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시선과 손끝이 만들어낸 심혼
교하아트센터에서는 10월 23일까지 〈Group Mass 展〉을 연다.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지닌 구석기의 조각상, 빌렌도로프의 비너스. 그녀로 대변되는 원시적 여신은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다산, 다작의 역할을 하는 존재자였다. 즉 그녀는 인류의 삶에서 가장 근원이 되는 원형이고, 이로부터 비롯된 ‘여성성’이라는 특성에는 생명, 창조 등과 관계된 것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그 여신을 닮은 이 세상의 모든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여 세상으로 내보내는 고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호흡 없는 것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바꾸는 그 능력은 이 세계와 인간의 근원이자 원천이 되었다. 칼 융은 ‘심혼’이라는 용어로 여성과 남성을 설명하면서, 매우 여성적인 여성의 심혼은 남성적이며, 매우 남성적인 남성의 심혼은 여성적이라 했다. 즉 온순하고 부드러운 여성일수록 어떤 상황에 몰두할 때 그 누구보다 강한 추진력과 힘을 발휘한다는 말이다.
Group Mass는 이렇듯 온화한 에너지를 지닌 여성 조각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거대담론이 아닌 미시적 안목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며 따뜻한 손길로 그것들을 어루만져 준다. 하지만 이처럼 여성성이 더 큰 여성성과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기적 같은 결과에서 우리는 대지모 여신의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대리석(고경숙,서광옥, 윤경희, 이종애, 이미숙, 한상희), 나무(전소희), 테라코타(김청미, 김효숙, 백미현, 이혜경), 철(이화영), FRP(김혜경), 여러 오브제(김은정, 옥현숙, 이정진, 이진희, 최미애) 등 다양한 죽은 것들이 그녀들의 손을 타면서 여린 호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예술의 주류에서 물화된 여성의 삶은 남성의 관음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으로 전락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의 삶이 여성에 의해 물화될 때 이렇듯 계급구조로부터 발생한 욕구는 발휘될 힘을 잃는다. 높은 자의 응시 대상이 아닌 스스로 관찰하고 해부하여 결국 주체이면서 대상이 된 여성의 삶. 그것이 더욱 고귀하고 영롱해진 것은 인류의 삶에서 가장 근원이 되는 원형인 여성성이 올바른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 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출신의 여성 작가들로 구성된 Group MASS의 이번 전시는 여성 예술인들이 추구해야 할 모범적 여성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여성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제시한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중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장소에서 그들의 기운과 음성이 발현되었기에 전시는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매우 여성적인 여성들의 시선과 손끝이 만들어냈기에 더욱 강하고 견고한 심혼이 발휘된 것은 아닐까.
전시문의 031-940-5179 http://blog.naver.com/mamile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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