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열린 웰빙 음식축제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 요리가 있었다. 바로 대화동 음식점 <매운해물돼지갈비찜>집에서 준비한 ‘매운해물돼지갈비찜’이었다. 해물찜, 갈비찜은 맛이 들어봤어도 해물과 돼지갈비를 함께 찜으로 만든 요리는 일찍이 없던 터라 사람들의 호기심을 잔뜩 자극한 것이다. 그날 들른 700명의 손님들이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 말은 “새로워요” “맛있어요” 였다. 대체 무슨 맛이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대화동 장촌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매운해물돼지갈비찜>을 찾아 맛의 비결을 알아보았다.
해물비린내, 돼지누린내 안 나는 독특한 찜 요리
맛있게 식사를 즐기는 손님 중에서 대화동 유희순 씨에게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유 씨는 모처럼 찾아온 친정 식구들과 함께 갈만한 식당을 찾다 누군가 “백병원 뒷골목으로 가면 돼지갈비찜 맛있게 하는 집 있다”고 해서 들렀다고 말했다.
“얼큰하고 맵고 입에 짝짝 붙는 맛이 있어요. 고기를 잘 안 먹는데 이 집은 괜찮네요. 성심껏 서비스 해주니 좋고요.”
유 씨는 해물하고 어울려 돼지 냄새도 나지 않고 해물 비린내 또한 느껴지지 않아 맛있다고 말했다. 유 씨의 딸은 남은 찜 요리의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며 “이 맛도 좋다”고 칭찬했다.
독특하고 맛있는 이 요리를 개발한 사람은 바로 <매운해물돼지갈비찜> 이석희 사장이다. 그는 식당에서 갈비찜을 먹으며 늘 부족한 맛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와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일 년 정도 실험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맛을 찾았다.
“뒷맛이 부족한 갈비찜 맛을 메워보려고 이것저것 넣어봤어요. 새우도 넣고 낙지도 넣었지만 맛이 아니었죠. 그러다 꽃게와 쭈꾸미를 넣었는데 아주 궁합이 딱 맞는 거예요.”
해물과 돼지갈비를 함께 찜으로 만든 요리는 덕양구 음식경연대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씨는 대화동에 새롭게 식당을 열고 본격적으로 매운해물돼지갈비찜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냉동고기를 사용했는데 익히고 난 다음 먹어보니 퍽퍽하니 맛이 없었다. 그래서 100% 생고기만을 사용한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맛은 포기할 수 없기에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생고기로 만드니 텁텁하고 질기던 맛이 잡혔어요. 식감이 좋아지니 만족입니다. 아쉬운 건 가격을 너무 싸게 해놓은 거라. 돼지 값도 올랐는데 올려 받을 수는 없고......... 돼지갈비찜 가격에 꽃게랑 쭈꾸미는 거저 드리는 셈이에요. 그래도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니까 좋죠. 돈 때문에 맛을 포기해서야 되겠어요?”
독특하고 새로운 이 요리가 다른 갈비찜과 또 다른 하나는 국물을 자작하게 넣는다는 것이다. 육수가 약간 줄어들 만큼 졸이면 그때가 가장 맛있는 순간이다. 적당히 우러난 해물 덕분에 시원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는 것. 꽃게와 쭈꾸미의 맛이 돼지냄새를 잡아 주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이틀에 10kg씩 팔려 또 준비해야 한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해물과 고기가 어우러진 찜전문점으로 재기 꿈꾼다
매운해물돼지갈비찜은 이름 앞에 ‘매운’이 들어가긴 했으나 똑같이 매운 맛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덜 매운 맛, 보통 맛 등 손님이 원하는 그대로 맞추어 낸다. 또 간을 짜게 하지 않아 끝까지 심심하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당기는 이유는 해물의 시원한 맛 덕분이다. 해물 자체가 시원한 맛이 있어 마지막까지 심심하면서도 개운하게 먹을 수 있는데, 좀 짭짤한 것을 좋아하는 이라면 양념을 더 달라고 해서 넣어 먹으면 된다. 주인장이 귀띔하는 매운해물돼지갈비찜을 맛있게 먹는 비결 중 하나, 바로 꽃게를 마지막에 먹는 것이다.
“꽃게는 맨 나중에 시원한 맛이 우러났을 때 먹어야죠. 꽃게는 끝 맛에 먹어야 진짜지.”
밑반찬은 백김치하고 미역냉국, 콩나물 무침 등 매운 맛을 덜어줄 수 있는 것들로 준비한다. 빨간 찜 요리와 색과 맛이 어울리는 밑반찬에 김치도 열무김치로 시원하게 내놓는다. 음식을 먹기 전에 양배추 적채 당근 부추를 채썰어 키위 드레싱을 끼얹고 땅콩고명을 올려 새콤하고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계란찜으로 속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 쯤 되면 이석희 씨를 요리전문가로 알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요즘 사정이 좋지 않은 인쇄업에 종사하다 부도를 맞아 두 번째 도전으로 식당을 열게 된 것. 사정을 아는 단골들은 그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 씨는 그에 보답하려고 또 새로운 메뉴 개발에 나섰다. 바로 ‘대통령 단골집 수제비를 일산에서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해주던 수제비 맛 그대로 직접 반죽해서 고추 맵게 썰어 놓고 콩나물 육수 빼서 시원하고 깔끔합니다. 단돈 4천원에 부담 없이 배 든든해지는 점심 메뉴로 준비했으니 많이 찾아주세요.”
부대찌개, 청국장 등 다른 메뉴도 사랑받지만 이 사장은 앞으로 찜 요리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는 해물과 어우러진 색다른 찜 요리를 준비한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문의 031-921-2387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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