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성공시대-옷가게 ‘바람갤러리’ 대표 상희진

‘옷과 차와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편안한 사랑방

지역내일 2010-11-17 (수정 2010-11-17 오후 11:27:25)
바람갤러리는 장안구 천천동 중심상가에서 조금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옷가게다. 유동인구가 적어 가게가 운영이 될까 싶지만, 바람갤러리 상희진 대표는 “고객의 숫자가 아니라 고객 한분의 구매수량이 관건”이라고 답한다. 판매의 비결을 묻는다면, 그건 주 고객층인 30~ 40대 주부들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 옷가게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꼭 새겨두어야 할 창업의 조건이다. 
 

어떤 분위기를 만들까_ 옷을 많이 입어 봐도 부담이 없어~ 
 한쪽벽면의 갤러리 조명 아래 수채화 몇 점이 걸려있고, 그 밑으론 귀여운 소파와 낮은 테이블이 놓여있다. 바람갤러리의 ‘차와 그림’의 공간이다. 상희진 대표가 직접 그렸다는 수채화를 감상하며 옷이 아닌 또 다른 이야기꽃을 피우고, 따뜻한 차 한 잔 마셔가며 주부의 일상을 나눈다. “계산대는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어요. 언제든지 편안히 앉아있다 가는 사랑방, 수다방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가게 위치의 특성상 기존 옷가게와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옷과 차와 그림이 있는 가게.’ 테마가 있는, 즉 향기 있는 가게 만들기가 옷가게 창업의 또 다른 키포인트다.
 바람갤러리에선 누구나 패션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챙겨둘만 하다. ‘옷을 많이 입어봐야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입어보는 게 귀찮아, 눈치가 보여 망설이는 주부들에게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지론이다. 실제로 옷걸이에 걸린 옷을 그대로 대보고 구입하려는 고객도 있을 정도라고. 그러면 상 대표는 고객이 옷을 많이 입어보면 볼수록 자신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꼭 일러둔다.
 “그게 결국 판매의 노하우가 돼요. 고객의 체형에 따라 다른 옷의 느낌들을 보면서 다음번엔 고객에게 맞는 옷을 골라줄 수 있거든요.” 판매자 본인의 경험이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모든 옷들을 하나하나 걸쳐보고, 피팅감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옷을 구비할까_ 상의에 비중, 바지는 시즌별 3~4가지 품목으로   
 가디건은 보세 옷가게의 경쟁력 있는 상품이다. 브랜드제품 대비 가격은 저렴하고 퀄리티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계절엔 스판바지에 긴 니트류를 걸치는 센스가 충분히 빛을 발한다. 고객에게 권유해주기도 좋다. 하지만, 바지는 판매하기 까다로운 상품 중의 하나. 이것만큼은 정말 귀찮아서, 아니면 적나라한(?) 하체의 실상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 입어보기를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체에 비해 하체가 굵은 체형이라 누구보다도 주부의 고충을 잘 아는 상 대표는 바지만큼은 핏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사이즈별로 바지의 핏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권유하면 고객의 기분을 만족시킬 수 있다. 시즌에 어울리는 3~4가지 품목을 디스플레이 해놓는다. 
 바지는 보통 2~4사이즈 정도, 스웨터나 가디건 등은 프리사이즈, 재킷이나 코트는 2~3사이즈 정도로 나오는데, 색상별 사이즈를 다 구비해두는 건 재고의 부담이 뒤따른다. 색상에 따라 각각 다른 사이즈만 갖춰도 충분히 색감이나 사이즈를 파악할 수 있다. 그 이후에 고객주문에 맞는 색상, 사이즈의 옷을 가져다놓으면 된다. 목폴라 등 이너웨어의 경우는 좀 다르다. 가장 많이 활용 가능한 아이템인 만큼 색상별로 다양하게, 가격이 조금 되더라도 좋은 소재의 제품을 갖춰놓는다. 동대문시장에서의 물건구입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되도록 월요일 밤에 한다. 한 주간의 신상이 나오는 첫날이기 때문이다.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_ 자기계발, 주인의 편안함이 묻어나는 곳
 모던하고 심플한 화이트 톤의 가게 분위기에 상 대표의 패션철학까지 더해진 바람갤러리는 고객들 사이에 친절하고, 맞춤형 코디제안이 탁월한 옷가게로 자리 잡았다. 의상디자이너로 활동했었다는 그의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나름의 센스는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뿐이에요. 창업의 ‘창’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 혼자 발품 팔며, 고민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했으니까요.” 그는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다. 목공부터 페인트, 조명업체, 집기류 등 일일이 가격비교를 해가며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와 조건을 갖춘 곳을 찾았다. 그는 “전에 있던 가게가 백반집인 데다가 마루 형태로 되어있는 구조여서 그걸 철거하는데 예상치 못한 비용이 추가됐다”며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건물 연식, 가게의 구조를 살펴보는 것도 인테리어 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간판비용도 최소화했다. 일반적인 간판가격보다 천막 형태의 고정 어닝 간판이 3분의 1정도로 저렴하다. 오히려 이 간판이 바람갤러리를 멋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오픈하는 게 전부가 아니에요. 물건구입비를 포함, 6개월 정도의 유지비용까지 감안한 비용까지 계산에 넣어야 가게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거든요.” 무리한 대출로 시작하면 조급함 때문에 파는 것에 연연하게 되고, 그 마음은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이 된다. 환불이나 AS가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부러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시간을 내는 것도 필요하다. 그가 배우는 수채화·유화가 가게의 또 다른 표현이 되고, 고객과의 얘깃거리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작은 옷가게의 승부수는 이게 아니겠냐고 그가 말한다.
 “온라인쇼핑몰이요? 없어요~. 30~40대 주부들은 인터넷 주문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바람갤러리는 직접 입어보고 수다도 떨어가며 사람 사는 맛을 즐기는 공간이고 싶어요.” 적극적으로 삶을 즐기며 그 에너지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 상희진 씨는 맞춤형 옷가게 CEO였다.  
 
문의 바람갤러리 031-269-5531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바람갤러리 창업일지
D-100 옷가게 콘셉트, 내부 디자인, 규모, 위치 등 정하기
D-90 가게 물색, 틈나는대로 주변상권, 시간대별 유동인구 파악
D-60 인터넷이나 관련서적 참고해 콘셉트에 맞는 업체 찾기, 견적, 공사
D-30 밤시장 다니며 콘셉트에 맞는 도매가게 4~5군데 선정, 트렌드 익히기
D-10 집기류 선정, 사업자 등록 등 업무처리
D-day~현재 자기계발, 패션잡지나 추구하는 스타일의 브랜드별 코디착장룩 참조해 감각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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