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특별전

프랑스 역사와 화려한 왕실 문화를 한 눈에

궁정 그림과 조각, 장식 공예품까지 80여점 선보여

지역내일 2010-11-21 (수정 2010-11-22 오전 8:49:59)
11월 5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는 프랑스 국립 베르사유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루이 14세부터 마리 앙투아네트까지’란 주제로 17~18세기 베르사유 궁의 화려했던 왕실 문화를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로코코 양식으로 유명한 베르사유의 궁정 그림과 조각, 장식 공예품, 우아한 복식과 장식 패션 등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하여 딸과 함께 미술관을 찾았다.

화려함의 극치, 베르사유 궁전
베르사유 궁은 루이 13세가 왕실의 사냥용 별장으로 짓기 시작해 루이 14세가 왕실의 본궁으로 사용하면서 프랑스 왕실과 귀족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여의도 면적의 3배 정도에 해당하는 815만㎡의 크기인 베르사유 궁은 55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분수가 있으며 본궁과 별궁인 트리아농, 왕비의 별궁인 쁘띠 트리아농 등 세 개의 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26개의 거처와 450여 개의 방이 마련되어 있어 최대 5,000명이 이곳에 거주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고 한다. 

프랑스 절대왕권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베르사유 궁은 197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루이 14세 때부터 프랑스 혁명기 전까지 프랑스 왕가가 실제 사용했던 진품 유물들과 그림 등 작품 80여점이 소개된다고 했다.

첫 번째 방 - 루이 14세
전시실은 총 5개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방은 루이 14세의 방이다. ‘태양왕’이라 불릴 정도의 절대 왕정을 대표했던 루이 14세가 누렸던 찬란한 권력을 엿볼 수 있는 투구, 아메리카 대륙, 기마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은은한 회색의 담비 털 망토를 두르고 서 있는 루이 14세의 3미터 크기 초상화 앞에서 망토의 무게가 80kg정도였다는 도슨트(전시를 설명해주는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들은 아이가 깜짝 놀라며 “그럼 우리 아빠를 등에 업고 다니는 거네?”라고 묻는다. 이 작품은 왕의 품위를 섬세하면서도 근엄하게 잘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단다. 화려한 지팡이와 칼, 왕관, 갑옷, 부르봉 왕가의 상징인 백합 문양이 새겨진 옷 등을 통해 루이 14세가 당시 얼마나 강력한 권위를 자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승리와 명예를 상징하는 여성 흉상과 충성과 용맹을 상징하는 동물인 개와 사자의 모습이 그려진 ‘명예의 휘장’과 주피터의 모습으로 표현된 루이 14세의 초상, 군주의 통치권을 상징하는 기마상들도 놓칠 수 없는 전시품들이다.

두 번째 방 - 왕실 초상화의 방
궁정 화가들이 그린 왕들의 공식 초상화는 세로 길이가 약 3m에 달하는 대작들이라고 한다. 초상화 속에 그려진 인물의 눈높이가 감상자의 시선보다 높아 왕의 위엄을 강조하려고 했다는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정말 그림 앞에 서있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였다. 

루이 14세의 어머니인 안 도트리슈 모후와 부인인 마리 테레즈 왕비가 서로 손을 맞잡고 앉아 있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은 루이 14세가 스페인 공주인 마리 테레즈와 결혼하면서 두 나라가 동맹국이 되었음을 암시한다고 했다. 두 나라의 동맹 유지로 당시 프랑스에서는 스페인으로부터 수입한 초콜릿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지금 마시는 핫초코 또한 이때 프랑스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였다는 설명을 들은 아이는 “그럼 핫초코 나이가 거의 400살인거네?”하며 놀라워한다.

세 번째 방 - 루이 15세
루이 15세는 마리 레슈친스카와 결혼하여 여덟 명의 딸을 낳았는데 이들이 궁에 체류하면서 예산 지출이 막대해지자 어린 네 명의 딸을 수도원에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엄마인 마리 레슈친스카에게 보여주기 위해 궁중 화가를 수도원으로 보내 아이들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루이 15세의 방에는 아이들 초상화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아이들의 유희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안고 있는 어린 쌍둥이 공주, 앳된 모습의 루이즈 공주, 성숙미가 느껴지는 아델라이즈 공주 등 다수의 초상화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프랑스 왕자들이 7세가 될 때까지 드레스를 입었다는 사실이다. 7세 전에는 왕위를 계승할 왕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주처럼 드레스를 입혔고 7세가 되면 근엄한 왕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전시실에서는 우리나라 역사 속의 미실과 같이 정치욕이 대단했던 루이 15세의 부인 퐁파두르 부인의 방도 구경할 수 있다. 사교계 예술을 이끈 장본인으로 손꼽히는 퐁파두르 부인을 위해 만들어진 꽃무늬가 그려진 흰 의자와 벽걸이용 금도금 청동 추시계는 당시 로코코 양식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네 번째 방 - 거울의 방
프랑스 베르사유 궁의 하이라이트는 ‘거울의 방’이다. 길이 73미터, 넓이 10미터 가량의 이 방은 사방 3미터 정도의 큰 정사각형 거울을 무려 500여개나 붙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 방은 주로 대연회 무도회장으로 사용했으며 천정에 걸려있는 샹들리에와 함께 화려함의 극치를 표현했다고 평가 받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을 재현해 놓았다. 실제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가능한 장소이니 사진 한 장 남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섯 번째 방 -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6세의 부인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그린 작품을 감상할 때는 그림 속에 나타난 앙투아네트의 옷이나 머리 장식 등 당시 프랑스 여성들 사이에 유행했던 패션 트렌드를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오스트리아의 대공녀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두툼한 아랫입술과 주걱턱을 가리기 위해 부채를 사용했는데 부채를 포함해 가슴까지 U자로 깊게 팬 드레스와 치마폭을 넓히기 위한 패티코트인 ‘파니에’, 90센티나 되는 모자 등은 당시 최고의 유행이 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특히 파니에의 너비를 2미터까지 넓혀 궁문을 앞이 아닌 옆으로 출입해야 할 정도였다고 하니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루이 16세와의 결혼식을 기념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황실에 주문 제작했다는 호화로운 장갑 받침대, 대관식 상징물 조각상, 꽃무늬 식기세트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감상 TIP>
1.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라
도슨트와 함께 전시관을 돌면서 30~40분 동안 작품설명을 들으면 좋다.
도슨트는 평일 11시30분, 14시, 16시,18시에 있으며 무료이다.
2.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한다.
22점의 작품 앞에서 오디오로 녹음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며 3,000원의 이용료가 있다.
3. 월요일에 관람한다.
보통 미술관은 월요일 휴관이지만 베르사유 특별전은 매월 마지막 월요일만 휴관이다. 관람객이 적은 월요일을 이용하면 여유롭게 관람을 즐길 수 있다.

<베르사유 특별전>
일시 : 2010년 11월 5일 ~2011년 3월 6일
장소 : 예술의 전단 한가람 미술관 1층
시간 : 오전 11시~ 오후 7시
요금 : 일반 1만3천 원, 청소년 1만 원, 어린이 8천 원, 미취학 아동 5천 원
문의 (02) 325-1077
www.versailles2010.co.kr

김기정 리포터 kimkichoung@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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