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입학해 추천도서목록에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소위 명작들은 책장 넘기기가 더뎠고 어려웠다. 그때만난 구세주 같은 소설책 박경리 선생의 ‘김약국의 딸들’이다. 재미있게 한 권을 뚝딱 읽어버렸더랬다.
문학의 어머니 박경리 선생이 영면한 곳에 찾아간다. 박경리 공원에는 박경리 기념관과 선생의 묘소가 있다. 통영의 주산인 미륵산의 비호아래 멀리 한산대첩 격전의 현장이 훤히 보이는 곳이다. 평소 “고향은 삶의 기초다. 특히 문학하는 사람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밑천이다.”라는 말씀대로 고향에 돌아오셨다.
박경리 기념관에 도착하자 간결한 외관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토속적이고 검소했던 고인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곳곳에 야생화가 수줍은 듯 객을 맞고 장독은 고향을 생각난 게 한다. 장은 우리맛의 원천이다. 맛은 어머니의 손맛이고 어머니는 고향이 아닌가. 넉넉한 장독의 모양 또한 포근한 어머니의 자궁을 연상시킨다.
기념관에 입구에 서자 선생이 보인다. 소정원을 좋아라 하시더니
소담스런 정원에 함께 하신다. 선생께 실례를 구하고 기념관을 둘러본다. 선생의 원주 집필실, 친필 원고와 토지 계약서등 선생을 추억할 것들이 전시 돼 있다.
소설 ‘김약국집의 딸들’의 배경이 된 간창골, 서문고개, 북문안, 갯문가, 동충을 재현한 미니어쳐가 있다. 신나 찬찬히 살펴보며 ‘김약국의 딸들’을 곱씹어 본다.
기념관을 나와 잔디길을 따라 천천히 언덕을 오른다. 기념관에서 선생의 묘소까지 가는 길은 잘 닦여 있었다. 가을이라 나무에 열매가 달렸다.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어도 이름을 몰라 ‘열매’라고만 말하는 엄마가 부끄러웠다.
다음에는 식물도감이라도 가져와야겠다 다짐해본다. 치자나무 길을 지나 선생의 묘소와 마주한다. 예를 갖추고 묘를 둘러본다.
어떤 고운이가 잘 익는 감과 활짝 핀 국화 한 송이를 선생께 바쳤다. 내 빈 손을 얼른 뒤로 감춘다. 뒤를 돌아 지금은 산양읍 삼적항이지만 400년 전 이순신 장군이 두 번째로 승리를 거뒀던 당포가 보인다. 마음이 확 뚫린다. 속세에 답답함이 가신다.
그래서 선생이 생전에 “쉬어가기 참 좋은 터”라 말씀하셨나보다. 선생과 같은 곳을 보고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선생은 살아있는 것은 다 사랑하지 않으셨던가, 내 허물을 살포시 덮어주시면 괜찮다고 다독해주시는 것 같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라고 말씀하셨던 박경리 선생. 그 분의 추억하며 그 분의 문학적 향기를 담아올 수 있는 곳, 한려수도와 미륵산이 기대어 만든 환상적인 풍경이 기다린다.
김경옥 리포터 oxygen0801@naver.com
박경리 공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유일 다음날, 신정·설날·추석 공휴일
위치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1429-9(내비게이션 양지농장 검색)
전화 055)650-2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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