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을 준비 중인 수원여고

꿈을 되찾은 그들, 제자리로 돌아가다!

지역내일 2010-10-27 (수정 2010-10-27 오후 10:13:03)


11월 13일~14일 제6회 청소년연극축제한마당의 막이 오른다. 작년에는 최우수단체상을 수상한 수원여고 연극동아리 ‘수레’는 올해 3번째의 출사표를 던진다. ‘제자리표’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청소년 문제에 기성세대의 잘못도 있음을 당당히 외치고 있는 그녀들. 자신들이 바라보는 또래의 자화상, 전개가 사뭇 궁금해진다.


청소년의 문제, 진정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문제 청소년들을 밀착 취재하기 원하는 이기자는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채 이들이 모인 쉼터로 잠입한다. 기자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사연들을 적어나가는데…. ‘제자리표’는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극중 성격을 가늠하게 해 준다. 부모의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 때문에 견디다 못해 가출한 해맑음, 병원비를 감당 못 해 병든 할머니를 병원에 버려두고 도망 온 조손(祖孫)가정의 사가지, 가수지망생이지만 허락하지 않은 부모님과 새엄마와의 계속되는 갈등으로 쉼터에 온 방정희와 사차원,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에게 버림받아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차가운. 기자는 이들이 토해내는 아픔에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되새기게 된다. 사회·학교·가정이 이들을 몰아냈던 것. 아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감싸 안는다. “너는 이제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있잖아. 우리가 도와줄게!” 차가운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이 한마디는 우리 모두가 이들에게 건네야 할 위로와 화해의 말은 아닐까.
 대본과 연출을 맡았던 인희(고2)는 “자료조사와 관련자 분들의 도움으로 대본을 완성해 나가면서 그들과 또래인 나 자신도 문제 청소년들에 대한 편견이 많았음을 반성했다. 제자리표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 아이들이 힘든 시간을 겪고 가정으로 되돌아가게 된다”고 전했다.


18년 전통의 ‘수레’ 가 만들어내는 연기, 웃음과 울음이 함께 해
 때로는 여고생의 발랄함이 묻어나는 웃음을, 때로는 깊은 슬픔으로 울음을 만들어가는 그녀들의 연기에 감탄이 절로 난다.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대사들, 전혀 어색함이 없이 배역에 맞아 떨어진 연기로 학교 축제 때 선보인 ‘제자리표’는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고.
 사실 연극동아리 팀원들에도 쉼터는 경험해보지 못한 공간. ‘이기자’ 역의 기장 아영(고2)이는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의 기자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나름대로 기자역을 해석했고 나중에는 정말 기자처럼 문제 청소년들에게 많은 관심이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그간의 변화를 말한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부모에게 버림받은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감정이입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무대에서는 ‘차가운’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는 유진(고2)이의 설명도 이어졌다. 지혜(고2)도 연기를 하면서 주변 환경으로 탈선한 그들에게 진심으로 연민이 느껴졌단다. 아픔을 함께 하는 마음, 공감의 힘이야말로 보는 이들마저도 연극 속으로 푹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수레의 역사는 18년. 그 세월의 흐름은 결코 녹록치 않은 저력을 보여준다. 1,2학년 13명이 똘똘 뭉쳐 이루어 가는 팀워크는 연기자와 스텝이 전대사를 모두 외우는 열정에서도 드러난다. 조화가 중요한 연극은 상대의 대사도 알아야 하거니와, 혹시 사정이 있어 누군가가 참석치 못해도 대역을 하면서 차질 없이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조명을 맡은 영은(고2)이와 채원(고1)이는 “조명과 음향 등도 극의 생동감을 더해 연기자를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일이다. 전체적인 극의 흐름과 대사를 알아야 실수 없이 완벽하게 준비를 할 수 있다”며 작품을 위해서는 연기자와 스텝,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다양한 삶을 살아보는 연극으로 한 뼘씩 성장하는 자신을 만나다
 자신의 의지로 연극동아리를 선택한 그녀들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양한 성격에 대한 경험, 사람들과 함께 완성해가는 무대는 나를 벗어나 여러 사고를 하게 만들었다는 현지(고2)는 ‘연극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연출가가 되고 싶다는 나현(고1)이는 무난하고 감정의 변화도 없는 자신에게 오직 연극만이 가슴을 뛰게 하는 ‘설렘’이란다. 하지만 연극연습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것도 사실이다. 극 속의 맑음이처럼 성적이나 공부 때문에 부모님과 자주 다투기도 한다는 그녀들이다. 그러나 고교시절의 힘든 일상에서 하면 할수록 변화와 재미를 느끼게 하는 활력소임을 부인할 수 없단다. 연극 한 편을 올리고 난 뒤 찾아오는 보람과 성취감은 무슨 일이든 해낼 것 같은 자신감으로도 연결된다. 이번 연극축제의 막이 내리면 아마도 한 뼘씩은 더 성장한 수원여고 ‘수레’팀원 13명을 만나게 될 것이다.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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