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말도당굿 자료부문 문화부장관상 수상한 우물을 파는 것은 쉽지 않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자기 고장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 또한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지난 9월28일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한 제25회 전국향토문화 공모전에서 ‘장말도당굿-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굿’으로 자료부문 최우수상인 문화관광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한 한도훈(49)씨. 그는 지난 10여 년간 부천 향토사를 연구하는데 인고의 시간을 바쳐왔다. 이번 수상 소식은 200년의 역사를 가진 부천의 장말도당굿을 3년간 연구한 끝에 안은 쾌거다.
향토사를 연구하는 유일한 부천사람
전남 나주 출신으로 부천에 정착한 그는 부천시민신문사 창간 멤버, 부천실업고 국어교사, 부천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부천이뉴스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한 씨의 화려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이력이다. 돈 되는 일은 마다하고 언제나 변방에서 활동해온. 그의 출간 저서인 ‘부천의 땅이름 이야기(2002년)’와 ‘신나게 부천을 배우자(2005년)’ 등도 부천의 향토 문화와 관련된 책들이다. “옛 땅의 이름이 사라져가기 전에 조사하고 글을 썼기 때문에 부천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고 자부해요. 부천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남기기 위한 사진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부천시사와 부천디지털문화대전, 뉴타운기록콘텐츠 사업을 부천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진행했던 점을 아쉬워한다. 수박겉핥기식의 자료로 부천을 나타내고 떠나면 그 뿐이라는 것이다. “부천 향토사를 정리해서 90만 부천시민의 충실한 자료가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부천시에 바랍니다. 향토사 연구에 관심을 써주세요. 때론 부질없는 일이란 생각도 하지만 부천에 뿌리 내리고 있는 이상 내 고장을 아끼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부천 지도나 땅이름 표지판에도 많은 오류가 보여요. 이를 바로 잡는 일도 시급하지요. 부천의 뿌리인 향토문화를 굳건히 세워야 합니다. 문화특별시의 위력을 보여주세요.”
도당굿의 세계에 빠.지.다
한 씨가 장말(중동시장과 상동시장 중간에 위치)도당굿을 만난 것은 부천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으로 활동할 때였다. 부천문화원이 주관하는 장말도당굿 시연에 참석했던 날, 그는 굿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부천에는 마을마다 행해졌던 조마루(원미동)도당굿, 사래이(상동)도당굿들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것은 장말도당굿 뿐이었다.
“여러 번 시연에 참석했어요. 굿을 이끌어가는 무가를 이해하기 전엔 그저 무녀와 화랭이들이 웅얼거린다고 생각했는데 무가를 해설하면서부터 그 내용이 귀에 들리더라고요. 참으로 많은 사연이 무가에 담겨 있었어요. 이제는 굿의 장면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입니다.”
3년 동안 굿만 생각했다. 모든 것을 꼼꼼히 기록했고 고 장한복 도당할아버지를 만나 인터뷰도 했다. 그러면서 20년 전 문화부가 발간한 전국 굿에 관한 책자를 기초로 장말도당굿의 기본 틀을 짜기 시작했다. “평양다리굿, 진오귀굿, 강릉단오굿, 씻김굿 등 많은 굿이 있었지만 장말도당굿의 무가 해설은 가장 어려웠어요. 중국 고전, 중국과 우리 땅이름, 벼슬 과 세간 명칭 등의 생활상이 총망라되어 있었으니까요.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려고 했지만 모르는 단어를 찾는 재미에 푹 빠지다보니 마지막까지 올 수 있었어요.”
무가 이해하면 미신 편견 사라질 것
덕수장씨를 주축으로 하는 장말도당굿 추진위원회는 매 년 음력 10월10일이면 시민들에게 굿을 시연하며 우리 것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헌데 장말도당굿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200년 전 부천 장말에 정착한 덕수장씨가 조상신을 모시기 위해 마을 잔치를 연 것이 그 효시다. 부천에 살던 무형문화재 98호 고 조한춘 화랭이는 굿을 총 지휘했고 장한복 할아버지는 평생 도당신을 입고 장문을 잡고 꽃반을 세워왔다. 이 굿은 우리나라 굿 가운데 유일무이한 특징을 갖고 있다. 강신무나 세습무의 무격을 지닌 다른 굿들에 비해 도당할아버지를 모셔온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 도당할아버지인 장현수씨는 마을 주민으로 생활하다가 굿할 시간이 오면 부정 타지 않도록 목욕재계하고 도당신을 받아 굿에 임한다.
“장말도당굿은 미신으로 치부돼 이해의 폭이 좁아요. 부천에는 토박이가 줄고 외지인이 많아서 굿에 대한 관심도 없는 형편이죠. 하지만 이 굿은 문화, 역사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한 부천의 문화유산입니다. 많은 시민들이 무가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 것을 받아들일 때 미신의 선입견은 사라질 거라고 믿어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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