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양(중2)은 요즘 중간고사를 앞두고 ‘시험불안’ 때문에 고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늘 전교 1등을 했고 중학교 입학해서도 1학기 중간고사에서 1등을 했다. 그런데 기말고사에서 뜻하지 않게 시험을 망쳤다. 그 충격 탓인지 몇 달 전부터 불안증세가 찾아왔다. ‘내가 앞으로 잘 할 수 있을지, 이번 시험도 다 망쳐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소소한 걱정에서부터 앞으로 이렇게 해서 고등학교, 대학교는 어떻게 가나,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그냥 죽어버리면 그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시험을 앞두고 있는 김양은 최근 구토 증세와 두통 등으로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수능을 앞둔 수험생은 물론이고 중, 고생들 사이에서 ‘시험불안’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벼운 불안의 경우는 마인드컨트롤 등 자기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하지만 장기간 지속적인 ‘시험불안’이 반복되는 경우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것을 권한다.
‘시험불안’ 가중되면 기억력, 집중력 떨어진다
발달학습클리닉 마인드피아 소은희 원장은 “요즘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부담과 지나친 부모의 기대가 상충하면서 ‘시험불안’으로 인한 상담 문의가 많다”며 “방치할 경우 아이들이 시험에서 매번 낭패를 보게 되고 그로 인한 좌절감과 우울감에 사로잡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으로 부모님들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험불안이란 일종의 불안장애로써 수능, 중간, 기말고사 등 시험을 치를 때 심한 불안 때문에 여러 가지 신체 증상과 정신적 불안이 동반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경우 공부했던 기억이 나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데다, 통합적 사고나 분석, 추리력 등 인지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시험이 다가올 경우 점점 더 불안이 심해지고 때로는 그 불안이 원인이 되어 신체적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설사나 소화장애 등 과민성대장염 증세를 비롯해 주로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한다. 여학생들의 경우 시험 때 생리주기도 아닌데 느닷없이 생리가 찾아오고 생리통이 심해서 결국 시험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낭패를 본 이수아(가명, 20세)양은 의대지망생이었다. 전 과목 내신 1등급에 모의고사 성적 역시 1등급 선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부모들은 수능에서도 좋은 결과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양은 수능을 앞두고 심한 ‘시험불안’이 찾아왔다. 가뜩이나 수능 당일 생리가 시작됐고, 심한 생리통으로 결국 수능을 포기해야 했다. 이양은 그 후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재수를 하고 있다.
“실제로 상담하다 보면 1등급이었던 친구가 3, 4등급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고, 특히 이양처럼 수능 때 시험을 망쳐서 재수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소 원장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이가 시험 때 마다 시험을 망치는 데도 부모는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고 결과만 가지고 아이만 나무라는 게 문제”라며 “우선 학생 스스로 시험과 관련되어 불안이 감지되면 무엇보다 시험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힘든 스트레스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시험불안’엔 최면행동치료도 효과적
소 원장은 “시험 스트레스를 지겹고, 불편한 것으로 느끼고, 빨리 벗어나려고만 하면 오히려 강박적인 생각으로 더욱더 힘들어 질 수 있다”며 “스트레스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처 방법임”을 강조한다. 또한 집에서 호흡훈련이나 점진적 근육이완법 등을 통해 불안을 조절해 볼 것을 권한다.
호흡훈련은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반듯하게 서서 자연호흡으로 숨을 들이쉰 후, 수초 간 숨을 참고 그 후 입술 사이에 작은 틈새로 숨을 조금씩 내쉰 후 잠시 멈추고 이것을 반복해서 스스로를 이완시키는 호흡법이다.
점진적 근육이완법은 반복적 훈련을 통해 근육의 긴장상태를 이완상태로 전환시키는 운동으로 신체적 이완을 통해 심리적 긴장을 이완시키는 방법이다. 만약 자신의 특정부위의 근육이 긴장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면 그 부분의 근육을 이완시키면서 마음으론 긴장이 사라지는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리근육전체 → 팔 근육전체 → 복부 →가슴 → 어깨 → 목 → 얼굴 → 머리 순으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여 온몸을 이완시킨다. 이 때 처음에는 10초간 긴장시키고, 10초간 이완시키다가 점점 시간을 늘려나가면 된다.
이런 자가요법으로도 불안증세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일단 전문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수이다. ‘시험불안’ 치료로는 약물치료, 긴장이완법, 최면치료, 뉴로피드백치료 등이 있다.
마인드피아 소은희 원장은 ‘시험불안’ 치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시험과 관련된 불안을 해소시키는 최면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며 “실제 임상을 통해 경험한 바 최면행동치료의 경우 5회 내에서 길어도 대개 10회 이내에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움말 마인드피아 소은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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