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교도소라 함은 ‘가르칠 수 있는 곳’, ‘바로 잡는다’, ‘인도한다’는 의미로 예전 형무소에서 교도소로 명칭이 바뀐 지도 꽤 됐다. 이 세상을 살면서 절대 가서는 안 될 장소가 바로 교도소일 것이다.
그런데 매일같이 밝은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이가 있으니 경주교도소 김길상(56) 소장이다. 직업상 매일 출근하는 그이지만 책이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그런 험상궂고 무서운 이미지를 찾을 수 없고 밝고 온화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으로 수용자들을 교도한다면 수용자들에겐 더없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시를 읽어주면서 중재 역할, 첫인사도 시 낭송으로
교도소에서는 예상치 못한 민원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분란이 심한 경우, 김 소장은 직접 집무실로 사람들을 불러 사정을 들어본 후 그는 시 낭송을 한다. 그가 시를 읽는 동안 분노에 가득 찬 사람들은 그의 잔잔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어느덧 감정을 가라앉히게 되고 이성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언성을 높일 일도 차근차근 해결방법을 찾아 나갈 수 있게 한다.
문학치료 강의를 하고 있는 한 수필가에 의하면 김 소장의 이러한 모습은 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심리적 치유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느 누구와의 만남이든 첫인사를 시 낭송으로 시작할 때가 많고, 대화를 하다말고 그 분위기에 맞는 시를 읽어주곤 한다. 그의 일상이 묻어나 있는 시를 듣다보면 그와의 교감이 더더욱 빠르고 마음의 풍요마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시 읽어주는 남자’라고 불리고 있는 것. 알고 보니 그는 시를 쓰는 시인이었다.
죄수자들에게도 꿈을 키우게 해야 한다
김 소장은 비록 죄를 짓고 갇혀 있지만 미래를 포기하고 자신을 학대하는 수용자들을 보면 그렇게 안타까울 수 없다고 한다.
김 소장은 “수용자들이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교도소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면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들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면서 출소 후 자신은 물론이고 이웃에게 도움 주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며 두 번 다시 자신과는 안 만나길 두 손 모은다고 한다. 그래서 수용자들을 위해서 교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학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을 통해 심리 안정을 얻게 하고 공부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그다.
특히 직원들에게 일러주는 말이 “항상 수용자들에게 따뜻하게 해줘라”란다. 옷도 말끔하게 다려서 내주라고 지시한다. 수용자들이 대우받는 느낌을 받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사랑을 표시하라고 전한다.
시를 읽어주고 치료를 통해 감성도 키워주는 그이지만 공과 사를 구분함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교도소장이기도 하다. 그는 “질서는 확실해야합니다”라면서 집행은 분명하게 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렇듯 엄한 소장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다.
꿈을 성취하기 위해 무한한 노력
김 소장은 자기발전을 위해 무한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경북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수많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서 합격했다. 그리고 현재에 머물면서도 만족해하지 않고 다음 미래에 펼쳐질 자신을 바라다보며 또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다.
그동안 대학에서 많은 강의를 해오면서 닦은 실력으로 교도소에서도 정신교육을 시키면서 세상을 분석하며 수용자들에게 교화는 물론 희망을 주는 강의를 하고 있다. 직원이나 주변인들에게도 사업에 대한 컨설팅도 해주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그가 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시를 통해 삶의 애환을 표현하고 또 달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도관이란 겉모습의 딱딱함을 벗어나 부드러운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것도 시 때문이다.
“다양한 범죄자들을 만나보면 정신을 한곳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동원해서 단순화시키는 게 필요했습니다. 범인성을 제거시켜주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시인이기도 한 그는 시를 통해 인생의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심어주고, 시를 읽어서 영감을 얻도록 한다는 것. 곧 시는 자신의 정신세계로 달려가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기에 평소 직원들에게나, 방문자, 행사장 등에서 시를 읽어주면서 분위기를 끌어간다. 그와 마주하는 사람과 정신세계를 교감하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으며 그의 정서를 얘기하고 있다.
시인 김길상 씨는 지난해 문학세계에 신인상으로 수상, 등단했으며 그의 시가 노래로 불러질 예정이다. 교정직을 마감하고 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또한 장애인시설도 경영해보고 싶다고. 무엇인가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더더욱 좋겠다고 말하는 그에게는 아직도 많은 꿈이 남아 있었다.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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