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관심과 무관심

지역내일 2010-09-09

남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인가?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하는 점에 누군가가 관심을 보이면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만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고 감추고 싶은 점에 관심이 집중되면 난처하기 짝이 없다.
대표적으로 알코올 의존인 사람이 술을 끊기 시작할 때 음주 여부에 대한 보호자의 지나친 관심은 퍽 고통스럽다. 혹시 몰래 술을 마시지 않았을까 하여 “당신, 술 마신 것 아냐?”라고 근거 없이 의심한다든가, 입에 코를 갖다 대고 킁킁거리며 술 냄새를 맡는 행동은 상대방을 극도로 화나게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상대방이 가장 화가 나는 일인 음주 소동을 다시 벌이는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기도 하다.
단주를 위한 가족집단치료 모임에 참석을 권유해도 갖가지 핑계를 대고 참석하지 않는 가족의 경우, 모임의 치료적 의미를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더 기저에는 그 사람에 대하여 진정으로 진실한 관심이 결여한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술 문제를 고치려고 입원도 시키고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도 관심이 없다고요?” 하며 자신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를 강변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지 술 문제와 그 후유증에 대한 관심일 뿐,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인간적 관심은 별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술만 마시지 않으면 이내 관심이 꺼져 때로는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다시 음주 문제가 터지면, 생사가 걸린 난리가 난 듯이 소동이 벌어진다. 필요한 것은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심이 많다면서 실수나 실패와 미숙 등 부정적인 측면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수가 많다. 단주만으로도 일상이 벅차고 술 없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 더 잘 달리게 하겠다는 듯이 단주를 시작하자마자 맹목적으로 박차를 가하는 수가 있다. 이런 것을 관심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승부에서 이기는 시기가 아니다. 어떻게든 살아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기다. 첫돌이 지나고 이제야 제대로 살 것 같다고 조금 마음을 놓을 때까지의 관심이 필요하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여 단주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여 보자.
마땅히 관심을 보여야 할 사항에는 무관심하고, 굳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될 일에 지나치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보호자들이 많다. 보호자의 도움이 효과적이려면 바로 이를 구분하는 것부터 갖추어야 한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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