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인터뷰 / 젊은 청년의 목소리 ‘논골남성실버합창단’

음악으로 승화시킨 활기찬 노년의 앙상블

지역내일 2010-10-30


지난 10월 4일, 강남구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강남구 남성실버합창단인 ‘강남논골남성합창단’이 식전 공연으로 ‘산촌’이라는 노래를 선보였다. 별 기대를 안 했던 관객들은 뜻밖의 노래실력에 귀를 쫑긋 세웠다. ‘경복궁타령’이 끝나자 1,600여명의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한마디로 감동의 물결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한 어르신은 “영감들이 노래를 하면 얼마나 하겠어, 목소리나 나올까”걱정했는데 “30대 청년 같은 우렁찬 목소리와 깊은 음색, 멋진 하모니에 놀랐다”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60세 이상 남성 어르신으로만 구성된 강남구 유일의 ‘강남논골남성합창단(이하 논골합창단)’이 창단 이래 첫 공연을 마쳤다. 실버들의 합창이 같은 연령대의 실버들뿐 아니라 그들의 노래를 들은 수많은 관객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는 평이다.


 


음악과 연애하는 실버들의 우렁찬 합창


10월의 햇살이 따가운 지난 19일 논골노인복지관 6층 연습실에서 만난 ‘논골합창단’ 단원들은 지난 공연 얘기들을 나누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목소리가 쩌렁쩌렁한 게 젊은 청년들 같더래.”


“손녀가 ‘할아버지!’하고 부르며 무대까지 올라와서 꽃다발을 안겨주는데……그 벅찬 감동은 말로 다 못해.”


연습 전 차를 마시며 서로 인사도 나누고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30분, 어디선가 바람처럼 나타난 논골합창단의 지휘자 장재영씨가 한순간에 분위기를 제압한다.


“자, 넥타이 풀고 편하게 단추도 하나씩 풀고……아 아아~~자, 발성 연습에 들어갑니다.”


지휘자의 지도에 따라 어르신들은 자세를 꼿꼿이 세우고 “아아아~~~”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며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자 어디선가 낯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다음 공연을 위해  ‘사공의 그리움’을 연습하는 단원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활기찼다.


 


남은 여생 음악으로 승화시킨다


연습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논골합창단’ 멤버 중 최고 연장자인 남상엽(72세, 퇴임 전 한전 근무)씨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한 때는 퇴직 후의 삶에 적응이 안 돼 방황도 하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던 남씨. 여의도에 있는 문화센터를 1년여 동안 출근하다시피 한 적도 있다. 남씨는 “정년퇴임한 지 15년 만에 자신에게 맞는 삶의 활력소를 찾았다”며 합창단 활동에 대해 “삶의 연륜을 음악으로 승화시킨다는 데 의미가 깊다”며 “이곳에 와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남은 여생 노래와 함께 할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들이 장가가는 날 아버지가 식장에서 축가를 불러주는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멋지게 불러준다면? 황선철씨(64세, 퇴임 전 교사)가 바로 아들 결혼식에서 아들 부부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하며 축가를 불러준 주인공이다. 본인 스스로 노래를 좀 한다고 자부하는 황씨는 요즘 그동안 하고 싶었던 노래를 맘껏 할 수 있어 마냥 신난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합창단 활동을 해보고 나이 들어 다시 합창단원이 되어 노래하니 젊은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며 “가족들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어 더 열심히 연습에 매진할 수 있다”고 밝게 웃는다. 교회 성가대 활동에서부터 논골합창단원, 강북구립합창단 단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못다 핀 노래의 한을 유감없이 풀고 있는 황씨의 미래의 꿈은 ‘지휘자’다. 박자와 리듬감이 떨어져서 지휘자가 된다는 것은 욕심처럼 여겨진다는 황씨. 그의 꿈이 머지않은 미래에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3개월밖에 안 됐지만 이곳에 오면 벗들과 목욕탕에서처럼 홀딱 벗고 가식 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마누라 보다 좋아요.”


논골합창단의 총무를 맡고 있는 최용훈(67세, 현재 약국 경영)씨는 이곳에 오면 왕년에 무엇을 했든 상관없이 노래하는 벗들과 한 식구처럼 지내는 게 그리 좋을 수 없다고 한다. 서로 허물없이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있는 분위기가 바로 논골합창단의 힘이라며 서로 화합이 잘 되니 노래의 하모니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말한다.


지난 7월 창단해 전문가의 오디션을 거쳐 당당히 뽑힌 단원들은 전직 교수, 회사원, 경영자 등 각기 다른 이력을 가졌다. 악보를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이에서 교회 성가대의 지휘자로 활동하는 베테랑 실력자들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논골합창단 단원들은 음악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은 탓인지 너나없이 활기차고 건강하다는 점이다.


순수 아마추어 남성4부 합창단인 ‘논골합창단’의 단원은 제1테너 5명, 제2테너 7명, 바리톤 6명, 베이스 3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번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연습실에 나와 두 시간 동안 전문 지휘자의 지도 아래 맹 연습중이다. 첫 공연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은 12월 2일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지는 서울시 주최 ‘시니어예술제’, 논골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길 기원해 본다.


김지영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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