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기획 - 대전YWCA 여성인력개발센터 ‘학교방과후 전문인력사업단’
경력단절 여성 위한 맞춤일자리 ‘도서관 관리사’
“아이들 독서지도 보람있는 일이죠”
송옥섭(43)씨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결혼해 3명의 아이를 둔 전업 주부였다. 직장생활 경험도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일자리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 송씨가 어렵게 얻은 첫 직장은 이름도 생소한 ‘도서관 관리사’.
그는 아침 8시 30분 학교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도서 대출·반납 업무도 보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도 추천하는 일을 한다. 독후감 쓰는 일도 돕는다. 방과후에는 주로 취약계층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한다. 그는 “처음 얻은 직장인데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 너무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정귀숙(38)씨 역시 송씨와 같은 일을 한다. 무역회사에 다니던 그는 두 자녀의 양육 문제로 일을 그만 뒀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다시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부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도서관 학부모 사서로 봉사활동을 해 온 터라 ‘도서관 관리사’라는 직업이 낯설지 않았다. 얘기를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그는 “4시쯤이면 퇴근을 하니 집에 돌아가 아이들을 돌보거나 가사 일을 할 수 있어 주부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직장”이라며 “초등학생인 아이들도 좋아하고, 남편도 학교에서 일하는 아내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대전YWCA 여성인력개발센터(관장 유덕순)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학교방과후 전문인력지원사업단’에서 새 일자리를 얻었다. 실제 사업단이 출범한 지 3년 만에 66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었다. 대전 지역 64개 학교 도서관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있다. 관리 인력 2명도 채용했다.
◆ 경력단절여성 66명 새 일자리 얻어 = 센터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재정 형편 때문에 사서를 구하기 어려워 도서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던 학교 교장선생님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높은 대전의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센터의 요구와 딱 맞아떨어졌다. 실제 대전 거주 여성의 37.3%가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은 46%(전국평균 48%) 수준. 나머지 미취업 여성들 중 86.6%는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 조사. 2010년 3월) 하지만 상당수가 결혼과 육아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후 새로운 직장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것이 센터가 ‘학교방과후 전문인력지원사업단’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됐다.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사회서비스의 확대 요구도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이유다. 다문화가정 자녀 등 소외계층 자녀들의 학습지도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유덕순 관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면서 이들을 위한 사회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이들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터에 도서관 관리와 독서 지도라는 의미 있는 일자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 ‘도서관 관리사’ 신종 직업 만들어 = ‘도서관 관리사’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신종 직업’이다. 학교마다 도서관이 있지만 활용도가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대전에서 전문 사서를 채용하고 있는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다. 300여개 학교 중 고작 20여개 학교 뿐이다. 계약직 관리교사를 둔 학교도 채 50개교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학교들은 인건비 마련이 어려워 필요성을 알면서도 채용을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독서의 중요성이나 도서관 활성화는 미룰 수 없는 일이지만 학교 현실은 이를 위한 전문 교사를 채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현실에서 도서관 관리사는 취업단절 여성들과 학교, 학생 등 모두가 만족할 만한 획기적인 발상이다.
이 사업을 전담하는 센터 강은경 간사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중도탈락자가 전혀 없는 매우 만족도 높은 직업”이라며 “매달 정기모임을 통해 보수교육을 진행하는 등 학교와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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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여성 위한 맞춤일자리 ‘도서관 관리사’
“아이들 독서지도 보람있는 일이죠”
송옥섭(43)씨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결혼해 3명의 아이를 둔 전업 주부였다. 직장생활 경험도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일자리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 송씨가 어렵게 얻은 첫 직장은 이름도 생소한 ‘도서관 관리사’.
그는 아침 8시 30분 학교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도서 대출·반납 업무도 보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도 추천하는 일을 한다. 독후감 쓰는 일도 돕는다. 방과후에는 주로 취약계층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한다. 그는 “처음 얻은 직장인데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 너무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정귀숙(38)씨 역시 송씨와 같은 일을 한다. 무역회사에 다니던 그는 두 자녀의 양육 문제로 일을 그만 뒀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다시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부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도서관 학부모 사서로 봉사활동을 해 온 터라 ‘도서관 관리사’라는 직업이 낯설지 않았다. 얘기를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그는 “4시쯤이면 퇴근을 하니 집에 돌아가 아이들을 돌보거나 가사 일을 할 수 있어 주부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직장”이라며 “초등학생인 아이들도 좋아하고, 남편도 학교에서 일하는 아내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대전YWCA 여성인력개발센터(관장 유덕순)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학교방과후 전문인력지원사업단’에서 새 일자리를 얻었다. 실제 사업단이 출범한 지 3년 만에 66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었다. 대전 지역 64개 학교 도서관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있다. 관리 인력 2명도 채용했다.
◆ 경력단절여성 66명 새 일자리 얻어 = 센터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재정 형편 때문에 사서를 구하기 어려워 도서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던 학교 교장선생님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높은 대전의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센터의 요구와 딱 맞아떨어졌다. 실제 대전 거주 여성의 37.3%가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은 46%(전국평균 48%) 수준. 나머지 미취업 여성들 중 86.6%는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 조사. 2010년 3월) 하지만 상당수가 결혼과 육아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후 새로운 직장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것이 센터가 ‘학교방과후 전문인력지원사업단’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됐다.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사회서비스의 확대 요구도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이유다. 다문화가정 자녀 등 소외계층 자녀들의 학습지도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유덕순 관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면서 이들을 위한 사회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이들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터에 도서관 관리와 독서 지도라는 의미 있는 일자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 ‘도서관 관리사’ 신종 직업 만들어 = ‘도서관 관리사’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신종 직업’이다. 학교마다 도서관이 있지만 활용도가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대전에서 전문 사서를 채용하고 있는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다. 300여개 학교 중 고작 20여개 학교 뿐이다. 계약직 관리교사를 둔 학교도 채 50개교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학교들은 인건비 마련이 어려워 필요성을 알면서도 채용을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독서의 중요성이나 도서관 활성화는 미룰 수 없는 일이지만 학교 현실은 이를 위한 전문 교사를 채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현실에서 도서관 관리사는 취업단절 여성들과 학교, 학생 등 모두가 만족할 만한 획기적인 발상이다.
이 사업을 전담하는 센터 강은경 간사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중도탈락자가 전혀 없는 매우 만족도 높은 직업”이라며 “매달 정기모임을 통해 보수교육을 진행하는 등 학교와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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