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대치동 학여울역 건너편의 공원에서 양재천으로 이어지는 길목의 극동교회 입구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자그마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자주 왕래하는 통행로가 아닌 외진 곳에 위치해 지역 주민들도 무심코 지나치면 발견하기 힘든 이곳이 지난해 3월부터 매주 자전거 초보자 무료강습과 자전거 무상 수리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언뜻 보아 자전거타기 활성화를 위해 구청이나 극동교회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무상 수리 센터로 생각하기 쉬운 이곳은 자전거를 사랑하는 강남·송파 지역주민들에 의해 마련된 공간이다. 강남·송파지역 자전거 동호인들의 쉼터인 동시에, 지역주민들에게 자전거 교육과 수리를 지원하는 봉사의 공간인 ‘강남·송파 자전거연합’(이하 ‘강송연’)의 쉼터 운영자 채경묵 회장(49세)을 만나 ‘강송연’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전거로 운동도 하고, 환경도 지키고, 지역주민들과 소통도 한다
3년 전 인터넷 카페(다음 카페 ‘강남송파자전거연합’)를 개설한 이후 현재까지 600회 정도의 자전거 함께 타기 모임을 주관하고 있는‘강송연’의 채경묵 회장이 자전거 타기 활성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에 가깝다.
10년 전 주말 어느 날, 양수리 쪽으로 운전하고 가는 데 길이 꽉 막혀 꼼짝 못하는 상황에서 차창 밖을 바라보니 자전거는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 순간부터 그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부가 시작해 양재천과 한강변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됐으며,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해 ‘강송연’ 카페를 개설했다. 처음엔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모임이 현재는 2,3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주 2~3회 함께 타기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연합이 활성화되면서 업무도 분담하게 되어 토요일 정기모임은 채 회장이 주관하고 다른 모임들의 운영은 회원들이 분담하게 됐다.
채 회장은 자전거 타는 것은 다른 운동에 비해 좋은 점이 아주 많다고 말한다. “접근성이 좋아 언제든지 누구나 운동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들며, 교통수단으로도 이용할 수 있으며, 지역주민들과 모여 함께 타면서 관계도 형성하고,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정모·번개·마니아 모임 등 다양한 행사 개최
‘강송연’에서는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 함께 타기 1000회를 목표로 주 2~3회의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회원 가입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별도의 참가회비도 없으며 점심값과 물, 간식 정도만 준비해 참여하면 된다.
채경묵(닉네임 송자함) 회장이 주관하는 토요일 정기모임은 왕복 80km 정도의 코스로 오전 10시에 잠실 선착장에서 출발해 5시경에 돌아온다. 목적지는 매주 새롭게 선정되며 직장인, 사업가, 주부 회원들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강송연’ 회원 70여명이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제2회 대한민국자전거축전에 참여해 행사를 빛내기도 했다.
수요 번짱 이정숙(닉네임 케넌데일)님이 주관하는 수요일 초보모임은 왕복 50km 정도의 코스로 오전 10시에 대치동 쌍용아파트 아래 탄천에서 출발하여 4~5시경에 돌아온다. 주로 주부회원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두 정기모임 외에도 목요 번짱 김용학(닉네임 백수야 놀자)님이 주관하는 마니아 모임은 왕복 150km 정도의 장거리 코스를 주행하며, 산악코스 번짱 심유진(닉네임 에로토비)님은 산악코스 개발팀 모임을 주관하고 있다. 또한 예술가 버금가는 사진촬영 솜씨를 발휘하여 카페에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윤두원(닉네임 느루)님의 활약도 눈부시다.
자전거 초보교실·무상 수리 센터·불우이웃 자전거 기증 등 지역사회에 봉사
지역 주민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강송연’에서는 자전거 함께 타기뿐 아니라 자전거 초보교실과 무상 수리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자전거를 기증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실시하고 있다.
자전거 초보교실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 2시에 ‘강송연’ 쉼터 옆의 대치동 근린공원에서 실시하며 회원들이 무료로 봉사하고 있다. 초보교실은 2009년 3월에 시작해 현재까지 150여명이 수료했으며, 참여 회원은 주로 40~60대 여성으로 수료 후 수요 초보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무상 수리 센터는 2009년 3월 문을 열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주민들의 자전거를 수리해주고 있으며, 작년에만 600여대를 수리했다. 부품이 들어가지 않는 수리는 무상이며, 부품 교체가 필요한 경우 부품원가만 부담하면 된다. 채 회장은 “대치동에 자전거 수리 센터가 한 곳 밖에 없다보니 비싸기만 하고 전문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어 회원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정했고 극동교회 측에서는 장소를 제공해줘 수리 센터를 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강송연’ 회원들은 매주 정모 행사에서 점심식사 메뉴를 저렴한 것으로 정하고 그 비용을 아껴 한 끼에 1천 원씩 모아 연말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자전거를 전달하고 있다. 작년에는 반포 1동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에게 안전장비와 함께 자전거 10대를 전달했으며, 올해는 충청도의 낙도 중학교 전교생 30여명에게 자전거를 전달할 예정이다.
다소 쌀쌀한 늦가을에 자전거를 사랑하고 자전거를 통해 건강과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 ‘강송연’이 실천하는 이웃사랑, 환경사랑이 우리에게 훈훈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사진제공 ‘강송연’ 윤두원(느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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