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라지연
편식하지 않는 음악,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음악을 위해
수원시립예술단 홍보팀 라지연
가을날의 오케스트라 선율에 음악의 감칠맛을 실어~
그의 글은 늘 따사로운 햇살처럼 빛나고, 구름처럼 포근했다. 누굴까, 궁금해졌다. 메일로만 주고받던 우리의 만남이 실제로 이뤄진 건 늦은 가을날 오후, 단풍이 아름다운 수원야외음악당에서였다. 뽀얀 피부에 귀여운 얼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라지연씨는 수원시립예술단 홍보팀 2년차로 공연 보도자료를 담당한다. 한편의 홍보자료를 만들기 위해 관련 동영상도 보고, 자료를 뒤지고, 영화부터 책까지 좋은 카피나 글귀들을 스크랩해둔다. “많은 분들이 좋은 음악과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설프지만 좀 더 적절한 표현을 담아보려고 애쓰는 거죠.” 수원시립교향악단의 2010년 정기공연인 베토벤 시리즈는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니아가 형성되고 있다. 클래식 음악가가 젊어지면서 팬도 함께 젊어지는 것 같다고. 문화를 알리기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도 펼친다. 하지만, 아직은 관객에 목마르다.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접근성, 적극적인 홍보와 관심 부족, 제대로 된 공연은 ‘서울에서’라는 관객의 묘한 심리... “수원에도 복합문화공간인 공연장이 갖춰진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공연장을 찾는 일이 일상처럼 편안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공연도 그 중의 일부가 되는 거지요.” 타 지역의 아트센터와 문화벨트 등을 언급하며 공연과 관객과의 간격 좁히기에 나름의 철학을 펼치는 라지연씨가 퍽이나 야무져 보인다.
내가 가장 즐기고 좋아하는 게 대중음악, 다양한 음악의 맛 보여주고파
라지연씨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그것도 고2때 불쑥 음악을 한 이후 불과 2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투자해 음대에 합격했다. 분명 남다른 재능이 숨어있었지 싶다. 전공대로라면 곡 작업을 해야 할 것만 같지만, 제일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그의 말에 적잖이 동의가 된다. 작곡을 취미로 즐기며, 공연예술 서포터로서 공연문화의 대중화에 힘쓰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온라인마케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음악의 맛을 보여줄 필요는 있어요. 무조건 유행하는 음악만이 전부인 양, 폐쇄적이 되어버리는 요즘의 문화를 보면 많이 안타깝거든요.” 누군가의 말처럼 ‘대중음악=유행음악’이 아니라 장르에 구분 없이 내가 가장 즐기고 좋아하는 것이 곧 대중음악이 아닐까. 많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얘기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 등 클래식을 쉽게 이해시켜주려는 시도가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단다. 예전에 학생들 대상으로 영어뮤지컬을 계획했던 경험을 살려 눈높이 클래식을 선보이고 싶다는 둥 오래지 않은 그만의 미래를 들려줬다.
무르익어가는 가을처럼, 라지연씨의 얘기는 그렇게 갈수록 더욱 농익고 있었다. 그의 열정 때문에라도 이 계절, 진한 문화나들이를 계획해야 할 모양이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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