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과정으로 태어난 4천300매의 사루왕인
읽는 동안 두 번 눈물을 흘렸다. 정확히 하루 4시간, 정독하는데 사흘이 걸렸다. 하루의 일과를 보내며 소소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정좌하고 색색의 필기구를 준비해 등장인물과 성격, 대륙백제가 지배하고 있는 성(城)과 지명을 꼼꼼하게 줄 쳐가며 읽어야 한다. 한 줄이라도 놓치면 안 된다. 그만큼 보석 같은 소설이다.
1권은 생각보다 더디 읽힌다. 머릿속에 백제의 황실과 왕인의 가계도를 그려가며 읽어야 한다. 2권과 3권은 속도감 있게 읽힌다. 1권에서 몸 안으로 체득되어 흡수된 백제의 모든 것들이 스스로 백제임인을 느끼게 하고 백제의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기 때문이다.
작가 송은일은 “무엇보다도 왕인이 마음이 따뜻하고 원대한 꿈을 가진, 대륙 백제를 움직이는 남자로 표현하고 싶었다. 단지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운 왕인이 일본에 문물을 전한 대학자로서가 아닌, 무절과 학자, 지략가, 영원한 사랑을 지향하는 순애 등을 가진 백제의 중심축으로 그려낸 이유이다.”고 말한다.
1년여 넘는 시간동안 왕인과의 사랑
백제시대 학자로 일본에 문물을 전해주었다고 알려진 ‘왕인’은 소설 속에서 무사로 다시 태어난다. 소설 ‘왕인’은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 백제를 배경으로 왕인의 활약상을 격정적으로 그린다. 역사 속 왕인은 일본에 논어, 천자문 등 한문학을 전파한 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소설 속에서는 대륙백제를 움직이는 중심으로 무사이자 지략가, 일본과 중국을 오가는 외교인의 캐릭터로 읽혀진다.
게다가 어렸을 때 만난 사람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끝까지 지키며 안고 가는 아름다운 남성으로도 그려진다. 백제의 제일신녀인 설요와의 만남은 평생을 함께할 서글픈 운명을 갖게 하지만 한 번의 마음이 영원을 함께한다는 신념을 가진 왕인은 마음이 간절하고 따뜻해 백성들을 넉넉하게 읽힐 수 있는 책들을 써내게 만들었다.
4천300매 긴 원고 속에서 사루왕인은 주변의 끊임없는 대립과 모략의 한가운데에서 중심축으로 서 있다. 국외로는 바람의 영혼으로 떠돌면서 국내에서는 왕권을 둘러싼 치졸한 당권 싸움에도 휘말린다. 하지만 왕인은 늘 그렇듯, 자신이 체득한 학문을 바탕으로, 무술을 배우지 않았으면서도 타고난 지혜와 혜안으로 말미암아 대륙백제를 구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평생의 벗이자 수하인 ‘서비구’와 ‘해리’ 그리고 늘 등 뒤에서 도움을 주며 안아주는 누이인 ‘여누하’는 왕인의 현재를 있게 한 조력자이자 보물이다. 왕인을 너무 사랑해서 증오로 점철된 ‘아사나공주’는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불편하면서도 애잔한 마음을 갖게 한다.
백제의 땅에 있으리 - ‘목지형검’과 ‘칠지도’
작가는 이 한 편의 장편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찾아 부여로 공주로 일본으로 여행을 다녔다. 준비기간이 끝난 후 1년여를 자신의 책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매일 노트북 자판과 씨름하며 사루왕인을 사랑했다. 백제를 살리게 하고 영원하게 할 ‘목지형검’을 자신만이 아는 곳에 꼭꼭 숨겨둔 채 일본으로 사루왕검의 딸을 기꺼이 보냈다.
문헌에도 나와 있는 일본의 신화인 ‘잉어를 타고 칠지화를 든 채 바다를 건너온 여신’, ‘어하라’는 백제의 사루왕인이 가장 사랑하는 딸이었고 후에 일본의 왕이 되는 ‘인덕’과 결혼해 왕비가 되어 백제의 문물을 널리 알리는 주역으로 거듭난다.
세권의 책을 덮으며 생각에 빠진다.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가 무엇일까. 작가적 상상력이 이리도 거대한 왕인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구나. 그동안 학자로만 생각해오던 막연한 왕인박사의 행적이 안개가 걷어져 거대한 미명으로 다가온다.
작가 송은일은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꿈꾸는 실낙원’으로 등단해, 여성동아 장편에 ‘아스피린 두 알’로 수상을 했으며 이후 ‘불꽃섬’, ‘소울 메이트’, ‘도둑의 누이’, ‘반야1, 2’, ‘남녀실종지사’ 등 왕성한 활동을 이 지역에서 해내고 있다.
문의 : 010-2906-3616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읽는 동안 두 번 눈물을 흘렸다. 정확히 하루 4시간, 정독하는데 사흘이 걸렸다. 하루의 일과를 보내며 소소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정좌하고 색색의 필기구를 준비해 등장인물과 성격, 대륙백제가 지배하고 있는 성(城)과 지명을 꼼꼼하게 줄 쳐가며 읽어야 한다. 한 줄이라도 놓치면 안 된다. 그만큼 보석 같은 소설이다.
1권은 생각보다 더디 읽힌다. 머릿속에 백제의 황실과 왕인의 가계도를 그려가며 읽어야 한다. 2권과 3권은 속도감 있게 읽힌다. 1권에서 몸 안으로 체득되어 흡수된 백제의 모든 것들이 스스로 백제임인을 느끼게 하고 백제의 역사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기 때문이다.
작가 송은일은 “무엇보다도 왕인이 마음이 따뜻하고 원대한 꿈을 가진, 대륙 백제를 움직이는 남자로 표현하고 싶었다. 단지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운 왕인이 일본에 문물을 전한 대학자로서가 아닌, 무절과 학자, 지략가, 영원한 사랑을 지향하는 순애 등을 가진 백제의 중심축으로 그려낸 이유이다.”고 말한다.
1년여 넘는 시간동안 왕인과의 사랑
백제시대 학자로 일본에 문물을 전해주었다고 알려진 ‘왕인’은 소설 속에서 무사로 다시 태어난다. 소설 ‘왕인’은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 백제를 배경으로 왕인의 활약상을 격정적으로 그린다. 역사 속 왕인은 일본에 논어, 천자문 등 한문학을 전파한 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소설 속에서는 대륙백제를 움직이는 중심으로 무사이자 지략가, 일본과 중국을 오가는 외교인의 캐릭터로 읽혀진다.
게다가 어렸을 때 만난 사람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끝까지 지키며 안고 가는 아름다운 남성으로도 그려진다. 백제의 제일신녀인 설요와의 만남은 평생을 함께할 서글픈 운명을 갖게 하지만 한 번의 마음이 영원을 함께한다는 신념을 가진 왕인은 마음이 간절하고 따뜻해 백성들을 넉넉하게 읽힐 수 있는 책들을 써내게 만들었다.
4천300매 긴 원고 속에서 사루왕인은 주변의 끊임없는 대립과 모략의 한가운데에서 중심축으로 서 있다. 국외로는 바람의 영혼으로 떠돌면서 국내에서는 왕권을 둘러싼 치졸한 당권 싸움에도 휘말린다. 하지만 왕인은 늘 그렇듯, 자신이 체득한 학문을 바탕으로, 무술을 배우지 않았으면서도 타고난 지혜와 혜안으로 말미암아 대륙백제를 구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평생의 벗이자 수하인 ‘서비구’와 ‘해리’ 그리고 늘 등 뒤에서 도움을 주며 안아주는 누이인 ‘여누하’는 왕인의 현재를 있게 한 조력자이자 보물이다. 왕인을 너무 사랑해서 증오로 점철된 ‘아사나공주’는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불편하면서도 애잔한 마음을 갖게 한다.
백제의 땅에 있으리 - ‘목지형검’과 ‘칠지도’
작가는 이 한 편의 장편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찾아 부여로 공주로 일본으로 여행을 다녔다. 준비기간이 끝난 후 1년여를 자신의 책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매일 노트북 자판과 씨름하며 사루왕인을 사랑했다. 백제를 살리게 하고 영원하게 할 ‘목지형검’을 자신만이 아는 곳에 꼭꼭 숨겨둔 채 일본으로 사루왕검의 딸을 기꺼이 보냈다.
문헌에도 나와 있는 일본의 신화인 ‘잉어를 타고 칠지화를 든 채 바다를 건너온 여신’, ‘어하라’는 백제의 사루왕인이 가장 사랑하는 딸이었고 후에 일본의 왕이 되는 ‘인덕’과 결혼해 왕비가 되어 백제의 문물을 널리 알리는 주역으로 거듭난다.
세권의 책을 덮으며 생각에 빠진다.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가 무엇일까. 작가적 상상력이 이리도 거대한 왕인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구나. 그동안 학자로만 생각해오던 막연한 왕인박사의 행적이 안개가 걷어져 거대한 미명으로 다가온다.
작가 송은일은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꿈꾸는 실낙원’으로 등단해, 여성동아 장편에 ‘아스피린 두 알’로 수상을 했으며 이후 ‘불꽃섬’, ‘소울 메이트’, ‘도둑의 누이’, ‘반야1, 2’, ‘남녀실종지사’ 등 왕성한 활동을 이 지역에서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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