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상태인 남북 관계에 변화 조짐이 일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남북 교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자체의 남북 교류는 아직까지 휴전선 접경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교류를 추진해왔던 다른 지자체도 여건만 형성된다면 언제든지 뛰어들 기세라 지자체의 남북 교류는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인천시 2개월 만에 반출 승인
가장 눈에 띄게 남북교류에 나선 곳은 접경지역 지자체다.
인천시는 추석 전인 16일과 17일 대북 지원사 업에 나섰다. 인천시는 16일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통해 중국을 거쳐 함경북도 온성군 어린이에게 1억 원 상당의 빵과 콩우유가루 등 지원 물품을 보냈다. 17일에는 평양산원 영유아와 산모 지원을 위해 역시 1억 원 상당의 약품과 우유를 배를 통해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 사업은 통일부로부터 각각 3일과 10일 반출 승인을 받았다.
인천시는 송영길 시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7월 초 영유아 취약 계층 등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인 대북 지원 사업을 통일부에 제안했지만 그동안 승인을 받지 못했다.
지난 2일 업무에 복귀한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최근 “부산∼속초∼북한∼블라디보스토크∼베를린∼암스테르담을 연결하는 ‘희망레일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희망레일 프로젝트’는 남북화해가 전제다. 이 지사는 다음달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함께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경기도도 대북 지원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는 북한 수해 지원을 위해 밀가루 300톤을 추석 전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통해 육로로 개성에 반출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도 관계자는 “이번 지원 물량은 개성시 인구 약 3만 명이 한 달 정도 긴급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며 “아직 정부가 반출을 승인하지 않았으나 적십자사를 통해 북한 수해 지원에 나서기로 한 점을 감안할 때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는 수해 물자를 육로를 통해 전달하고 아동기관에 우선 분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17일 4억여 원을 들여 말라리아 방제사업을 위한 의료물자를 북한에 지원한 바 있다.
◆접경지역 지자체 지역경제 타격
이들 접경지역 지자체가 남북교류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지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천안함 사태가 일어난 지역으로 당장 서해5도 등 인근 지역경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역시 이미지 실추를 피할 수 없다.
강원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금강산 육로관광의 관문인 고성군은 매월 25억 원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기도 역시 남북 긴장 고조로 북부지역 경제가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장 취임 직후부터 지원을 꾸준히 제기한 끝에 결실을 맺었다”며 “인천발전을 위해서라도 남북화해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체육문화 분야 등 민감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서도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시는 유소년 축구단 교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광역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남북협력기금은 대략 500여 억 원. 정부 차원의 남북관계가 빠르게 변화할 경우 쌀 문제 등을 이유로 접경지역 외 지자체들도 남북교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대부분 지자체는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정해놓은 선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인도적인 문제는 인도적으로 풀어야 한다”면서도 5·24조치의 한계선은 명확히 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지자체 사업 역시 인도적인 차원에서 승인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남북화해를 중시하는 민주당 단체장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예전처럼 한계선만을 강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마찰도 예상된다. 여당 소속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조차 최근 “남북관계가 미묘해도 상생할 수 있는 사업은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광역단체장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윤여운·곽태영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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