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개통, 서울까지 2시간 10분 달라지는 울산

의료부분 빨대효과 심각할 듯…의사회, 각 병원 무대책이 대책

지역내일 2010-10-27

다음달 1일 KTX 울산역 개통을 앞두고 시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버스를 타면 서울까지 4시간 이상이 소요돼 교통의 오지로 불렸던 울산. 그러나 KTX가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가면 서울까지 2시간 10분, 부산까지 16분으로 1일 생활권이 확고히 굳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빨대효과(straw effect)''로 인한 경제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울산발전연구원(원장 서근태)의 ''KTX 개통에 따른 효과 및 극대화 전략'' 결과에 따르면 울산지역은 의료와 유통을 비롯해 쇼핑 관광 음식 숙박 소매 서비스 등 생활전반에 걸친 분야에서 수도권을 물론 부산이나 대구권으로 흡입되는 ''빨대효과(straw effect)가 가속화 될 것을 예상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살펴봐도 결과는 동일하다. 부발연에 따르면 울산의 경우 부산에서의 활동이 2.4배 증가할 것으로 밝혔는데 그 중 의료부분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울발연의 선행사례 분석을 보더라도 KTX 1단계 개통 이후인 2006년 대구 인구의 서울지역 병원을 이용률은 2003년 대비 44.6%나 치솟았으며, 당시 KTX가 뚫리지 않았던 울산도 지역인구의 서울지역 병원 이용률이 30% 증가한 바 있다.


울산의 의료비지출은 어디로
의료부분에서는 울발연과 부발연 모두 울산에 10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이 없는 것이 서울 및 대도시로 흡입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내다봤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종합전문요양기관 의료 이용률 분포자료’에 따르면 울산시민이 외지 3차 의료기관에 지출한 입원 진료비 377억7000만원 중 서울 소재 대형 종합병원이 46.7%인 176억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KTX 개통 이후에는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수술을 요하는 환자들이 치료를 목적으로 서울이나 대도시의 큰 병원을 향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치과나 성형수술, 피부과 치료 등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유행에 민감한 의료분야의 유출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시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정희(39, 신정동) 씨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병에 걸렸다면 서울로 갈 생각이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동일한 병에 서울과 울산의 약이 달라다. 그런데 서울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훨씬 좋았다"고 말한다. 
최숙자(45, 달천동)씨도 "아무래도 서울이나 부산이 울산보다 최신기술과 기계로 시술하고 치료하지 않겠나. 피부과나 성형외과만 봐도 장비와 시술법이 서울보다 5년은 늦다고 얘기한다. 그런데도 비용은 비싸다"고 밝힌다.
사실 KTX를 통해 서울과 가까워졌다지만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치료가 1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용과 시간의 손실도 엄청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발길이 서울로 향하는 것은 서울과 대도시 지역의 의료 질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울산 의료계 나 몰라라
그러나 울산지역 의료계 관계자들은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울산대 병원 관계자는 “KTX가 개통되면 울산 뿐 아니라 역 인근 지역의 주민들이 서울로 많이 몰릴 것이다. 서울의 병원 중 선호도가 높은 병원은 서울대병원 등 몇 군데 정해져 있다. 서울에서 그 인원을 모두 수용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결국은 병실 등의 부족으로 돌아올 것이라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개통 초반에 환자외부유출 현상이 가속화 됐으나 대부분 다시 대구로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 중소병원은 “일어날 일에 대해 대비책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부울 고속도로가 개통됐을 때도 우리 병원은 큰 차이가 없었다. 혹시 유출이 있다면 1회성 치료가 가능한 치과나 피부과, 성형외과 등이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환자들의 선입견을 탓하기도 했다. 모 피부과 원장은 "과거엔 그렇지 않았을지 몰라도 요샌 서울이나 울산이나 치료기술과 장비가 동일하다. 환자들이 단순히 서울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의사회도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가까운 부산의 경우 지역 환자유출을 대비해 부산시의사회에서 민관이 참여하는 ''부산보건의료협의회''를 출범시키고, 4개 대학병원은 부산지역의료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포스터 1만부를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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