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롤러코스터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숨 막히게 내려가면 여유 있는 오르막을 주어 숨 조절을 하게 한다. 그런데 어째 살림살이는 몇 년 째 내내 내리막이다. 이제 아예 가속도 붙어 측정 불가하게 쏜살같으니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겠다.
여름 지나면서 자연의 준엄한 경고까지 가세하자 그제야 덜컥 겁이 났다. 배추 한 포기가 1만원이 넘고 시금치 한 단이 5000원을 호가하던 때는 살림살이가 참으로 막막했다.
이제 추석 지나 어느 정도 물가가 진정될 법도 한데 크게 달라지는 바 없어 보인다. 장이라도 볼라치면 여기저기서 비탄에 찬 감탄사 들려온다. 이런 시대니 주부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시장의 현실을 똑바로 보고 살림의 지혜를 제대로 발휘해야 할 때다!
이경민, 조명옥,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Part1. 리포터가 확인한 시장의 모습은…
■ 김나영 리포터의 대형할인매장 이용 후기
물건 담기 무서워 어디 장 보겠나
리포터는 성인2, 아이2의 4인 가족이다. 가끔씩 대형할인마트에서 장을 보면 10만원 전후의 비용이 소요되곤 했다. 그게 지난해까지의 이야기다. 올해 들어 비용이 슬금슬금 커지더니 이제 별 생각 없이 필요한 물품 이것저것 집다 보면 20만원 넘는 게 우습다.
그런데 급기야 필요한 물품을 고르기 무서워진 때가 왔다. 추석 가까워지며 채소, 과일가격의 위협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지난 2일 대형할인매장을 직접 가보고서야 오이 하나를 들었다 놨다 몇 번을 반복하는 심정에 공감했다.
무엇보다 가장 논란거리인 배추, 무, 상추, 시금치 등부터 확인했다. 배추 한 포기(지난 2일 현재)의 가격은 8000원, 김치 재료로 대신 쓰라던 양배추는 한 통 1만원, 대파가 5980원이었다. 그럼에도 배추는 불쌍해 보이는 세 포기만 남아 있다. 허걱. 그야말로 허걱이었다.
채소 몇 가지 바구니에 넣으니 금세 3만원 훌쩍이다. 오히려 냉동식품 코너에 마련된 인스턴트식품 선택하는 게 비용 면에서는 훨씬 저렴하다. “내내 소시지만 부쳐 먹으란 말인가요?” 어느 주부의 이야기가 귀에서 메아리친다. 하지만 하루 세끼 밥상으로 가족들 건강 챙기는 걸 가장 큰 일로 여기는 주부 체면에 그럴 수야 있나.
지금까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몰아서 장 보던 습관을 바꾸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이름 하여 게릴라식 장보기. 오전에 문자로 할인 내역을 제공받는 중소형할인매장이 있다. 머릿속에서 그곳의 가격과 비교해 빛의 속도로 계산하고 꼭 필요한 지 몇 번이나 따져가며 장을 봤다. 돌아오는 길에 중소형할인매장에 들러 나머지 채소를 구매했다.
시간이 곱절로 든다. 살림살이와 식구들 건강까지 함께 챙기려면 앞으로 몸이 좀 고달프겠다. 더욱이 살인적인 채소 가격으로 공산품 가격마저 슬금거린다고 한다. 이제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지금은 묻고 따지지도 말고 그래야 할 때다.
■ 이경민 리포터의 동네소형마트 이용 후기
친근한 동네 슈퍼, 장터에서 식단 난다
마트에서 싸게 팔거나 덤으로 주는 식재료들을 덥석 사고 보는 경우가 많았던 리포터의 생활. 이처럼 ‘덥석’ 식재료들은 생각만큼 활용치 못하게 된다는 깨달음을 늘 뒤로 한 채 반복을 거듭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버림을 받는 식재료에게 왠지 미안함에 ‘다음엔 안 그럴게’라고 못미더울 약속을 하곤 했는데….
반복의 실수(?)를 거듭한 가운데 ‘이게 아닌데!’라는 깨달음이 확 온 순간부터 실행에 옮겨 당당히 살림꾼 대열에 어엿이 서게 된 리포터. 하지만 필요한 분량만 사는 습관을 들이고 구매 단위가 클 경우엔 다양한 조리법을 사용해 남김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식단 계획을 세워 식탁을 장식하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또한 요즘처럼 하늘보다 더 높은 물가를 피부로 느끼게 되니 일주일 식단을 짜는 걸 저만치 밀쳐 두며 다시 제자리 찾은 느낌.
그러나 그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법. 우선 1차적으로 대형마트 이용을 줄이고 마음 정한 대로 일주일 식단을 정해서 식재료 리스트를 작성해 장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데 돌입,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네 슈퍼와 아파트 장터를 이용하게 됐다.
충동구매도 막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를 또 사는 실수를 하지 않게 되는 이점을 발견한 리포터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필요할 때마다 구입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가계부를 써 내려갔다. 대형마트 1회 이용 시 10만원 가까이 지출했던 때와는 달리 ‘절약이 되네?’라는 답이 나온 것. ‘동네 슈퍼와 아파트 장터가 더 비싸겠지?’하는 선입견을 물리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겼다.
따라서 공산품을 살 경우를 빼곤 대형마트에 갈 일도 줄어들고, 또 음식물 쓰레기양도 훨씬 줄어들게 되니 두부 한 모, 콩나물까지도 식탁을 위협한다는 말들이 더욱 뒤숭숭한 이때, 동네 슈퍼와 아파트 장터 덕분에 리포터 지갑은 여전히 탄탄하다.
■ 조명옥 리포터의 재래시장 이용 후기
천안 중앙시장에서 물가 파악해 보니…
이상 기후 탓인지 추석 이후 가격이 안정되어야 할 과일이나 야채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덩달아 다른 식품가격도 들썩인다. 재래시장을 직접 방문, 세 식구 식단을 위한 장을 보면서 물가동향을 파악해보았다.
오이는 중간크기로 3개에 2000원, 양배추 아주 작은 것 1통에 4000원, 청양고추 작은 소쿠리가 2000원, 살짝 쪄 된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는 어린호박잎 한 묶음에 2000원이다. 대파는 작은 것 한 묶음에 3000원이고 애호박 작은 것 한 개에 1500원이다.
배추는 워낙 비싸 가격을 묻기가 겁이 났다. 작은 속 배추 4개 한 묶음이 8000원이다. 중간크기의 무 한 개에 4000원, 작은 소쿠리로 콩나물이 1000원, 얼갈이 시래기 삶은 것 작은 한 묶음에 2000원이다. 야채들의 가격 특히 배추뿐만 아니라 양배추, 무, 오이가 많이 올랐다. 그나마 콩나물과 시래기 값은 아직 큰 변동이 없는 것 같다.
배는 중간크기가 한 개에 2000원으로 추석에 비해 가격이 약간 내렸다. 하지만 사과는 맛있게 보이는 중간 크기 한 개가 2000원이고 홍옥 작은 것이 한 개당 1000원이다. 태풍으로 피해가 많다고 하더니 역시 예년에 비해 비싸다.
따끈따끈한 즉석 손두부 한모는 1500원으로 명절전후로 변화가 없다. 생선가게에 들러 생선가격을 알아보니 삼치 큰 것 한 마리에 8000원이고 오징어는 중간크기 2마리가 5000원이다. 야채나 과일 등에 비해 고기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편이다. 국산 생 삼겹살이 600그램 한 근에 7500원이다.
전반적으로 채소 값이 많이 올랐고 생선이나 어패류와 과일, 특히 사과의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재래시장의 경우 흥정을 통해 가격을 할인하거나 양을 좀 더 받을 수 있는 것이 마트와 다른 점이다. 물론 가격도 마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Part 2. 위기 극복하는 살림의 지혜 총집합!
위기에도 끄떡없는 당신의 이름은 프로 살림꾼
? 식탁 위 텃밭, 콩나물 키우기 - 김혜원(원성동) 씨는 요즘 우유팩에서 쑥쑥 올라오는 콩나물 덕분에 함박웃음이란다. 밥상에 자주 올라오는 콩나물 값도 만만치 않아 팔을 걷어붙였다고. 콩나물을 키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1리터 우유팩의 밑 부분을 송곳으로 구멍을 내준 후 쥐눈이콩을 넣는다. 이때 검은 비닐봉지나 검은 천으로 덮어주어야 콩나물이 초록으로 변하지 않는다. 우유팩 외에도 도자기로 된 수저통, 야채탈수기, 패트병 등이 사용 가능하다.
? 일회용품, 한 번 더 사용하는 방법 - 김정이(쌍용동) 씨는 일회용품을 다회 사용해 절약을 생활화 하고 있다. 지퍼백에 넣어 판매되는 건어물이나 기타 음식 포장재는 사용 후 잘 씻어서 말리면 재활용이 가능하다. 라면봉투, 과자 봉투 등도 이용 가능하다. 생선 한 마리씩 넣어두면 서로 붙지 않고 깔끔하게 보관하여 식구가 적은 가정에 안성맞춤이다.
? 세제 덕분에 빨래 박사, 절약박사 - 손자, 손녀까지 거뜬히 키워낸 강만순(봉명동) 씨는 필요량 이상의 세제 사용이 오히려 세탁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적정량 세제 사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섬유의 종류와 오염된 정도에 따라 알맞은 세제를 선택하고, 울·실크 등 알칼리 상태에서 손상되기 쉬운 동물성 섬유 의류는 중성세제를, 찌든 때가 많이 묻는 면 소재 의류는 약알칼리성 세제를 사용하면 더 잘 세탁된다.
? 이웃과 채소 공동구매 - 유미영(불당동) 씨는 과일이나 채소를 도매시장에서 박스로 구매해 이웃들과 나눈다. 도매로 구매하면 가격이 저렴하지만 단위가 커 개인이 구매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웃과 나누니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이웃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신당동에 위치한 천안농산물도매시장이 유 씨의 단골 시장. 홈페이지에 가격이 고지되어 확인도 가능하다. 과일의 경우 인터넷 주문도 활용한다.
? 우리 집 화초는 대파 - 이기영(구성동) 씨는 화분에 대파를 심어 사용한다. 오래 전 시어머니를 따라했는데 요즘처럼 대파 가격이 비쌀 때는 흐뭇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파를 사오면 파란 잎 부분을 잘라내고 대파의 뿌리 부분 주위에 흙을 채운다. 그리고 처음에는 뿌리와 화분 안의 흙이 푹 젖을 정도로 물을 듬뿍 준다. 보통 4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한동안 싱싱한 대파를 먹을 수 있다.
? 양배추로 김치? 얼갈이배추도 있는데 - 아무리 채소가격이 하늘 높을 줄 모른다 해도 한국인 입맛에 김치는 없어서 안 될 기본 반찬. 그래서 배추 가격에 유독 더 민감한 지도 모른다. 이럴 때 요긴하게 사용되는 것이 얼갈이 배추. 박정애(불당동) 씨는 통배추 대신 얼갈이배추로 김치를 담갔다. 열무, 얼갈이배추, 부추 등으로 겉절이을 담가 먹으면 아삭한 맛이 의외의 별미다.
? 인터넷 쇼핑 활용 - 직장생활을 하는 신순동 주부는 인터넷쇼핑을 자주 이용한다. 발품을 팔아가며 움직일 필요 없이 필요한 물건을 주문만 하면 이틀 내 집으로 배달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보다 최소 10%에서 많게는 50∼7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가방, 세제 등 생활소품과 라면, 밀가루 등 가공식품류, 특히 무겁고 부피가 큰 쌀이나 침구 등은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다.
? 싸게 사는 것보다 잘 저장하는 게 관건 - 김한옥 주부는 저장의 달인이다.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잎채소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냉동한다. 고기와 생선은 세일 때 3~4종류 사서 용도별로 작게 나누어 냉동 보관한다. 매일 사용하는 마늘이나 생강은 잘게 다져서 각각 비닐 팩에 넣어 칼로 1회분씩 등분하여 냉동하면 꺼내 쓰기 편리하다. 장을 볼 때는 냉장고를 비롯, 집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장보기 목록을 만들어서 간다.
? 주말 저녁 반짝 이벤트 활용 - 홍일환 주부는 주로 주말저녁에 마트를 이용하는 편이다. 주말 저녁 9시 이후 신선식품들을 할인하여 판매하는 반짝 이벤트를 하는데 생선이나 야채, 고기류 등을 30~5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또한 할인 쿠폰과 캐시백 포인트를 챙긴다. 캐시백 포인트가 적립되는 상품이 많아 같은 가격의 물건이라면 캐시백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물건을 고른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여름 지나면서 자연의 준엄한 경고까지 가세하자 그제야 덜컥 겁이 났다. 배추 한 포기가 1만원이 넘고 시금치 한 단이 5000원을 호가하던 때는 살림살이가 참으로 막막했다.
이제 추석 지나 어느 정도 물가가 진정될 법도 한데 크게 달라지는 바 없어 보인다. 장이라도 볼라치면 여기저기서 비탄에 찬 감탄사 들려온다. 이런 시대니 주부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시장의 현실을 똑바로 보고 살림의 지혜를 제대로 발휘해야 할 때다!
이경민, 조명옥,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Part1. 리포터가 확인한 시장의 모습은…
■ 김나영 리포터의 대형할인매장 이용 후기
물건 담기 무서워 어디 장 보겠나
리포터는 성인2, 아이2의 4인 가족이다. 가끔씩 대형할인마트에서 장을 보면 10만원 전후의 비용이 소요되곤 했다. 그게 지난해까지의 이야기다. 올해 들어 비용이 슬금슬금 커지더니 이제 별 생각 없이 필요한 물품 이것저것 집다 보면 20만원 넘는 게 우습다.
그런데 급기야 필요한 물품을 고르기 무서워진 때가 왔다. 추석 가까워지며 채소, 과일가격의 위협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지난 2일 대형할인매장을 직접 가보고서야 오이 하나를 들었다 놨다 몇 번을 반복하는 심정에 공감했다.
무엇보다 가장 논란거리인 배추, 무, 상추, 시금치 등부터 확인했다. 배추 한 포기(지난 2일 현재)의 가격은 8000원, 김치 재료로 대신 쓰라던 양배추는 한 통 1만원, 대파가 5980원이었다. 그럼에도 배추는 불쌍해 보이는 세 포기만 남아 있다. 허걱. 그야말로 허걱이었다.
채소 몇 가지 바구니에 넣으니 금세 3만원 훌쩍이다. 오히려 냉동식품 코너에 마련된 인스턴트식품 선택하는 게 비용 면에서는 훨씬 저렴하다. “내내 소시지만 부쳐 먹으란 말인가요?” 어느 주부의 이야기가 귀에서 메아리친다. 하지만 하루 세끼 밥상으로 가족들 건강 챙기는 걸 가장 큰 일로 여기는 주부 체면에 그럴 수야 있나.
지금까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몰아서 장 보던 습관을 바꾸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이름 하여 게릴라식 장보기. 오전에 문자로 할인 내역을 제공받는 중소형할인매장이 있다. 머릿속에서 그곳의 가격과 비교해 빛의 속도로 계산하고 꼭 필요한 지 몇 번이나 따져가며 장을 봤다. 돌아오는 길에 중소형할인매장에 들러 나머지 채소를 구매했다.
시간이 곱절로 든다. 살림살이와 식구들 건강까지 함께 챙기려면 앞으로 몸이 좀 고달프겠다. 더욱이 살인적인 채소 가격으로 공산품 가격마저 슬금거린다고 한다. 이제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지금은 묻고 따지지도 말고 그래야 할 때다.
■ 이경민 리포터의 동네소형마트 이용 후기
친근한 동네 슈퍼, 장터에서 식단 난다
마트에서 싸게 팔거나 덤으로 주는 식재료들을 덥석 사고 보는 경우가 많았던 리포터의 생활. 이처럼 ‘덥석’ 식재료들은 생각만큼 활용치 못하게 된다는 깨달음을 늘 뒤로 한 채 반복을 거듭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버림을 받는 식재료에게 왠지 미안함에 ‘다음엔 안 그럴게’라고 못미더울 약속을 하곤 했는데….
반복의 실수(?)를 거듭한 가운데 ‘이게 아닌데!’라는 깨달음이 확 온 순간부터 실행에 옮겨 당당히 살림꾼 대열에 어엿이 서게 된 리포터. 하지만 필요한 분량만 사는 습관을 들이고 구매 단위가 클 경우엔 다양한 조리법을 사용해 남김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식단 계획을 세워 식탁을 장식하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또한 요즘처럼 하늘보다 더 높은 물가를 피부로 느끼게 되니 일주일 식단을 짜는 걸 저만치 밀쳐 두며 다시 제자리 찾은 느낌.
그러나 그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법. 우선 1차적으로 대형마트 이용을 줄이고 마음 정한 대로 일주일 식단을 정해서 식재료 리스트를 작성해 장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데 돌입,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네 슈퍼와 아파트 장터를 이용하게 됐다.
충동구매도 막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를 또 사는 실수를 하지 않게 되는 이점을 발견한 리포터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필요할 때마다 구입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가계부를 써 내려갔다. 대형마트 1회 이용 시 10만원 가까이 지출했던 때와는 달리 ‘절약이 되네?’라는 답이 나온 것. ‘동네 슈퍼와 아파트 장터가 더 비싸겠지?’하는 선입견을 물리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겼다.
따라서 공산품을 살 경우를 빼곤 대형마트에 갈 일도 줄어들고, 또 음식물 쓰레기양도 훨씬 줄어들게 되니 두부 한 모, 콩나물까지도 식탁을 위협한다는 말들이 더욱 뒤숭숭한 이때, 동네 슈퍼와 아파트 장터 덕분에 리포터 지갑은 여전히 탄탄하다.
■ 조명옥 리포터의 재래시장 이용 후기
천안 중앙시장에서 물가 파악해 보니…
이상 기후 탓인지 추석 이후 가격이 안정되어야 할 과일이나 야채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덩달아 다른 식품가격도 들썩인다. 재래시장을 직접 방문, 세 식구 식단을 위한 장을 보면서 물가동향을 파악해보았다.
오이는 중간크기로 3개에 2000원, 양배추 아주 작은 것 1통에 4000원, 청양고추 작은 소쿠리가 2000원, 살짝 쪄 된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는 어린호박잎 한 묶음에 2000원이다. 대파는 작은 것 한 묶음에 3000원이고 애호박 작은 것 한 개에 1500원이다.
배추는 워낙 비싸 가격을 묻기가 겁이 났다. 작은 속 배추 4개 한 묶음이 8000원이다. 중간크기의 무 한 개에 4000원, 작은 소쿠리로 콩나물이 1000원, 얼갈이 시래기 삶은 것 작은 한 묶음에 2000원이다. 야채들의 가격 특히 배추뿐만 아니라 양배추, 무, 오이가 많이 올랐다. 그나마 콩나물과 시래기 값은 아직 큰 변동이 없는 것 같다.
배는 중간크기가 한 개에 2000원으로 추석에 비해 가격이 약간 내렸다. 하지만 사과는 맛있게 보이는 중간 크기 한 개가 2000원이고 홍옥 작은 것이 한 개당 1000원이다. 태풍으로 피해가 많다고 하더니 역시 예년에 비해 비싸다.
따끈따끈한 즉석 손두부 한모는 1500원으로 명절전후로 변화가 없다. 생선가게에 들러 생선가격을 알아보니 삼치 큰 것 한 마리에 8000원이고 오징어는 중간크기 2마리가 5000원이다. 야채나 과일 등에 비해 고기는 가격이 오르지 않은 편이다. 국산 생 삼겹살이 600그램 한 근에 7500원이다.
전반적으로 채소 값이 많이 올랐고 생선이나 어패류와 과일, 특히 사과의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재래시장의 경우 흥정을 통해 가격을 할인하거나 양을 좀 더 받을 수 있는 것이 마트와 다른 점이다. 물론 가격도 마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Part 2. 위기 극복하는 살림의 지혜 총집합!
위기에도 끄떡없는 당신의 이름은 프로 살림꾼
? 식탁 위 텃밭, 콩나물 키우기 - 김혜원(원성동) 씨는 요즘 우유팩에서 쑥쑥 올라오는 콩나물 덕분에 함박웃음이란다. 밥상에 자주 올라오는 콩나물 값도 만만치 않아 팔을 걷어붙였다고. 콩나물을 키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1리터 우유팩의 밑 부분을 송곳으로 구멍을 내준 후 쥐눈이콩을 넣는다. 이때 검은 비닐봉지나 검은 천으로 덮어주어야 콩나물이 초록으로 변하지 않는다. 우유팩 외에도 도자기로 된 수저통, 야채탈수기, 패트병 등이 사용 가능하다.
? 일회용품, 한 번 더 사용하는 방법 - 김정이(쌍용동) 씨는 일회용품을 다회 사용해 절약을 생활화 하고 있다. 지퍼백에 넣어 판매되는 건어물이나 기타 음식 포장재는 사용 후 잘 씻어서 말리면 재활용이 가능하다. 라면봉투, 과자 봉투 등도 이용 가능하다. 생선 한 마리씩 넣어두면 서로 붙지 않고 깔끔하게 보관하여 식구가 적은 가정에 안성맞춤이다.
? 세제 덕분에 빨래 박사, 절약박사 - 손자, 손녀까지 거뜬히 키워낸 강만순(봉명동) 씨는 필요량 이상의 세제 사용이 오히려 세탁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적정량 세제 사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섬유의 종류와 오염된 정도에 따라 알맞은 세제를 선택하고, 울·실크 등 알칼리 상태에서 손상되기 쉬운 동물성 섬유 의류는 중성세제를, 찌든 때가 많이 묻는 면 소재 의류는 약알칼리성 세제를 사용하면 더 잘 세탁된다.
? 이웃과 채소 공동구매 - 유미영(불당동) 씨는 과일이나 채소를 도매시장에서 박스로 구매해 이웃들과 나눈다. 도매로 구매하면 가격이 저렴하지만 단위가 커 개인이 구매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웃과 나누니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이웃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신당동에 위치한 천안농산물도매시장이 유 씨의 단골 시장. 홈페이지에 가격이 고지되어 확인도 가능하다. 과일의 경우 인터넷 주문도 활용한다.
? 우리 집 화초는 대파 - 이기영(구성동) 씨는 화분에 대파를 심어 사용한다. 오래 전 시어머니를 따라했는데 요즘처럼 대파 가격이 비쌀 때는 흐뭇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파를 사오면 파란 잎 부분을 잘라내고 대파의 뿌리 부분 주위에 흙을 채운다. 그리고 처음에는 뿌리와 화분 안의 흙이 푹 젖을 정도로 물을 듬뿍 준다. 보통 4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한동안 싱싱한 대파를 먹을 수 있다.
? 양배추로 김치? 얼갈이배추도 있는데 - 아무리 채소가격이 하늘 높을 줄 모른다 해도 한국인 입맛에 김치는 없어서 안 될 기본 반찬. 그래서 배추 가격에 유독 더 민감한 지도 모른다. 이럴 때 요긴하게 사용되는 것이 얼갈이 배추. 박정애(불당동) 씨는 통배추 대신 얼갈이배추로 김치를 담갔다. 열무, 얼갈이배추, 부추 등으로 겉절이을 담가 먹으면 아삭한 맛이 의외의 별미다.
? 인터넷 쇼핑 활용 - 직장생활을 하는 신순동 주부는 인터넷쇼핑을 자주 이용한다. 발품을 팔아가며 움직일 필요 없이 필요한 물건을 주문만 하면 이틀 내 집으로 배달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보다 최소 10%에서 많게는 50∼7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가방, 세제 등 생활소품과 라면, 밀가루 등 가공식품류, 특히 무겁고 부피가 큰 쌀이나 침구 등은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다.
? 싸게 사는 것보다 잘 저장하는 게 관건 - 김한옥 주부는 저장의 달인이다.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잎채소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냉동한다. 고기와 생선은 세일 때 3~4종류 사서 용도별로 작게 나누어 냉동 보관한다. 매일 사용하는 마늘이나 생강은 잘게 다져서 각각 비닐 팩에 넣어 칼로 1회분씩 등분하여 냉동하면 꺼내 쓰기 편리하다. 장을 볼 때는 냉장고를 비롯, 집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장보기 목록을 만들어서 간다.
? 주말 저녁 반짝 이벤트 활용 - 홍일환 주부는 주로 주말저녁에 마트를 이용하는 편이다. 주말 저녁 9시 이후 신선식품들을 할인하여 판매하는 반짝 이벤트를 하는데 생선이나 야채, 고기류 등을 30~5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또한 할인 쿠폰과 캐시백 포인트를 챙긴다. 캐시백 포인트가 적립되는 상품이 많아 같은 가격의 물건이라면 캐시백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물건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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