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400㎜ 강우량 … 식량난 최악 위기

지역내일 2001-10-25
●BBC기자의 북한 수해현장 르포



북한은 최근 강원도에 내린 집중호우로 논과 주택이 유실되는 등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며 주민의 월동을 위해선 국제기구의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영국 BBC의 카롤린 글럭 기자가 최근 수해현장인 북한의 강원도를 방문한 후 23일 실상을 전하면서 드러났다. 다음은 글럭 기자가 전하는 북한 수해의 참상이다.
최근 홍수피해를 입은 북한의 강원도를 방문했을 당시 수해지역 주민 수백 명이 논으로 몰려나와 한 포기라도 건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벼는 1주일 가량 물속에 잠겨있어 이미 수확하기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강원도 지역 관리들은 이번 호우와 홍수로 황폐화됐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홍수피해복구위원장인 김송환씨는 '지난 1910년부터 강우량을 측정한 이래 최악의 홍수'라고 말했다.
보통 북한의 10월 평균 강우량은 20㎜ 안팎인데 비해 이번에 강원도에서는 12시간 만에 400㎜라는 기록적인 강우량을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통천의 김동호씨는 '물이 허리 위까지 차올랐으며 마치 집주변이 거대한 강처럼 보였다'면서 이번 홍수로 이 마을 30여 가구와 함께 모든 것이 파괴됐다고 하소연했다.
당국은 다가오는 겨울철을 대비해 새 기둥과 지붕을 쌓는 등 재건 사업에 착수하고 담요와 조리기구 등을 지급하며 비상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앞으로 수 주 안에 기온이 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산시의 경우 수도.급수 시설마저 파괴돼 산에서 트럭으로 물을 길어와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홍수로 인한 전염병 확산을 우려, 항생제를 배포하고 있었다.
유엔 세계식량기구(WFP)는 최근 호우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북한에 이재민 구호를 위해 밀가루 1천850t을 긴급 지원중이며, 이번 홍수로 미가공된 벼 5만t 가량이 유실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엔 북한지부의 브렌단 맥도널드씨는 상황이 이미 어렵다면서 장기적으로 심각한 식량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맥도널드씨는 '강원도는 식량부족 지역으로 대략 1헥타아르 당 북한주민 23명이 1년 간 먹을 수 있는데 이번 홍수로 5만헥타아르가 유실됐다'면서 '10%의 논만이 복구가능할 것으로 보여 국제지원 없이는 식량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7년 동안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에 시달려 피폐해진 상태지만 더 큰 문제는 에너지 부족에 따른 무분별한 땔감 채취로 산사태가 발생, 재앙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강원도 수해 참상을 통해 살펴본 북한의 미래는 암울해 보였으며 주민들은 향후 외부지원에 목을 매야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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