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책은 나에게 요람이고, 몽둥이였다

지역내일 2010-10-05
작가 최성각을 만들고 흔들어대고 지켜준 책들의 이야기. 책으로 인해 진 빚, 책을 읽었기 때문에 작가로서 외면할 수 없었던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광산촌의 교사였던 20대 중·후반, ‘1980년 사북 사태’가 지은이가 살던 옆 동네에서 벌어졌고, 멀리 남녘에서 학살극이 일어났다.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다만 ‘슬픔’을 마음에 간직하고 책을 읽으며 세월을 버텨나갔다. 당시 대천덕 신부에게 받은 <빈곤에서 벗어나는 길>을 30년에 걸쳐 읽은 이야기, 금서였던 이태준의 소설을 읽고 가슴이 먹먹하던 추억, 대학 시절 함석헌의 ‘노자 강독’을 들으러 갔다가 함석헌 옹에게서 받은 충고, <나를 운디드 니에 묻어주오>를 읽으며 자취방에서 흐느껴 울던 기억, 피터 드러커의 <방관자의 시대>를 통해 카를 폴라니의 ‘인간의 도리’를 알게 된 이야기 등을 읽으면 이 나라의 암울한 현대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또 그 시절에 읽은 다양한 ‘문고 이야기’도 담겨 있다. 저 유명한 삼중당문고, 동화문고가 있었고, 다윈의 <종의 기원>이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같은 고전들을 많이 펴낸 동서문고도 있었다. 지은이는 오히려 지금 시대보다 풍부하던 문고들을 통해 그는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니 이왕 읽을 바에는 ‘위대한 책’을 읽으라는 것이 그의 충고다. 이보 안드리치의 <드리나 강의 다리>, 솔제니친의 <암병동>,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 등이 그것이다. 최성각씨는 지난 15년 남짓 환경운동, 생명운동을 해왔다. 그러면서 형성된 생각들이 여러 책을 통해 반영되었다. 그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고, 이 세상의 변화를 위해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해마다 4만 종이 넘는 책이 서점에 쏟아져 나오고 사라진다. 그저 언론과 매스컴이 가르쳐주는 대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를 쫓아다니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으나 위대한 책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책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희열에 눈뜰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미덕이며 매력이다. 독서삼매에 빠지는 날들이 더욱 아름다운 계절이다.                                  박미경 수필가
쪾지은이 최성각
쪾펴낸곳 동녘
쪾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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