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를 결심했을지라도 계속 단주할지 아닐지는 어디까지나 본인에게 달린 일이다. 그런데도 보호자가 먼저 나서서 술을 끊어야 한다고 법석을 떠는 수가 흔하다.
단주를 결심하고도 다시 재발하는 데에는 보호자들의 그런 태도도 일부 책임이 있다. 퇴원하여 집에 가는 길에 음주해 버리는 사례가 바로 이런 전형적인 본보기이다. 정작 본인은 아직 아무런 의지가 없는데 보호자 혼자 단주에 대한 욕심이 강렬한 것이 이유다. ‘내 가족이 다시 술에 빠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너무 지나쳐 오히려 역작용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늘 그가 다시 술 마실까 봐 본인보다 한발 앞질러 걱정하고 의심한다. 보호자가 더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능히 혼자 힘으로 감당할 만한 일인데도 맡겨두고 기다리지를 못한다. 이런 모습은 그에게 불신감만 전달하고, 지나친 간섭은 아이 취급으로 느껴져 퍽 불쾌하다. 이것이 쌓이면 짜증나고 화가 나는데, 그러면 음주 갈망을 더 참기 어려워진다.
일반적으로 질병은 어디까지나 앓는 사람이 먼저 고통을 느끼고 어떻게든 자신이 빨리 회복하려고 애쓰기 마련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보호자는 어디까지나 회복을 돕는 보조자일 뿐이다. 그러나 알코올의존은 본인보다 주위 사람들이 먼저 문제를 느끼므로 가족들이 나서서 먼저 회복을 서두르는 수가 많다. 그러다 보니 회복의 주체가 어느덧 환자 본인이 아니라 보호자로 바뀌어버리는 수가 흔하다.
회복을 돕는다고 나서서 도와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나친 도움과 베풂은 의존성을 조장할 뿐이다. 진정으로 도와주려면 눈앞의 문제에만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더 주목하고 그의 마음을 도와주어야 한다. 회복을 위시하여 모든 일에서 책임지기를 두려워 회피하는 이 질환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해결보다는 그의 마음을 지지하여, 직면하고 싸워내기를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단주만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감수하며 새롭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
바람직한 보호자는 오랜 회복의 과정을 멀리 내다보고 순간순간의 소소한 문제에 휘둘리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러자면 어디까지나 옆에서 돕는 것일 뿐, 결코 대신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다. 사실 그렇게 불안해하는 것은 환자의 상태와는 관계없이 보호자 또한 마음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먼저 더 강해져야 한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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