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온라인 백화점 상품권 사용기

2~3일 기다리고, 등기비까지 내라고?

지역내일 2010-10-29
최근 인생의 보너스가 한꺼번에 날아들었다.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받은 백화점 3사의 상품권. 기쁜 마음에 지갑에 감춰두었다가 슬슬 쇼핑거리를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 딸린 아줌마가 백화점까지 내달리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클릭 한 번으로 쇼핑몰 문턱까지 도착하는 온라인으로 시선을 돌리자 싶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백화점 계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권 사용하기가 시골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마냥 불편했다. 그 이유, 지금부터 들어보시라.

상품권을 쓰려면 우체국으로 출동하라?
남편과 아이가 잠든 늦은 밤, 지갑에서 살며시 상품권을 꺼내어 쇼핑 천국에 몸을 날렸다. 해당 상품권 뒷면에 표기된 백화점 계열 온라인 쇼핑몰이었다(롯데백화점은 롯데닷컴과 롯데홈쇼핑,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몰, 현대백화점은 Hmall과 현대홈쇼핑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졸음을 달아나게 만든 잇 백과 잇 슈즈의 행사 알림창에 마음을 뺏겼다 3시간 만에 원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얘기, 자식에게 숟가락 내밀 때만은 아니었다.
어라? 그런데 일이 복잡해졌다. 막상 백화점 (종이) 상품권으로 결제하려니 온통 가시밭길이다. 쇼핑몰에서 안내하는 ‘긴’ 설명문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쇼핑몰에서 구매한 뒤 우체국에서 해당 쇼핑몰에 상품권을 유가증권 등기로 보낸다. 담당자가 확인 작업을 거쳐 온라인 적립금으로 전환해주면 비로소 험난한(?) 여정이 끝난다. 혹 여유가 있다면 해당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을 하고 백화점 상품권 데스크에서 적립금으로 바꿀 수 있다. 집에서 편안하게 물건을 구입하려고 했건만 생각지도 않게 우체국과 백화점으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소요 시간도 마음에 걸렸다. 우체국에서 등기로 부치고 담당자가 확인하는 시간은 2~3일. 이마저도 영업일을 기준으로 하니 주말이 끼었다면 실제 처리 기간은 4~5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시 말해 금요일에 부친다면 월요일에 우편물이 도착, 다음 날에나 담당자가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 슈렉이 ‘겁나 먼’ 나라에 찾아가는 심정이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유가증권 등기비까지 고객이 부담한다?
수틀리는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체국에서 유가증권 등기비까지 지불해야 할 상황이었다. 실제로 롯데닷컴과 신세계몰에서는 고객이 유가증권 등기비를 지불해야 했다. 등기비를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곳은 Hmall뿐. 보통 등기비는 등기우편 비용에 수수료가 추가되는 형식인데 수수료는 5만 원까지 1천 원, 여기에 5만 원이 추가될 때마다 500원씩 올라간다. 예를 들어 상품권 10만 원 권을 기본 등기우편으로 보낸다면 3천400원 남짓이 지갑에서 나가는 셈. Hmall의 경우 등기비를 적립금으로 돌려준다니 감사한 마음 가득하지만, 이 푼돈(?)을 사용하려면 다시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해야 했다. 이도 저도 꺼림칙했다. 다행히 환불 규정은 3사 모두 백화점과 동일해서 60퍼센트 이상 결제하면 해당 계좌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쯤에서 정말 궁금했다. 왜 백화점 상품권은 문화상품권처럼 스크래치 방식으로 온라인에서 ‘쉽게’ 결제할 수 없는 걸까. 평소 친한 백화점 관계자의 옆구리를 찌르니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왔다. “바코드에서 일련번호로 시스템을 전환해야 하는데 현재 온라인에서 상품권 결제 비율은 (해당 회사의 경우) 0.01퍼센트에 불과하다. 여기에 스크래치 형식이 백화점 상품권의 (고가) 이미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에둘러 말했지만 숨은 의도는 뻔하다. 그렇게 답답하면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라는 것. 예부터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지 않던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유턴!
밤새 복잡한 쇼핑 절차를 숙지하고 나니 온라인 쇼핑에 회의가 들었다. 시간을 쪼개어 우체국에 가는 것도, 2~3일 동안 기다리는 것도, 택시비에 맞먹는 등기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눈을 돌린 것이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계열사. 자세히 살펴보니 백화점 상품권은 생각보다 많은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신세계백화점은 이마트를 비롯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교보문고, 영풍문고, 스타벅스에서 사용이 가능했다. 가족 외식 장소인 아웃백스테이크, 빕스, 베니건스, 씨푸드오션, 토니로마스, 스파게띠아, 세븐스프링스 등도 결제 가능 공간. 롯데백화점 상품권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롯데시네마가 사용처로 가장 만만했다. 특히 롯데, 동화, 워커힐, 파라다이스, 신라, AK 면세점에서 모두 취급한다는 사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신세계상품권처럼 다양한 외식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알아본 현대백화점 상품권은 사용 폭이 가장 좁았다. 대신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에서 문화 공연을 관람할 수 있으니, 주말에 사용한다면 최선일 듯했다.
중요한 사실은 자신의 평소 취미 생활과 생활 동선을 파악한 뒤 백화점 상품권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 외식업체의 경우 통신사 멤버십카드와 중복 할인이 가능해 만족도가 높을 듯했다. 물론 온라인 쇼핑몰도 싫고 가맹점 사용도 귀찮다면, 하루 날 잡아 백화점에서 쇼핑 홀릭에 빠질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박지현(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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