-26 오전 11:11:50)

2005년 문예당 별무리 극장에서 한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다. ‘꽃뱀이 나더러 다리를 감아보자 하여’라는 긴 제목의 이 연극은 무대 세트와 배우들의 움직임이 기존 연극과 차이를 보였다. 배우들의 움직임이 춤사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앞뒤전후,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에 익숙한 관객은 상징성 강한 이 작품을 보며 서로 다른 각도에서 해석을 할 수 있었다. 실험성 강한 작품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 작품의 연출가는  안산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극단 ‘추신’의 대표이자 차세대 젊은 연출가로 주목 받고 있는 이민규. 오래 전 작품이야기를 꺼내니 무척 반가워한다. 자신을 버린 부모를 위해 저승에서 약물을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바리데기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원래 ‘1인극’이라고 한다. 아. 그 작품이 1인극이라니.... ‘연출가는 새롭게 집을 설계하는 사람과 같다’라는 말이 실감되었다. 그러면서 “여성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원작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연출가의 연극적 상상력과 재해석이 있었던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안산에 좋은 공연을 하는 극단이 있다
서울예술대 연극과 출신인 이연출가는 같은 과 동기인 이성근 실장과 군 제대 후 ‘안산에서 극단을 만들자’고 의기투합 한다. 극단 ‘추신’은 연극과가 있던 모교의 도시에 변변한 극단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처음 출발한다. 입학 동기들보다 훨씬 많은 나이로 동질감과 연극 목표를 공유한 뒤 절친한 친구가 된 두 사람은 ‘그렇다면 우리가 해 보자’ 하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모았다. 극단 이름은 편지 말미에 못 한 이야기를 적을 때 사용하는 단어 ‘추신’이다. 절절한 편지글 뒤에 뭔가 미진해 한마디 남기는 한 구절이 그 편지의 모든 것을 나타내듯 그런 연극을 하고 싶다는 뜻. ‘정기공연으로 서로의 것을 나눠보자 그리고 안산에 가면 볼 만한 작품을 내 놓는 극단 하나 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을 설립취지로 정했다. 하지만 공연 한편 올리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당장 무대는 고사하고 연습 할 장소도 변변치 않았다. 자력으로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많을 것이 필요했다. 두 사람은 또 다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후배 양성. 공연에 필요한 제반 비용뿐만 아니라 열정 있는 연극인을 양성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가르치는 일’을 잘하고 좋아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잘 하기 위해 수강생 전용 극장을 만들기도 하였다. 

매년 정기적으로 2-3편 연극 무대에 올리고파
경기 연극올림피아드 참여 등 해마다 정기적인 작품을 연출하면서 안산 연극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사이. 기존 작품을 그대로 해석하기보다 해체해서 재창조 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이연출가에게 ‘몸 연기’ 전공의 이성근 실장은 든든한 연기 트레이너다. 다른 듯 같은 두 사람은 연극 입문 계기도 색 다르다. 전라도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던 이연출은 연극을 하던 하숙집 둘째아들의 영향으로 연극에 입문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춘천에서 대학을 다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연극 주변이 좋아 하던 공부를 접었다. 무대에 대한 선망도 있었다.
‘도시규모나 시민들의 문화적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서 시립 연극단체가 이제는 생길 때도 된 것 같다’고 말하는 이연출은 올해부터 안산 연극협회 사무국장을 맡아 안산시 연극계 발전에 힘을 보태게 되었다. ‘경기도 아마추어 연극제 등으로 경기도의 각 시를 다녀볼 기회가 있었는데 ’신생 도시일수록 배우를 키우고 숙성시키기 보다는 1회성으로 소모 해 버리는 경향이 보여 안타까웠다‘는 그는 극단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요즘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꿈은 매년 정기적으로 2-3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 그리고 안산시민 모두가 자신의 작품을 한번이라도 볼 때 까지 연출을 하는 것. 이실장의 바램은 각 학교에 연극부가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사진설명: 낼 만난 사람 사진 중 위에 안경쓴 사람이 이민규 연출가, 밑에 앉아 있는 사람이 이성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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