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이파리를 뽐내던 식물의 잎이 점점 노란색으로 변한다면 “비료가 부족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꺽다리처럼 키만 쑥쑥 자라는 것도 햇빛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이처럼 식물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돌봐주는 일을 하는 사람, 바로 생활원예지도사이다.
꽃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세요
늦더위 햇볕이 짱짱하던 8월 막바지에 호수공원 안에 있는 꽃문화예술관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로비에 꽃향기와 흙내음이 먼저 반겨준다. 그곳에서 사단법인 한국원예문화협회 한소진 회장을 만났다. 원예과를 졸업하고 20여년 세월을 원예와 함께 했다는 한 회장은 “생활원예지도사란 식물통역사”라고 말했다.
“외국에 나가 문화를 알면 마음이 통하고 언어를 알면 소통이 되죠? 꽃들의 언어, 식물의 문화를 알고 소통할 수 있게 돕는 사람이 생활원예지도사예요.”
그러나 정확한 진단 이전에 꽃과 나무에 대한 관심, 사랑을 지니는 것이 먼저라고 한 회장은 말했다. 식물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일반인들에게 잘 전달해줄 수 있으려면 마음이 먼저 열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화분을 선물해준다고 하면 겁을 내면서 싫다고 해요. 자기한테만 오면 화분이 죽는다면서요.” 뜨끔했다.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황천길 보낸 식물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리포터는 자꾸만 잎 끝이 갈라져가는 산세베리아를 떠올렸다. 어쩌면 좋을지 몰라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한 회장에게 물어보니 ‘뿌리가 썩어서’란다. “산세베리아를 꺼내 갈라진 잎 끝을 다 잘라내고 뿌리의 썩은 부분도 잘라주세요. 그리고 2주일을 실온에 두세요. 화분은 세제로 깨끗이 씻어서 균을 없애요. 스트로폼을 깔아 배수가 잘 되도록 하고 흙도 새 걸로 바꿔 주세요.”
이런 비책이 있는 줄도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다니 허무하기까지 했다. “생활원예지도사 과정을 배우면 꽃을 키우는 방법, 살리는 방법을 알게 돼요. 그래서 어머니들이 많이 찾으시죠.”
생활원예지도사 과정은 모두 6개월. 처음의 3개월은 취미반이고 나머지 3개월은 지도사 과정이다. 일주일 1회 두 시간 수업이며 수강료는 월 5만원에 재료비 5만원이 따로 든다. 지도사 과정을 배우고 나면 협회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와 검증시험 등 인증 과정을 거치고, 학교 방과 후, CA강사로 일할 수 있는 생활원예지도사 자격이 주어진다.
전국에 5개 지부가 있고 2010년 8월 현재까지 100여명의 생활원예지도사를 배출했다. 생활원예는 가정 또는 사람이 생활하는 곳에서 식물을 가꾸고 즐기는 일로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꽃을 통해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다. 베란다, 텃밭도 생활원예지도사의 활동 무대다.
아이를 한창 키우는 30대까지는 식물까지 돌볼 여력이 없다. 그러나 40대, 50대가 되어 아이들이 품에서 떠나가면 그제야 식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수강생 가운데는 젊은이들 못지않게 중장년층 여성들이 많다. 아름다운 식물을 바라보니 저절로 생활 속 예술 행위가 되고,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가꾸면서 마음의 허전함도 채울 수 있다.
식물과 함께 살면 마음에 자연을 품게 돼요
사람들은 꽃을 가꾸지만 꽃을 통해 치유효과까지 얻는다. 한 회장 또한 마찬가지다. 생활원예를 배우러 온 수강생의 표정이 점점 밝아질 때, 강사로 파견되어 간 생활원예지도사가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고 기쁨에 차서 말할 때 그의 마음도 함께 환해진다.
길가에 있는 풀 한포기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며 이야기해주고, 모르는 꽃의 이름은 사진을 찍어 와 물어보는 수강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생긴다. 젊을 때 일을 하며 많은 시간 함께 하지 못했지만 딸이 의젓하게 자라난 것도 식물과 함께 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따라 호미 들고 씨앗 따서 묻고 허브 냄새 맡으며 자란 아이의 마음결에는 자연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부모세대는 소꿉놀이가 자연 놀이였죠. 풀 뜯어 김치 만들고 흙으로 밥하고. 요즘 아이들은 플라스틱 장난감 반으로 뚝뚝 자르면서 하죠.”
점토를 만지고 식물과 함께 놀면서 아이들의 정서가 저절로 순해진다는 것이 한 회장의 설명이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어떻게 돌봐주면 좋을까? “알갱이 비료를 화분(10cm기준) 둘레를 따라 조로록 10개쯤 놔주세요. 그러면 늦 가을까지 녹으면서 영양을 줘요. 봄, 가을에 한번 씩 해주면 여름과 겨울을 날 수 있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나서도 수다는 이어졌다. 식물에 관한 ‘생산적인’ 수다였다.
표토층 아래에 있는 흙을 1cm쯤 파보아 건조하면 물을 줄 때가 된 것이다. 아프리칸 바이올렛이나 시클라멘이나 베고니아는 물을 피하기 위해 잎에 털이 있는 것이니 위에서 물을 뿌려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스콜이 있는 아열대에서 태어난 관엽 식물은 잎에 물을 뿌려주면 좋아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 환경에 맞추어 물을 주고 뭐가 필요한지 잘 지켜보면 돼요.” 그래도 어려운 사람은 원예문화협회에 문의하자.
문의 031-903-1245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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