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다른 과목 성적이 잘 나와도 수학이 잘못 나오면 자신감을 확 잃어버린다. 정말이지 수학은 단기간에 잘 안 오르는데다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고 다른 과목에 비해 절대 시간을 투자해도 성과가 있을까 말까한 과목이다.
문제집에 기출문제에 ‘토’ 나올 정도로 푸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개념도 잘 잡지 못한 상태에서 문제를 풀려니 답답한 학생들도 있다. 많이 했고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이 잘 안 나오면, 공부 방법을 바꿔볼까 학원을 바꿔볼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 전에 수학에 대해 한 번 정리해보고 우리 아이들이 어느 곳에서 막혀 있는지 생각해보자.
첫째, 수학은 매우 엄격한 연역적 추론만 허용하기 때문에, 몇 안 되는 전제가 인정하는 것만 가지고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은 그 속성을 잘 이해해서 그렇게 훈련한다. 수학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허용된 전제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한다 해도 거기에서 결론을 끌어낼 줄을 모른다. 우연히 맞는 사례를 대입하려 하거나 엉뚱한 전제를 지어내기도 한다. 수학을 잘 하려면 수학의 이 속성을 잘 이해하고 그런 사고 훈련을 해나가야 한다. 수능은 교과 과정에서 허용된 개념 범위 내에서 추론 능력에 대한 테스트를 극대화한 것이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이 점을 숙지하고 있다. 이 추론 능력은 다른 학문에도 요구되는 능력이다. 언어적 차원에서 그런 능력을 묻는 테스트가 바로 논술이다. 그런데 왜 다른 과목은 괜찮은데 수학만 못하는 학생이 있는 것일까?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까?
둘째, 그것은 한편으로는 수학이 일상 언어가 아니라 특별한 ‘기호’를 언어로 삼고 있으며 일상과는 단절하여 자신만의 성벽을 쌓아 놓은 매우 추상적인 학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기호나 규칙에 관심 있고 없고에 따라 수학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달라진다. 수학을 잘 하려면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다른 학문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어떤 전제와 도구를 가지고 전개하는지 등에 대해 관심과 흥미가 있어야 한다.
셋째, 한국에서 수학은 보다 특수하다. 개념 이해와 간단한 적용능력을 묻는 서구와는 달리, 주어진 개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여러 개념을 접목하고 계산까지 꼬아서 문제를 낸다. 우리 아이들은 죽어라고 유형 연습을 하고 계산 연습을 한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속도싸움이다. 문제 푸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서 가장 막혀 있는가? 기본적 추론능력? 아니면 수학적 기호나 규칙에 대한 흥미나 이해? 아님 단지 연습이 부족해서? 그 진단과 더불어 아이가 어느 수준인지, 어느 학년 개념부터 안 되고 있는지 어느 정도 걸릴 것인지, 얼마만큼 성취할 수 있는 것인지? 여하튼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이의경 원장
서울대수학교육과 졸업
동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 대학강사
수학과 논술, 수리논술수업,
논술관련 다수 집필
논리학 번역서
현 상상학원 원장
문의 02)501-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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