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국세청 금융사 등 전문직 근무 대부분

지역내일 2001-09-14 (수정 2001-09-15 오후 12:32:44)
말과 피부색의 장벽을 딛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한국인들의 꿈이 무너져 내렸다.
이번 세계무역센터(WTC) 테러사건으로 실종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미국인들도 능력이 없으면 들어가기 어려운 미 국세청, 유명 금융회사 등에 근무하다 변을 당했다. 이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주변의 애를 태우고 있다.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인 이들은 빌딩 고층부에서 근무중이어서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나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WTC 102층에 있던 ESPEC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강준구(35)씨는 사고당일인 11일 오전 뉴저지 집을 나서 출근한 뒤 연락이 끊겼다.
부인과 2살, 4살배기 두 딸을 두고 있는 강씨는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온 1.5세로 얼마 전 부터 이 증권회사의 매니저로 일해 왔었다.
WTC 93층에 있던 프레드 앨저 매니지먼트에서 일하던 앤디 김(한국명 김재훈·28)씨도 역시 11일 오전 뉴저지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 한인 2세로 명문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한 후 재정분석가로 이 회사에 일하고 있다.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고 86층의 국세청(IRS) 사무실에서 근무중이던 이현준(32)씨는 결혼 6개월만에 사고를 당했다.
남편과 함께 독립회계사 사무실을 차리기 위해 대학원에서 공인회계사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부인 김진희(28)씨는 남편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맨해튼일대 병원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남편의 소재를 찾고 있다.
이씨는 고교생이던 81년 홀로 미국으로 건너와 닥치는 대로 막노동을 하며 얻은 영주권으로 가족들을 초청했다.
89층 메트라이프보험사에 근무하다 연락이 끊긴 박혜영(여)씨의 경우 주변에 사건현장에서 본 사람이 있다는 제보에 따라 가족들이 애타게 생존소식을 기다리고 있으나 13일 오전 현재 생사확인이 아직 되지 않고 있다.
박씨의 동생 진한씨는 누나의 사진을 들고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맨해튼 일대병원을 돌아다니고 있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이번 테러로 실종된 이명우(42)씨는 뉴욕 주정부 세무감사관으로 WTC 86층에서 근무했다.
이씨의 부인 박미영(37)씨도 남편의 사진을 들고 다니며 남편의 행방을 찾고 있다.
한인 희생자 추가 확인
전대미문의 뉴욕·워싱턴의 동시 다발테러에 의한 한국인 희생자가 2명으로 늘었다. 두 번째 희생자는 국방부 청사와 충돌한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주미대사관 영사과에 따르면 11일 오전(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로 가기 위해 워싱턴 인근의 덜레스국제공항을 출발한 후 국방부 청사(펜타곤)에 추락한 아메리칸항공 77편에 미국 국적 보유자인 이동철(48)씨가 탑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잉항공 엔지니어인 이씨는 워싱턴과 인접한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에 살고 있으며 유가족으로는 이정미씨와 자녀 3명이 있다.
영사과는 이씨의 장례식이 오는 15일 오전에 거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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