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뿔났다. 남편과 아이를 1순위에 올려놓고 살았던 아줌마. 누구의 아내로 누구의 엄마로 몇 동 몇 호 아줌마로 존재감 없이 살던 그녀들이 이름 석 자를 찾아 나섰다. 결혼과 함께 접었던 꿈을 향해,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시작됐다!
광주 지역 30, 40대 주부들의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졌다. 아파트 통로 모임이나 찜질방, 산악회 등 친목과 취미 활동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소모임 중심으로 종류도 다양해지고 파격적이다. 음악 밴드를 결성해 공연 활동을 하거나 해외 배낭 여행, 영상 제작에 참여해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남자들만 하는 운동으로 여겼던 야구, 축구, 스케이트 모임도 생겨났다. 고전읽기와 팝송 부르기, 캠핑 모임도 규모는 작지만 호응이 좋다.
모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 4월에 결성된 ‘줌마 밴드’는 수 개월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10월 30일 창단 공연을 앞두고 있다. 비좁은 지하 연습실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 을 준비하는 주부들로 그 열기가 뜨겁다. 해외 배낭 여행 ‘우리는 시간나면 떠난다’는 올해 3기 회원을 맞아 10월 29일 싱가포르로 배낭을 꾸렸다. 광주여성센터의 영상 제작 동아리 ‘틈’은 다음 달 제 1회 광주여성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동호회 활동으로 삶의 에너지 얻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일 평균 42.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30, 40대 주부들의 자살 원인을 살펴 보면 생활고나 가사, 육아 스트레스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남구 봉선동의 김은선(가명 38)씨는 평소 세 자녀를 키우며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심한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애들 데리고 마땅히 갈 곳이 없어요. 하루 종일 집에서 애들과 씨름하다 보면 지치고 우울해요. 답답해도 어디 가서 풀 곳이 없는데 저도 모르게 나쁜 마음까지 먹게 되더라구요.”
육아에 집중해야 하는 30, 40대 주부들에게 충분한 삶과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절실하다. 실제 밴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회원은 음악 봉사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고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주부 우울증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도록 노력하며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한다.
새로운 도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보면 ‘컴백마돈나’라는 아줌마 밴드를 결성해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내용이 나온다. 주부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부럽다”, “나도 하고 싶다” 하면서도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을 갖는다. 돈과 시간이 주어질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동호회에 참여하고 있는 주부들을 만나보면 사정이 다르다. ‘줌마 밴드’의 경우 광주여성회와 지역 밴드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악기 구입비와 강습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해외 배낭 여행 동호회 ‘우리는 시간나면 떠난다’는 한 달 5만원 안팎의 돈을 모아 직접 여행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저렴한 경비로 해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시간은 어떻게 활용을 할까. 한 주부는 새벽에 하는 배달 업무를 마치고 참여한다. 남편 사업을 도와 경리 일을 하면서 틈틈이 공연 활동에 참여 하는 주부도 있다. 도전과 용기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줌마 밴드’의 주관을 맡고 있는 광주 여성회 박현정 대표는 “주부들이 겉은 웃고 있어도 속은 곪아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오디션에 참가한 주부들 대부분이 악기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었는데, 지금은 실력도 좋지만 창단 공연을 적극적으로 준비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해요.”
이제 주부 동호회 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광주 아줌마들 다 모여라!
샤우팅 ‘줌마 밴드’
“한 사람의 아내로, 아무개의 엄마로 살면서 잠시 잊었던 내 이름을 뜨겁게 찾았습니다......” 줌마밴드 창단 공연 포스터의 초청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2010년 4월 결성. 광주여성회 후원으로 2개 팀의 ‘줌마밴드’가 탄생했다. 드럼과 보컬, 베이스, 일렉기타, 키보드 를 담당하는 오전반과 오후반이 맹연습 중이다. 일렉 기타를 맡고 있는 최현숙씨는 불과 1년 전 암환자였으나, ‘줌마 밴드’로 제 2의 인생을 찾았다. 얼마 전에는 사연이 방송에 소개돼 유명세를 타며 활동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우시떠로 통하는 ‘우리는 시간나면 떠난다’
지난 22일 저녁 금호동의 한 감자탕 집에서 출발 번개가 열렸다. 최종 점검을 위해서다. 2007년 9월에 결성, 올해 3기를 맞고 있다. 1기는 홍콩, 2기는 괌, 3기는 30여명의 회원이 싱가포르로 짐을 꾸린다. 주로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자유 여행을 만끽할 계획이다. 모임장 김현진(40)씨는 주부로서 쉽지 않은 해외 여행의 고정 관념을 깨보고자 모임을 시작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밥 하던 아줌마 ‘틈’
첨단에 위치한 광주여성센터 영상제작 동아리 ‘틈’. 광주여성영화제 준비로 회의가 한창이다. 2009년 2월에 결성해 집에서 밥하던 아줌마들이 모여 ‘틈’나는 대로 카메라를 잡았다. 올해 시민영상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내친김에 다음 달 제 1회 광주여성영화제를 개최한다. 직접 제작한 영상물 3~4편과 상영할 영화 선정, 포스터 붙이는 일까지 모두 회원들의 몫이다. 소외된 이웃과 여성들의 진솔한 삶을 카메라에 담아갈 계획이다.
긍정적인 마인드 ‘예스밴드’
2010년 5월 결성. 40대 주부들로 구성되었으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공연 활동에 참여 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도 도청 앞 연등 축제, 생명 나눔 콘서트, 실로암 장애인 시설 공연 등 음악 봉사를 통해 이웃과 행복을 나누고 있다.
이 밖에도 ‘맛있는 캠핑’, ‘핑클여성축구단’, ‘스윙이글스여자야구단’, ‘아이스 쿨’ ‘고전읽기’와 같은 동호회가 우후죽순 활동중이며, ‘포비스 여자야구단’에서는 창단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조 안 리포터 annarbor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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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 30, 40대 주부들의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졌다. 아파트 통로 모임이나 찜질방, 산악회 등 친목과 취미 활동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소모임 중심으로 종류도 다양해지고 파격적이다. 음악 밴드를 결성해 공연 활동을 하거나 해외 배낭 여행, 영상 제작에 참여해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남자들만 하는 운동으로 여겼던 야구, 축구, 스케이트 모임도 생겨났다. 고전읽기와 팝송 부르기, 캠핑 모임도 규모는 작지만 호응이 좋다.
모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 4월에 결성된 ‘줌마 밴드’는 수 개월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10월 30일 창단 공연을 앞두고 있다. 비좁은 지하 연습실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 을 준비하는 주부들로 그 열기가 뜨겁다. 해외 배낭 여행 ‘우리는 시간나면 떠난다’는 올해 3기 회원을 맞아 10월 29일 싱가포르로 배낭을 꾸렸다. 광주여성센터의 영상 제작 동아리 ‘틈’은 다음 달 제 1회 광주여성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동호회 활동으로 삶의 에너지 얻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일 평균 42.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30, 40대 주부들의 자살 원인을 살펴 보면 생활고나 가사, 육아 스트레스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남구 봉선동의 김은선(가명 38)씨는 평소 세 자녀를 키우며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심한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애들 데리고 마땅히 갈 곳이 없어요. 하루 종일 집에서 애들과 씨름하다 보면 지치고 우울해요. 답답해도 어디 가서 풀 곳이 없는데 저도 모르게 나쁜 마음까지 먹게 되더라구요.”
육아에 집중해야 하는 30, 40대 주부들에게 충분한 삶과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절실하다. 실제 밴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회원은 음악 봉사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고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주부 우울증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도록 노력하며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한다.
새로운 도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보면 ‘컴백마돈나’라는 아줌마 밴드를 결성해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내용이 나온다. 주부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부럽다”, “나도 하고 싶다” 하면서도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을 갖는다. 돈과 시간이 주어질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동호회에 참여하고 있는 주부들을 만나보면 사정이 다르다. ‘줌마 밴드’의 경우 광주여성회와 지역 밴드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악기 구입비와 강습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해외 배낭 여행 동호회 ‘우리는 시간나면 떠난다’는 한 달 5만원 안팎의 돈을 모아 직접 여행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저렴한 경비로 해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시간은 어떻게 활용을 할까. 한 주부는 새벽에 하는 배달 업무를 마치고 참여한다. 남편 사업을 도와 경리 일을 하면서 틈틈이 공연 활동에 참여 하는 주부도 있다. 도전과 용기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줌마 밴드’의 주관을 맡고 있는 광주 여성회 박현정 대표는 “주부들이 겉은 웃고 있어도 속은 곪아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오디션에 참가한 주부들 대부분이 악기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었는데, 지금은 실력도 좋지만 창단 공연을 적극적으로 준비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해요.”
이제 주부 동호회 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광주 아줌마들 다 모여라!
샤우팅 ‘줌마 밴드’
“한 사람의 아내로, 아무개의 엄마로 살면서 잠시 잊었던 내 이름을 뜨겁게 찾았습니다......” 줌마밴드 창단 공연 포스터의 초청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2010년 4월 결성. 광주여성회 후원으로 2개 팀의 ‘줌마밴드’가 탄생했다. 드럼과 보컬, 베이스, 일렉기타, 키보드 를 담당하는 오전반과 오후반이 맹연습 중이다. 일렉 기타를 맡고 있는 최현숙씨는 불과 1년 전 암환자였으나, ‘줌마 밴드’로 제 2의 인생을 찾았다. 얼마 전에는 사연이 방송에 소개돼 유명세를 타며 활동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우시떠로 통하는 ‘우리는 시간나면 떠난다’
지난 22일 저녁 금호동의 한 감자탕 집에서 출발 번개가 열렸다. 최종 점검을 위해서다. 2007년 9월에 결성, 올해 3기를 맞고 있다. 1기는 홍콩, 2기는 괌, 3기는 30여명의 회원이 싱가포르로 짐을 꾸린다. 주로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자유 여행을 만끽할 계획이다. 모임장 김현진(40)씨는 주부로서 쉽지 않은 해외 여행의 고정 관념을 깨보고자 모임을 시작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밥 하던 아줌마 ‘틈’
첨단에 위치한 광주여성센터 영상제작 동아리 ‘틈’. 광주여성영화제 준비로 회의가 한창이다. 2009년 2월에 결성해 집에서 밥하던 아줌마들이 모여 ‘틈’나는 대로 카메라를 잡았다. 올해 시민영상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내친김에 다음 달 제 1회 광주여성영화제를 개최한다. 직접 제작한 영상물 3~4편과 상영할 영화 선정, 포스터 붙이는 일까지 모두 회원들의 몫이다. 소외된 이웃과 여성들의 진솔한 삶을 카메라에 담아갈 계획이다.
긍정적인 마인드 ‘예스밴드’
2010년 5월 결성. 40대 주부들로 구성되었으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공연 활동에 참여 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도 도청 앞 연등 축제, 생명 나눔 콘서트, 실로암 장애인 시설 공연 등 음악 봉사를 통해 이웃과 행복을 나누고 있다.
이 밖에도 ‘맛있는 캠핑’, ‘핑클여성축구단’, ‘스윙이글스여자야구단’, ‘아이스 쿨’ ‘고전읽기’와 같은 동호회가 우후죽순 활동중이며, ‘포비스 여자야구단’에서는 창단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조 안 리포터 annarbor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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