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났다.
지금까지는 수능 성적을 얻는 노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부터는 결정된 내 성적으로 어느 대학이나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지 혹은 내 성적으로 희망하는 학교나 학과에 과연 지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입시설명회에 참석해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활용하기도 하며, 각종 입시 관련 기관들이 내놓은 배치표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관들이 내놓은 배치표마다 정보가 서로 다르다는 것.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할 배치표가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는 꼴이다. 왜 그런지 배치표에 숨겨진 진실을 그리고 올바른 활용법을 살펴본다.
배치표를 신비화하지 말라!
입시설명회나 배치표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손에 쥐고서도 정작 대학입시에 실패하는 수험생들을 적잖이 보게 된다. 정보를 한껏 확보하고도 실패하는 사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먼저 배치표를 ‘신비화’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배치표는 과거에 해당 대학과 학과에 합격한 학생들의 일부 성적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말 그대로 ‘참고용’에 불과하다. 배치표는 ‘올해’ 지원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절대 기준이 아니라, 해당 대학과 학과에 지원했던 ‘과거’ 학생들의 ‘과거 자료’라는 뜻이다. 물론 배치표는 대체로 ‘좋은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좋은 자료인데, 이것을 가치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당히 객관적인 자료’로써 활용하지 않고 ‘절대 기준’으로 삼아 의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치표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해주는 ‘절대 기준’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반드시 기억하자. 배치표는 ‘절대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참고용으로 배치표를 대해야 무조건적인 신비화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배치표 점수, 기관마다 다른 이유
입시 관련 기관들은 배치표를 ‘자신들이 수집한(다시 말해, 일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자료’에 근거하여 만든다. 따라서 작성하는 데 분석용으로 쓰인 과거 자료가 얼마나 풍부하고 자세하냐에 따라서 배치표가 달라진다. 또 과거 몇 년치 자료를 근거로 삼았는지에 따라 또 다시 편차가 생긴다. 여기까지는 배치표들 간의 차이가 매우 사소하다.
기관들의 배치표들이 서로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대학마다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대학은 수능만 100%를 반영하고 어떤 대학은 여기에 내신을 실질적으로도 꽤 반영하기도 한다. 또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등 영역별 반영 비율이 30 대 20 대 30 대 20이거나 25 대 25 대 25 대 25 같은 식으로 대학마다, 학과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아예 서로 다르게 산출하는 점수들을 한 지면에 표현하려면 일정 정보를 포기하고 표시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기관마다 제시하는 배치표의 점수가 다를 수밖에.
또, 입시 관련 기관들로서는 배치표에 최종 커트라인 점수를 현실 그대로 제시하는 데도 부담이 따른다. 과거 꼴찌로 추가 합격한 학생의 성적을 배치표에 그대로 담아 제시한 것을 보고 누군가가 지원한다고 가정해보자. 떨어질 가능성이 당연히 높을 테고, 그로 인한 수험생들의 불신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게 당연하다. 이런 까닭에 입시 관련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적정 커트라인을 ‘임의로’ 설정한다. 기관에 따라 설정한 적정 커트라인 점수가 70% 점수일 수도 있고, 80% 점수일 수도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입시기관들의 배치표 점수 차이는 더 벌어진다.
자료 가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도별 수험생 수의 변동이란 요인이 남아 있다. 현행 표준점수 제도에서는 학력고사시절의 원점수와 달리 기준점수가 매년 시험마다 변동하니 이 또한 배치표를 작성하는 데 반영해야 한다.
이렇게 몇 차례 가공과정을 거치면서 배치표의 점수가 기간별로 상당한 편차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배치표, 어떻게 활용하나?
이렇게 서로 다른 점수들로 오히려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케 하는 배치표. 그렇다면 배치표는 무용한가? 그렇지 않다. 제대로만 활용하면 충분히 좋은 참고자료로 쓸 수 있다.
먼저, 배치표는 대학별로 비교할 때 유용하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 인문과학부에 지원할 수 있는 성적이라면 고려대는 어느 학과까지 갈 수 있는지 등을 비교할 때 유용하다. 동일한 기준으로 ‘가공’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시 지원에서는 가, 나, 다 세 군을 두고 군별로 하나씩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군에 어떤 대학과 학과를 지원해야 할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다양하다.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서 비교할 때, 배치표만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둘째, 대학의 학과 서열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다. 여기서는 특히 학과 자체보다는 학과‘군’에 유념해서 배치표를 활용하면 좋다. 예를 들어, 인문계의 경우, 대체로 경영 관련 학과들의 커트라인이 매우 높고, 그 아래로 사회과학계열, 어문, 인문 계열 등이 이어진다. 자연계의 경우, 의?치?한의예가 있는 대학은 이 학과들이 가장 높고, 그 아래 생명과학 관련 학과들, 이어 공대 학과들과 건축 관련 학과 등의 순이다. 대학마다 집중 육성하는 학과나 학부가 있을 경우 또는 상위대학과 중하위대학에 따라 순위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대학별 학과군 순위 경향은 배치표들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대학을 정한 후, 학과를 선택하려는 수험생에게는 배치표가 아주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셋째, 종이로 된 배치표로는 위에 제시한 내용 정도를 확인하고, 선택 대상 대학과 학과를 좁힌 다음에는 온라인 배치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온라인 배치표는 앞서 언급한 대학마다 점수 산출방식이 다르다는 결정적인 한계를 조금은 뛰어넘게 해주기 때문이다.
최종 판단은 스스로
게다가 수험생 저마다 처지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점수가 모자란 듯한데 재수를 고려해서라도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심한 수험생과, 무조건 올해 안에 어느 대학 어느 학과든 반드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수험생의 지원 전략과 지원 방식은 같을 수 없다. 설령 여러 배치표들의 해당 대학 학과의 점수가 모두 동일하더라도 각자 처지에 따라 매우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한 번 더 강조해야겠다. 수험생들은 아무리 혼란스럽고 불안하더라도 그 어떤 배치표도 절대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 사실 세상에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자료란 없다. 손에 넣을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을 풍부하게 활용하여 결국 최종 결정은 수험생 스스로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주도 학습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자기 주도 인생은 더 중요하다. 지혜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찬휘, 대학입시의 진실을 말하다-시즌2: 수능 마무리 학습법과 정시 지원 전략
강남지역의 수만여 학부모들과 전국의 숱한 명문고생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입시설명회를 개최해왔고, 국내 유일의 입시전략 인터넷방송 ‘입시포커스’를 운영하는 (주)티치미의 김찬휘 대표가 강남서초내일신문과 함께 수시 지원전략 특별기획(‘수시로 대학 가자’, 8월 14일자~9월 11일자)에 이어, 이번 호부터 4회에 걸쳐 수능 시험일을 눈앞에 둔 수험생들에게 수리영역과 외국어영역의 마무리 학습법 그리고 2011학년도 정시 지원 전략 노하우를 연재합니다. <티치미 학습법>의 저자이기도 한 김찬휘 대표의 입시전략 인터넷방송은 (주)티치미의 홈페이지(www.teachme.co.kr)에서 볼 수 있으며, 자녀의 입시상담(569-4149 정재희 실장)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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