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짜증(2)

받아줘야 할까 치료해야할까 야단쳐야 할까

지역내일 2010-09-08

 


은한의원 김은기 원장
한의사
<한의사 엄마의 공부체질 이야기>저자
문의 (02)535-1588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학습량에 시달린다고 한다. 여기에 사춘기까지 더해 짜증을 많이 내게 되는데 주로 대상이 엄마일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무슨 죄인처럼 절절 매다가도 이게 잘하는 행동인지 야단을 쳐야 하는 건데 버릇을 잘못 들이는 건 아닌지 걱정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짜증은 우선 받아주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짜증을 받아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고 자신의 답답한 처지를 알아준다는 생각에 많은 위로를 받는다. 특히 표현을 잘 하지 않아서 짜증을 낼만한데도 내지 않았던 아이가 짜증을 낸다면 뒤돌아서서 참 다행이라고 감사해야 한다. 짜증을 받아준다는 것은 짜증을 내도록 허용한다는 것이지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이 아니다. 공부하기 싫다고 짜증을 내면 공부하지 않도록 한다거나 컴퓨터가 느려 게임이 안 된다고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좋은 컴퓨터를 사주라는 것이 아니다.  예의 바르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을 내지 못하도록 억압하지 말아야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치료해야 할 짜증은 신체증상을 동반하는 짜증이다.
학습에 가장 나쁜 영향을 주는 짜증은 수면장애 때문에 생기는 짜증이다. 밤잠을 잘 자지 못하니 피로하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시간 내에 계획한 분량을 하지 못하다보니 자연 짜증이 난다. 수면장애가 원인이면 엄마가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진료실에 와보면 ‘우리 애는 매일 잠만 자고, 공부하나 가보면 졸고 있고, 화가 치밀어 올라 미칠 것 같다’고 호소하는 엄마들이 많다. 밤에 수면장애가 있다 보니 누워있는 시간이 늘고, 졸음으로 공부하기 어렵다. 엄마가 보기에는 밤에도 많이 자고 낮에도 조는 녀석이 잠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야단만 치기 때문에 수면장애란 말은 하지 않고 짜증을 내게 되는 것이다.
낮에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한 시간에 해치울 분량도 2-3배는 족히 걸리고 낮에 속도를 내지 못하다보니 자는 시간이 늦어 피로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답답해서 한마디라도 하면 엄청나게 짜증을 내고 엄마 때문에 피곤하다며 들어가 자버리기도 한다. 이때의 치료는 물론 잠을 실컷 재우는 것이다. 심지어 하루에 16시간을 내리 자기도 한다. 잘 만큼 자고나면 더 자라고 해도 도저히 침대에 누워있지 못하는 것이 아이들이니 언제 치료가 다 되었는지는 잠이 줄면서 짜증이 함께 줄어 금새 알 수 있다. 저학년에 가장 권하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렇게 잠을 잘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아이들은 극소수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실컷 잔다는 것은 하루 이틀이지 좋아질 때까지 며칠씩 자게 할 수는 없다. 이때는 비위의 기를 잘 소통 시켜며 머리를 맑게 하는 한약을 복용하기도 하고 체질에 따라 잠을 잘 자도록 도와주며 머리를 맑게 하는 한약을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짜증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으로 증상이 좋아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때 짜증이 줄었다고 수면시간을 줄여서는 안 된다.
별다른 증상 없이 짜증이 심한 경우도 있다. 선천적으로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인데 학습으로 인하여 갇힌 상태가 되면 화가 오르게 되고 원인 없는 짜증을 내기도 한다. 공부를 중단하고 놀도록 하면야 짜증도 내리겠지만 가능하지 않을 때는 한약으로 화를 내려 짜증을 줄이고 학습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이때는 수면시간을 좀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비염의 경우에도 짜증을 내기 쉬운데 이때는 비염치료를 위주로 한다. 비염으로 인하여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된다. 비염은 피로하면 더 심해지는데 그렇다고 수험생을 편히 둘 수도 없는 일이어서 치료효과도 일반 비염인 경우보다 좋지 못하다. 비염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머리를 맑게 하는 약으로 바꿔 학습에 주력하도록 하고 있다. 


야단쳐야 할 짜증도 있다.
자제력을 잃으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것이다. 특별한 정신과적 질병이 없는 경우라면 야단쳐야 한다. 의외로 많은 청소년들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란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일방적으로 받아주는 엄마와의 관계에서는 조심성이 없어지고 도를 넘어 모욕을 주는 수준에 이르러서도 죄의식도 없고 미안한 마음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이 그렇다고 문제 가정에서 성장해 교육 시기를 놓친 것도 아니다. 무엇이 멋진 행동인지에 관한 개념이 잘못되어 부모에게 함부로 하는 것이 또래집단에서 멋지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경우는 가차 없이 야단치고 제재를 가해서 그런 행동이 얼마나 나쁜 행동인지 알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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