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일천이 3.1운동의 주역이었다는 사실, 우리가 알려요!!
지난 8월 22일 파주 임진각 분수대 앞, 귀에 익은 ‘아! 대한민국’이 흘러나오고 이어 이색적인 패션 쇼 무대가 펼쳐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패션쇼의 주인공은 바로 파주지역 문산여고와 파주여고, 광탄고, 봉일천고 등 4개교 20여 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 ‘민족얼 지킴이’(단장 강세나, 파주여고 2학년). 이들은 7월 23일 나라사랑 패션쇼를 계획, 우리 얼이 담긴 태극기 훈민정음 엽전 강강수월래 등을 모티브로 직접 디자인하고 염색한 옷들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8.15 광복절을 맞아 열릴 예정이었던 패션쇼가 한상렬 목사의 방북문제로 연기되어 생각보다 관중이 적었지만, 그들의 열정은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보다 더 뜨겁고 아름다웠다.
아우내장터 못지않은 파주 3.1운동, 자부심 느껴
민족얼 지킴이는 파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봉사프로그램으로 지난 해 11월 지역의 3·1운동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파주지역 고등학생 20여 명이 모여 결성한 동아리. 이들의 지도를 맡고 있는 문산여고 김흥수 교사를 비롯한 각 학교의 교사들이 평소 봉사에 열심인 학생들 중 역사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추천, 선발과정을 거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기 전에는 1919년 3.1운동 당시 파주 봉일천에서 5000여 명 규모의 큰 만세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들 학생들은 주민들조차 파주지역이 독립운동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거의 없어 놀랐다고. 파주에서는 심상각, 김웅권 선생 등 19명이 1919년 광탄면에서 항일 결사대를 조직한 뒤 봉일천리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파주군사(郡史)는 그해 3월 27일 조리읍 봉일천리 공릉장(恭陵場)에 만세를 부르기 위해 모인 주민들이 5000여명에 이르렀다고 기록했으며 이는 경기 북부지역 최대 규모다.
지역의 독립운동 역사에 대해 알게 된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파주의 3.1운동관련 봉사활동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올해 1월 정태진, 심상각 선생 등 애국지사들의 후손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모았으며 3.1운동 발상비와 기념비, 천안 독립기념관, 파고다공원, 보신각 등 역사현장을 답사했다.
항일 결사대가 만세를 부르며 넘던 길 행진. 의미 되새겨
민족얼 지킴이의 일보는 지난 3.1절 91년 전 파주 항일결사대가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며 넘던 길을 행진하며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가진 일. 하루 종일 내리는 빗속에 이들 동아리 학생 20여 명 외에 이들과 뜻을 같이한 80여 명의 학생들은 광탄면 사무소 앞에서 3.1운동 기념식을 가진 뒤 3·1운동 기념비가 있는 조리읍 봉일천리까지 6.5㎞를 걸었다.
자신들이 걷는 길이 “일제에 맞서 항일결사대가 목숨 걸고 만세를 부르며 넘던 길”이라는 파주시자원봉사센터 김영선 소장의 설명에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졌다는 민족얼 지킴이. 빗속에서 짧지 않은 길을 행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단장 강세나 양은 특히 삼릉 언덕길을 넘을 때는 다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당시 항일 결사대가 일제에 항거하며 만세를 부르던 그 현장에 서 있다 생각하니 그때의 함성이 들리는 듯 가슴 뭉클한 감동도 느꼈다”고 말한다.
역사학도를 꿈꾸는 민족얼 지킴이, 지역의 민족 얼 적극적으로 홍보할 터
파주시자원봉사센터 김영선 소장은 “자원봉사센터가 이들 학생들의 자원봉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활동은 학생들 자발적으로 자체적인 회의와 토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전한다.
동아리의 멘토 역할은 파주지역 대학생으로 구성된 ‘청소년지도자’들이 맡아 이들과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지도를 담당한다. 민족얼 지킴이의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한창호 군 역시 중고등학교시절부터 자원봉사활동을 해오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후배들의 봉사활동 지도를 맡고 있는 청소년지도자. 청소년지도자가 이들 중고등학생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지도하는 형식은 벌써 10년 째 이어지고 있는데 김영선 소장은 “파주지역의 특별하고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자랑한다. 애향심 가득한 대학생들과 지역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봉사활동은 세대 간 通하는 것이 많아선지 통통 튀는 봉사활동이 자발적이고 발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난 8월 임진각에서 열린 ‘나라사랑 패션쇼’나 5월 교하출판단지에셔 열린 ‘태극기 그리기’ 깜짝이벤트도 이들이 자체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한 봉사활동. 교하출판단지에서 열렸던 깜짝이벤트 ‘태극기 그리기’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여 고사리 손으로 태극기를 그리는 꼬마부터 “처음 태극기를 그려 본다”는 어른까지 삼삼오오 태극기를 그리는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됐다.
강세나 양은 “생각보다 태극기를 제대로 그릴 줄 아는 경우가 적어 놀랐지만 이 행사를 계기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정도로 기회가 없어 그렇지 우리 태극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특히 디자인부터 제작, 모델까지 학생들이 맡아 진행한 우리 옷 패션쇼는 티셔츠에 불탄 숭례문, 애국가, 한반도 등을 그려 넣는 등 우리 얼을 다시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해 주목을 끌었다.
민족얼 지킴이 학생 들 외에 모델 모집에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대거(?) 신청하는 등 지역 청소년들의 관심도 뜨거웠다고.
파주지역 청소년RCY단장이기도 한 강세나 양을 비롯한 심소진(문산여고 1), 김수연(문산여고 1), 박세진(광탄고 1). 박규림(문산여고 2), 유혜미(문산여고 2), 이화수(문산여고 1), 전한나(문산여고 1), 정소람(파주여고2), 최혜지(광탄고 1), 하태경(문산여고 2), 허예영(문산여고 2), 황세미(봉일천고 2)양 등 민족얼 지킴이 단원들 대부분은 역사학도 지망생. “독립운동 하면 유관순 열사 때문인지 아우내 장터 3.1운동을 떠올리는데, 대학에 진학해서도 쭈욱~우리 지역에서 그보다 더 큰 규모의 독립만세운동이 열렸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는 이들, 참 기특하고 예쁜 여학생들이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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