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100명 내외, 한 학년에 한 학급, 시골학교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들의 좋은 점이 알려지면서 도시 부모들이 아이를 전학 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은 학교는 주변 환경이 친환경 적이고 인원이 적으니 개인 지도가 가능하다. 한 학년에 한 학급, 전교생 100명 안팎이라 교장, 교감이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있으며 얼굴을 마주보며 지도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또 학생들 사이 유대관계가 좋다. 학생들 간 학부모 간 다툼이 적으며 학교-학생-학부모가 공동체가 되는 교육을 할 수 있다. 전교생이 무료로 급식을 제공 받으며 방과 후 활동에 대한 지원도 풍부하다. 도시와 농촌이 결합하고 있는 고양 파주 지역에도 내실 있는 작은 학교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서도 소문난 전원 속 작은 학교 두 곳을 찾아가 보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심학산 자락에서 자연과 함께 자라요”
***파주 심학초등학교
한 학년 한 학급의 작은 학교 심학초등학교(교장 권혁근)은 1946년 심학산 자락에 문을 열었다.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심학초교 1학년 교실에는 한복을 입은 교사의 안내를 따라 전통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먹는 음식을 먹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실천적인 프로그램 속에 녹아있는 인성, 문화교육
1학년 이은화 학생의 어머니 아비가일 씨는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다. 그는 “한국 사람이 전통 음식 만드는 걸 보니까 재밌어요. 집에서 알려주기 힘든데 학교에서 배워 오니까 좋아요”라고 말했다. 심학초교는 한 달에 하루 모든 학생이 한복을 입고 다도와 예절을 배운다. 수업은 이춘영 교감이 직접 진행한다. “운동장에 걸어놓은 만국기는 운동회가 끝났다고 떼어버리지 않고 다 끊어질 때까지 놔둡니다. 저것을 보며 다른 나라를 접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 권혁근 교장의 말이다. 학생들은 일 년에 3~4회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학생들과 화상으로 음악, 영어, 수학 수업을 나눈다. 이처럼 심학초의 역점 사업인 ‘실천중심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고운 인성 함양’과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글로벌 문화 이해 교육’은 만국기가 걸려 있는 교정에서 한복을 입고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와 함께 송편을 먹으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속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었다.
적극적인 학부모, 연구하는 교사, 즐겁게 배우는 아이들
심학초교는 도에서 지정한 사이버학습 시범학교다. 사이버 상에서 학습 모둠을 짓고 학부모 4~5명을 튜터로 선발해 운영한다. 학습 모둠원은 서로 인터넷 쪽지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등 사이버 학습 고리 맺기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덕분인지 최근 1~2년 사이 기초학습 부진 학생이 없었다.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치룬 자체 학업 성취도평가를 분석한 결과표를 보니 상위권 40%와 하위권 40%의 성적 격차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학부모들은 에코그린 실천 교육을 이끌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한 심학산 습지 탐방 연수를 진행한다. 아이들은 부모들과 함께 ‘심학산 지킴이’가 되어 수요일마다 심학산을 찾아 둘레 길을 청소하고 생태를 관찰하고 학습한다. 학교에서는 학교 둘레 환경과 연계하여 다양한 생태 체험 활동을 진행한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구성원이 만족하는 학교
“운동장에서 나가서 마음껏 노는 게 좋고 애들이랑 달리기 시합하는 게 좋아요.” 1학년 노아나현 양은 수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1학년 담임교사 정경아 씨는 서머힐처럼 자유롭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작은 학교가 인성 교육에 좋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학습지도도 개별로 할 수 있고 체험학습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운동회에 3대가 함께 참여 하는 동네 속 작은 학교. 1학년과 6학년이 함께 어울려 노는 정다운 학교. 등교하는 아이들을 교문에서 맞아 주고 휴일에 출근해 풍물을 가르쳐주는 열정적인 선생님이 있는 곳. 자랑거리가 넘치지만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행정 운영’이다. “규모는 작은데 비해 모든 진행 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해요.” 하승옥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시골이라 교통이 불편해 방과 후 수업이 잘 운영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권혁근 교장은 “작은 부작용은 있겠지만 잘 하는 것이 많은 학교”라며 소문을 타고 전학 오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3대가 함께 다녀요. 지역 속의 정이 가는 학교”
***고양 성석초등학교
일산동구 문봉동에 있는 성석초교(교장 이점숙)는 1940년 개교했다. 전체 일곱 개 학급이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들꽃을 가꾸는 야생화 정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다람쥐가 학교 뜰을 돌아다니는 자연친화적인 성석초교를 둘러보았다.
아이들의 생일을 챙기는 교장선생님,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아이들
고양 교육 지원청 오희경 장학사는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들의 장점으로 ‘전원에 있어 삭막하지 않고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 교육 복지에서도 도시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말했다. 그는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는 고양시 작은 학교들 중 하나로 성석초교를 꼽았다. 이 학교는 아토피와 천식을 앓는 어린이들이 전학을 많이 가는 곳이다. 교사들이 친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섯 개 학교의 인접해 있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공동학구이기 때문에 학교 홍보와 학생 모집에도 적극적이다. 6학년 금낭화반 김승태 군은 “자연 속에 학교가 있어서 좋고 선생님들이 잘 해주시니까 좋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하나 하나 돌봐주고 아이들도 교사를 친근하게 느낀다. 특히 전교생 이름을 다 알고 있다는 이점숙 교장이 생일을 챙기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아이들이 생일을 맞으면 교장실로 초대해 축하 카드와 직접 기른 화분을 선물한다. 그리고 “너는 꿈이 뭐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진로에 대한 상담을 겸한다. 생일을 맞은 날에 하기 때문에 교장실 생일축하 이벤트는 일 년 내 끊이지 않는다. 문명순 교사는 “학생들이 생일 축하를 해주는 교장선생님을 만나 큰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멘토링으로 정이 있는 교육 공동체
작은 학교라 전교생에게 급식이 무료로 지원되는 것은 물론, 지역 공부방 운영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배운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과 일반 가정 학생들의 ‘다문화 멘토링’이 이루어지는 것도 독특하다. 성석초교는 농촌 지역에 있어 다문화 가정이 많다. 멘토 어머니들은 멘티 어머니들에게 알림장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학교 행사를 안내하며 다문화 가정을 돕는다. 도움 받는 어머니들도 학교에 직접 묻기보다는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어 좋아한다. 학교 생활에 관한 것 말고도 개인적인 도움을 요청 받기도 한다. 어느 다문화 가정의 아이는 자기 어머니와 함께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알아듣지 못해 놓치고 있었던 질병을 멘토링 하는 어머니와 방문해서 알아낼 수 있었다. 한국말과 문화가 서툰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에게 일반 가정 멘토는 편안하고 고마운 존재다. 멘토링 활동을 하는 학부모 심재연 씨는 지난 여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물놀이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랑 함께 가니까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개인적인 사정도 서로 알게 되고 편안하고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어 좋아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동문
성석초교는 지역 속에 뿌리 내린 정감 있는 학교다. 문을 연지 62년 된 학교라 졸업생이 다시 학부모가 된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이 3대가 함께 졸업을 한 가정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학교에 대한 사랑도 대단하다. 졸업한 동문들이 회기별로 장학금을 모아 그 해 졸업생 모두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학부모들의 활동은 후배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치지 않는다. ‘행복한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사회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봉사활동에는 3백만 원의 예산이 지원되는데 학생들과 함께 근처 장애복지 시설인 박애원을 찾아가고 재주를 가진 학생들이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 공부방에 찾아와 아이들의 공부를 지도한다. 학교 안팎의 길을 다니면서 안전 지킴이 활동도 하고 있다. 그만큼 성석초교 학부모들이 학교에 대한 사랑이 높고 신뢰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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