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국립국악고등학교는 우리나라 전통예술을 계승하고 교육하는 국악교육의 산실이다. 전국에서 선발된 450명이 공부하고 있으며 매년 150명의 졸업생을 배출시킨다.
이 학교에는 교장을 비롯해 전문교과 담당 교사들로 구성된 목멱악회(木覓樂會)라는 국악 연주단체가 있다. 목멱악회는 국악고등학교의 전신인 국악사 양성소 시절부터 원로 악사들이 모여 연주했던 해경악회의 전통을 이어받아 1986년에 창설됐다.
이 악회는 회장인 교장과 전공 교사들이 함께 모여 연습하고 매년 정기 연주회를 열고 있다. 교사들은 연주회를 통해 제자들에게 예술가로서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 주려 한다. 학생들 역시 예술가이며 교육자인 스승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국악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 모두 우리나라 전통예술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장본인이다. 목멱악회는 사제지간을 하나로 묶는 끈끈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서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제자 앞에서 공연하는 선생님
국악고등학교에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타악 정가 판소리 민요 국악이론 국악작곡 한국무용 등 13개 전공이 있다. 전문교과의 교사들은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자이면서 동시에 연주가이다. 그들은 국내 국악 전문 연주인이 참여하는 각종 국내 국악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는 쟁쟁한 실력의 연주자다.
교사들은 목멱악회 공연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연주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교사라는 입장에서 자신들이 지도하는 학생 앞에서 연주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해금 연주자인 강덕원 교장은 “선생님들이 매일 수업을 하면서 틈틈이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면서 “하지만 선생님들은 학생에게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큰 가르침이라고 여기고 연습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목멱악회 공연 2부에는 전공별로 독주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때 선생님들은 합주 때보다 더 떨면서 긴장한다. 이승윤 정가 전공교사는 평소에 학생들이 공연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으면 “떨지마. 연습을 하지 않고 잘 하려니까 떨리는 거야.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해라”하고 말하곤 했었다. 막상 자신이 공연할 때 학생에게 떨린다고 말했더니 학생들은 전에 이 교사가 했던 말을 똑같이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더라고 말하며 웃는다. 한편 “연주자는 배우고 익힌 기량을 무대 위에서 발표한다는 것이 또 다른 훈련이며 공부”라며 “이 공연을 통해 연주자로서의 자세와 무대 예절 그리고 예술의 완성도를 높이려 정진하는 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이 교사는 말한다.
국악고 3학년 대금전공 정수지양은 입학하고 목멱악회 공연을 처음 보았을 때는 원래 예고에서는 선생님들도 연주회를 하는구나하고 무심코 지나쳤다. 그런데 다른 예고에는 선생님의 연주회라는 것이 없으며 국악고에서만 있는 연주라는 것을 알았을 때 국악고 선생님들의 열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선생님이 공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음악을 하고 있을까 상상하게 된다”면서 “확실히 전공 수업 시간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정양은 말한다.
무대에 선 스승에게 연주가의 정신을 배워
목멱악회 단원들은 대부분 국악고 출신이다. 가야금을 가르치는 모정미 교사는 국악고 27회 졸업생이다. 모교사는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하늘같던 선생님들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이 무척 경이로웠다”고 생생이 기억한다. 당시 선생님은 학생인 모교사에게 “연주자는 무대를 사랑하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무대에 서는 것은 나 자신과 객석의 청중과의 약속이므로 연주자는 무대에 서기 위해서 절대 아프면 안 되기 때문에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모교사는 졸업 후에 대학생이 되고나서도 목멱악회 연주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참석하곤 했다. 연주회에 가는 동안에 선생님들의 연주가 너무나 궁금하고 또 설레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어제 일처럼 생각나곤 한다.
요즘 모 교사는 부족한 시간을 쪼개며 힘들게 목멱악회 연주를 준비하고 있으면 전에 선생님들이 이 공연을 준비하시느라 얼마나 부담스럽고 어려우셨을까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 중에서 누군가는 자신처럼 선생님의 연주를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최상의 연주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함께 예술가의 길을 걸어
강덕원 교장은 모정미 교사가 고3 때 담임선생님이었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학생을 지도하며 또 해마다 같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악고에서는 이처럼 선생님의 뒤를 이어 학생이 목멱악회 회원이 되어 함께 연주하는 일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교사는 제자를 가르쳐 무대에 세우기도 하고 또 자신도 무대에서 연주를 하다보면 스승과 제자라기보다 예술가라는 길을 함께 가는 ‘도반’이나 ‘동지’ 같다는 생각으로 사제지간에 각별한 정이 더욱 든다고 말한다.
이희수 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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