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 정취 가득한 우리지역 ‘둘레길’

지역내일 2010-11-13

느리게 성찰하고, 느끼며 길을 걷는다!!

스페인북부 800km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매료된 전직 여기자가 고향 제주에 둘레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한창이다. 등산처럼 힘들지 않고 느릿느릿 장시간 걷기만 해도 운동효과 만점. 하지만 무엇보다 ‘걷기’의 매력은 주변의 정취를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천천히 에둘러 가는 길의 매력, 느리게 성찰하고 느끼며 길을 걸어보자. 스페인의 산티아고보다 아름다운 둘레길이 우리 지역에도 있다.


***심학산 돌곶이마을과 둘레길
고즈넉한 마을을 지나 맨발로 걷는 숲길까지
 심학산 둘레길을 걷기 전 심학산 입구 파주시 교하읍 서패리 돌곶이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빼놓지 마시길. 돌곶이마을은 사실 꽃피는 봄이 절정, 심학산돌곶이꽃축제에 맞춰 온 동네가 야생화천국이 된다. 하지만 화려한 꽃이 없어도 한가로운 농촌마을의 고즈넉한 가을 분위기가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옛날 고봉산 장사와 심학산 장사가 힘겨루기를 하다 심학산 장사가 바위를 던져 고봉산 정상이 움푹 패였고, 심학산 장사가 바윗돌을 모아둔 곳이 돌곶이 마을이 됐다는 유래처럼 마을입구에 ‘락가든’이 눈길을 끄는 이곳, 마을 전체가 예술(?)이다. 마을 담장에 그려진 어린왕자며 피터팬 등 童心을 담은 벽화며 곳곳에 놓인 조각품, 문 활짝 열어놓고 방문객을 환영하는 ‘정원이 아름다운 집’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출발점과 도착점을 정하지 않고 어느 곳에서 걸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둘레길. 심학산 둘레길도 심학산 초등학교 입구에서 시작하든 또는 돌곶이마을에서 배밭을 지나 배수지를 향해 걷든지 아무래도 좋다.
 심학산 둘레길은 2009년 10월 파주시에서 기존 등산로 외에 산허리를 따라 만든 배수지-약천사-배밭정자-산남리-전원마을-다시 배수지로 돌아오는 6.8km의 숲길이다. 주위 환경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어우러진 1.2~1.5m폭의 숲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평탄하다. 지난 주말 리포터가 걸었던 길은 돌곶이마을 찍고 배밭을 지나 배수지 방향, 늘 걷던 심학초등학교 입구 등산로와는 또 다른 정취가 느껴진다. 쭉쭉 뻗은 나무그늘이 제법 깊은 산 못지않고 수투바위, 약천사, 교하배수지를 향하는 길 중간 중간 전망테크, 벤치, 정자 등 쉼터도 잘 마련되어 있다. 
 약천사 약수와 교하배수지 급수대가 있지만 아이들을 동반한 경우 미리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 교하배수지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길을 비롯해 둘레길에서 정상에 오르는 길도 3개 정도 있으니 걷기가 심심하다면 정상을 향해 등산을 하는 것도 좋다. 둘레길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산은 20여 분 정도, 둘레길을 걷는 것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찾아가는 길은 자유로에서 문산 방향으로 달리다 우측 파주출판단지 방향으로 나와 심학교 사거리에서 돌곶이꽃마을 방향으로 진입. 돌곶이마을 입구에 둘레길 안내판이 있다. 

***서삼릉 누리길
 “쉬어가며, 구경하며 걸어보세요~”
 서삼릉 누리길은 고양누리길 코스 중 하나로, 지형이 평탄한 편이라 초보자들이 걷기에 적당하다. 또한 중간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관광지나 대학이 있어 볼거리도 풍성한 코스로 손꼽힌다. 원당역 6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배다리 술 박물관’이 나온다. 여기가 본격적인 서삼릉 누리길의 시작점이다. 입구에는 ‘서삼릉누리길’ 코스 안내도가 설치돼 있다. 배다리술 박물관은 전통술 관련 각종 기구와 도구는 물론, 제조과정을 전시, 연출한 곳으로 우리 전통술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배다리술 박물관 오른편으로 난 작은 길이 다음 코스인 ‘수역이 마을’로 향하는 길목이다.(나뭇가지에 조그만 누리길 안내 리본이 달려 있다) 사실 안내도가 설치돼 있다 하더라도, 막상 걷기 시작하면 갈림길이 군데군데 있어 코스를 벗어나기 쉽다. 아직까지는 안내표지판 설치가 미흡한 편인 것 같다. 배다리술박물관을 향할 때만 하더라도 도로를 지나는 차들의 소음이 시끄러웠지만, 수역이 마을로 향하는 길은 고요하고 한적한 편이다. 텃밭에서 야채를 가꾸는 노부부와 그 옆을 지키는 허수하비는 한 폭의 그림같이 느껴졌다. 드디어 서삼릉 누리길 코스의 먹거리 촌인 수역이 마을이 나타났다. 본래 쭈꾸미 볶음으로 유명한 수역이 마을이지만, 산채보리밥, 한우불고기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들이 여러 곳 위치한다. 수역이 마을 중에서 다시 방향을 돌려 서삼릉으로 향했다. 서삼릉까지는 다소 오래 걸어야 하는 코스다. 옆으로는 넓은 밭들이 펼쳐져 있고, 비닐하우스 안에는 아직까지도 재배하지 못한 채소들이 보이기도 했다. 걷다보면 중간마다 식당이 있어 배고픔을 달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참을 걸었다. 차들이 많이 주차돼 있는 곳이 있어 궁금해 들어섰더니 이곳이 ‘허브 랜드’다. 슬슬 지쳐가던 차였던 터라, 향기로운 허브들도 구경하고 따뜻한 차 한 모금으로 갈증을 해소시켜 봤다. 
 걷기 코스라고 해서 무작정 걷는 것보다 잠시 쉬고, 놀며 체력안배를 잘하는 것도 건강한 걷기의 노하우인 듯싶다. 다시 출발. 얼마 가지 않아 어느덧 좌측에 서삼릉과 원당종마목장, 경마교육원 표지판이 함께 나온다.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서삼릉은 희릉, 효릉, 예릉 세 능을 말한다. 근처에 위치한 원당 종마목장은 넓은 평원과 산책로가 유명한 곳으로, 가족들이 피크닉 하기에 좋은 곳이다. 각종 체험도 진행하니 미리 알고 방문하면 좋다.
 다시 입구로 돌아와 농협 대학 방향으로 걸었다.  다리가 아프다면 버스로 서삼릉누리길 코스의 종점인 삼송역으로 향해도 된다. 041번 버스가 서삼릉과 원당종마목장 입구와 삼송역 사이를 오고간다. 농협대학을 지나면 삼송역 부근 세수동 마을이 나오며, 서삼릉 누리길은 끝이 난다. 걷기 코스이긴 했지만, 원당 허브 랜드, 종마목장, 서삼릉, 배다리술 박물관 등 볼 것 많은 관광 코스를 지나온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걷기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이곳들을 방문하는 차량들을 요리조리 피해야 하는 불편은 조금 감수해야 할 듯싶다. 서삼릉 누리길을 완주하면 약 2시간이 넘는다. 코스는 원당역-배다리술박물관-수역이마을-서삼릉, 경마연수원-농협대학-삼송역 부근이며 거리는 8.28km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김포둘레길 7개 코스
김포평야와 마을길 따라 걷는 아름다운 둘레길

 전국적인 걷기 열풍에 김포시도 빠질 수 없다.  ‘김포시 걷기동호회’는 2008년부터 김포둘레길 탐사대를 만들고 김포 길 141km를 탐사해 걷기 좋은 김포 둘레길 코스를 찾아냈다. 이 코스는 얼마전부터 경기도에서 정한 DMZ트레킹코스 평화누리길 중 김포1코스로 소개되기도 해 타 지역에서도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6~7일에는 ‘김포 둘레길 100km 이어 걷기 행사’를 열기도 했다. 김포평야, 임도, 철책 길, 마을길을 이어서 개발한 김포 둘레길은 아름답고 걷기 좋은 코스로 모두 7개 구간으로 나뉜다.
 리포터는 사우광장에서 장릉을 거쳐 가현산을 지나 양촌면 대포리로 이어지는 1코스 길 가운데 장릉산 둘레 길을 걸어보았다. 떡갈나무 잎이 바스락 거리고 마른 솔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산길은 가을빛을 듬뿍 머금고 있었다.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걸으니 마음도 따라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둘레길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에서 등산복을 차려입고 걷는 이들까지 다양했다. 감정동에 사는 김 아무개 씨는 “평소에 자주 운동하던 코스로 집에서 나와 두 시간이면 장릉산을 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 씨는 “걷기에 편안한 길이라 놀며 쉬며 걷는다”고 말했다.
 장릉산 옆에는 조선 16대 왕 인조의 부모인 인종과 인헌왕후의 무덤인 장릉이 있다. 경기도 문화재단 문화 관광 해설사인 김성이 씨는 “요즘은 장릉이 가장 아름다운 때”라고 소개했다. 장릉 내부 길 또한 둘레길 못지않게 잘 보존된 연못과 산책길이 아름다웠다.
 둘레 길을 걸을 때는 편안한 복장과 신발을 갖추는 것이 좋다. 각자 마실 물과 햇볕을 적당히 가려줄 모자는 필수다.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갖고 걷는다면 더욱 좋다.
문의: 김포시 걷기연맹 031-997-8337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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