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이 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다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도곡동에 있는 은광여자 고등학교 ‘다문화연구 동아리’는 다문화 주민을 만나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또 함께하면서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려는 여고생들의 모임이다.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어른들이 무색하게 순수하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다문화 주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다문화 연구 동아리 회원들을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 다문화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의 자질이 엿보인다.
외국 문화는 신기해
다문화 연구 동아리는 명칭에 걸맞게 다문화에 대한 공부를 먼저 시작했다. 그리고 회원들은 지난 7월, 2회에 걸쳐 서울 세종고에서 열린 다문화 글로벌 아카데미에 참가해 전문가로부터 다문화에 대한 현황과 실상에 대해 배웠다. 또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몽골 사람들을 만나 각 나라의 음식도 만들었다. 여름방학에는 다문화 아동이나 가족을 지원하는 사회복지 법인인 한국펄벅재단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강남구 다문화 가족 일곱 쌍의 합동결혼식이 있었다. 동아리에서는 피로연에 입을 한복을 신부에게 기증했다. 학생들이 직접 외국인 신부의 신체 치수를 재고 색깔에 대한 취향을 물어 한복을 마련해 결혼을 축하해 준 것이다.
이처럼 동아리 학생들은 다문화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각을 갖춘 후에 다문화 주민을 만났다. 이런 절차를 거친 것은 이 동아리를 지도하는 조효완 교사가 “아무런 지식 없이 다문화나 다문화 주민을 접했을 때 학생이나 다문화 주민 모두 서로 오해하거나 실망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아리 회원의 부모도 자녀를 힘껏 돕는다. 부모 역시 다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도 있고 또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성인인 결혼이주민을 대할 때 받을 수 있는 문화적인 충격이나 돌발 상황에 완충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만나면서 배우고 또 생각도 달라져
동아리 회원들은 지난 7월, 한국펄벅재단에서 결혼이민자인 엄마가 한국 음식을 배우는 동안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를 했다.
1학년 황시정양은 외모가 다르지만 우리말도 잘하고 자연스럽게 따르는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사실 황양은 “그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우리말도 서툴고 또 문화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며 “내 스스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날 만난 다문화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나이가 어린 아이보다 많은 아이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그 가운데 한 남자아이는 “난 불행해요. 아빠도 돌아가시고 나는 뭘 해도 안돼요”라고 비관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2학년 김준아양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것 때문에 더 상처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들은 결혼 이주자에게 한복을 기증하면서 또 한 번 많은 것을 배웠다. 학생들은 주최 측인 강남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의견대로 기증받은 중고 한복과 새로 구입한 한복 등 총 20벌의 한복을 정성스레 준비해 외국인 신부에게 건넸다.
한복을 받고 반가워하는 신부도 있었지만 시큰둥한 신부도 있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한복이 아니라거나, 혹은 신부인데 새 것이 아닌 기증받은 중고 한복은 서운하다는 반응이었다. 한복을 마련하느라 고생했던 동아리 부장 진소라양은 그들이 한복을 받고 무척 기뻐하리라고 기대했는데 막상 그들의 반응을 보고 당황했고 급기야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리 우리의 전통 한복을 선물로 주었지만 그들에게도 선물을 고를 선택권이 있는데 좀 더 배려하지 못했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었다. 또한 신부인데 중고 한복은 섭섭할 수도 있었겠다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문화 활동 초기라 그들의 문화를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진양에게서 다문화나 결혼이주자에 대한 이해가 많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편견을 버리고 함께하는 마음으로
동아리 회원들은 자신들도 마음속에 다문화 거주민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있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생각이 변했다고 이야기한다. 1학년 주선정양은 “그들도 우리나라에서 한국문화를 배우며 우리와 같이 사는 사람들인데 이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때 비로소 차별이 없는 다문화 사회가 이루어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의젓하게 말한다.
김준아양은 사회에서 쓰는 용어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동남아 이민자와 결혼하면 ‘다문화 가정’이고 선진국 사람과 결혼하면 ‘국제결혼’이라고 말하는 것과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이 일하면 ‘외국인 노동자’인데 학교나 학원에서 일하는 원어민 교사에게는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김양은 “사회에서 갖는 편견이 자연스레 용어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모두에게 외국인 근로자라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봉사활동으로 장래의 희망도 생겼다. 진소라양은 처음에는 막연하게 경영학과에 진학해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생활여건이 좋지 못한 다문화 주민을 접하고 보니 계획이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사회적 기업으로 ‘다문화 레스토랑’을 만들어 다문화 주민이 차별 없이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또 이익금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의 교육비로 쓰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진양의 계획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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