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에서 길을 찾다 - <500일의 썸머>(2009)

괴로워 말자. 여름 지나면 가을 오거늘…

지역내일 2010-10-01
추석도 지나고 10월도 오고 여름이 드.디.어. 갔다! 이놈의 변화무쌍했던 여름, 
비 장난 아니게 퍼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쌩끗거렸다. 아니, 그래도 어느 정도 지조는 있어줘야지
30분 만에 안면몰수가 뭐냐고요.
게다가 추석 명절, 가는 길마저도 강공으로 전국 초토화시켰다.
그랬으면 하루쯤은 미안한 듯 꾸부정해야지 이건 뭐 화사하기 이를 데 없다.
여름이 이리도 우유부단의 달인이었던가. 그래서 이런 영화도 나왔나 보다.
<500일의 썸머>. 물론 이 썸머가 그 썸머는 아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톰(조셉 고든)은 어느 날 사장의 새로운 비서로 나타난 썸머(조이 데이셔넬)를
보고 대책 없이 빠져든다. 하지만 쿨하기 그지없는 데다 사람 헷갈리게 하는데 일가견 있는 썸머는
톰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저 친구 사이로 지내기는 하지만 이미 마음이 말랑해진
톰에게 그게 가당키나 한가. 그렇게 달달하게 혹은 아프게 지나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500일의 썸머>에서 펼쳐진다. 어찌 보면 젊을 때 몇 번은 거치고 넘겼을 이야기로 지나칠 수 있는 내용.
그런데 참 유쾌하다. 앗, 누군가의 이야기(실제 감독의 이야기가 상당히 반영됐다지요)를 유쾌하다고만
표현하니 좀 미안해지려 하네. 하지만 지루한 사랑이야기를 이리도 현실적으로 다룰 수 있음이 참신하다.
순수에의 강요가 없어서 좋고 질질 짜기만 하는 애절함이 없어서 좋다. 더욱이 그 주도권을 여성이 쥐고 있으니 통쾌하기까지.
어디 사랑뿐이랴. 사는 것과 너무 동떨어지면 현실 잊는 환상은 탐하되 가까이 하기는 머뭇거려진다.
한 번쯤 명절음식 차릴 수는 있지만 매끼 차리라면 아우, 그거 싫잖아요. 그래서 <500일의 썸머>는 상큼하다.
설렜던, 행복했던, 아팠던, 무너졌던 순간을 꾸미지 않고 그저 보여주기에.
그리고 여름 지나면 가을이 온다는 인생 사 진리(영화를 봐야만 알 수 있다)를 알려주기에.
뮤직비디오로 명성 날린 감독의 감각적인 화면, 음악 영화라 해도 부족함 없을 만큼 적절한 OST,
지루하지 않게 시간 넘나드는 전개가 만족스러웠기에, 모두에게 보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오프닝 크레딧이 있기에,
대충 500일 지난 2010년 10월, 썸머는 잊히지 않는다. 아무리 ''Jenny Beckman, You BITCH''라 하더라도.
아무리 가을이 온다 해도. 그래도 썸머야. 내년에는 좀 얌전히 오렴.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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