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여름이었다. 오지게 더웠고 무작스럽게 퍼부었다. 그래도 한없지는 않다. 어느 날 갑자기 공기가 달라졌다. 성격도 급하게 무작정 다가선 가을, 하지만 유난히 반갑다. 올해만큼은 여름 이겨낸 스스로가 기특하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에 보약을 챙기려는 사람이 늘어난다. 하긴, 이맘때가 한 차례 보약을 생각하곤 할 때다. 아닌 게 아니라 여름에 시달리고 곧바로 다가온 환절기 쌀쌀한 바람에 맞서려면 내 몸에 든든한 보약 선물을 고민해야 한다.
건강한 몸 오래오래,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예부터 어머니들은 봄, 가을 환절기면 한 차례씩 보약을 지어 식구들의 건강을 챙겼다. 지금이야 영양 높은 음식과 균형 잡힌 식단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과거에는 보약으로 몸의 기운을 보하는 일이 잦았다. 도솔한의원 정유경 원장은 “한의학에서 보(補)한다고 하는 것은 우리 몸의 기능 중 부족한 부분을 치료하는 방법, 즉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도록 몸의 조화를 돕는 방법”이라며 “보약이란 그러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일체의 한약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굳이 왜 가을을 택했을까. 가을은 강한 여름의 기운이 꺾이고 음기를 쌓기 시작하는 계절.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와 지독한 더위를 평정하는 가을을 일컬어 동양에서는 숙살지기(肅殺之氣), 즉 냉랭함이 지나쳐 살기로 느껴진다고까지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가을 기운에 적응하지 못하면 폐가 상한다’고 표현한다. 동시에 가을을 용평(容平)이라 하여 ‘만물을 거두어들이고 형태가 이뤄진다’고 한다. 가을 들어 몸을 살피지 못하면 해롭지만 제대로 몸을 보하면 저장하는 기운이 강해져 그만큼 효과도 더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봄, 가을 은근히 퍼지던 보약 달이는 냄새
그렇다면 보약은 이 시기에 먹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의견이다. 정유경 원장은 “보약을 먹는 시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봄과 가을에 복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한의학에서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받아 성장하는 시기, 가을은 영양 섭취가 잘 이루어져서 체중이 늘고 튼튼해지는 시기로 보기 때문에 봄과 가을에 보약을 먹는 것이 제시되지만 이것은 원칙적인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약선 한의원 최호성 원장도 같은 의견이다. “보약은 시기에 따라 먹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체질에 따라서 필요한 지를 따져야 한다”면서 “체질적으로 허약한 경우 또는 환경의 영향에 따라 몸의 기력이 쇠했을 경우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합리적 방법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쑥은 여자에게 좋다, 대추는 예민한 아이에게 좋다는 식의 정보를 듣고 개인이 약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위험할 수 있다”면서 “차를 끓여 마시는 정도의 약한 섭취는 크게 무리가 없겠지만 약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섭취할 경우에는 반드시 한의원에서 체질을 살핀 후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양제를 먹는데 보약을 꼭 먹어야 하나~
최근에는 건강보조제가 많아지면서 보약을 찾는 손길이 예전보다는 줄었다. 평소 균형 잡힌 식단과 건강보조제를 통해 영양의 불균형이 없이 잘 관리한다면 굳이 보약이 필요하겠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영양제와 보약은 적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한방의 관점. 최호성 원장은 “영양제 등의 건강보조제는 음식 섭취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섭취해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고 보약은 몸의 체질, 환경, 생활습관 등을 분석해 몸의 기운이 넘치거나 부족한 것을 조절하고 전체 몸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또한 영양제는 한 명 한 명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성인 여성, 남성, 노인, 어린이 등 일반적인 범주를 정해 일괄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내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영양제가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점이다. 최 원장은 “영양제는 잘 섭취하면 영양성분의 균형으로 몸을 건강하게 이끌지만 자칫 과도하게 혹은 적합하지 않게 섭취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묻고 따지지도 말고 꼭 녹용을 고집한다면…
아이들에게 보약을 먹이려는 부모들도 많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가 올해도 유행의 조짐을 보이면서 아이의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 원장은 “보통 아이가 생후 6개월쯤 지나게 되면 모체로부터 받은 면역기능이 떨어져서 감기 등의 감염이 잦아지기 시작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약이 필요하게 된다”면서 “생후 6개월에서 1년 6개월 사이가 최초로 보약을 사용할 수 있는 적당한 시기다”라고 말한다.
이때 가장 고민하게 되는 약재는 녹용. 하지만 녹용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녹용이 맞는 체질과 그렇지 못한 체질이 있기 때문이다. “보약이라고 해서 꼭 녹용을 넣는 것보다는 오히려 증상에 따른 허약한 장부의 기능을 개선하는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보약이 된다”며 “아이의 성장 발달 상황, 전체적인 장부와 기혈의 상태를 진단하여 약재와 복용간격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정유경 원장의 조언이다.
입시가 가까워지며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총명탕, 공진단 등을 찾는 손길도 많다. 이것 역시 아이의 체질에 따라 처방하는 것이 현명하다. 약선한의원 최호성 원장은 “아이의 건강을 살피며 학습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총명탕이나 공진단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와 함께 방문해 체질을 살피고 부족한 것과 과한 것을 조절해 조제해야 보다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도움말 : 도솔한의원 정유경 원장. 약선한의원 최호성 원장.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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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에 보약을 챙기려는 사람이 늘어난다. 하긴, 이맘때가 한 차례 보약을 생각하곤 할 때다. 아닌 게 아니라 여름에 시달리고 곧바로 다가온 환절기 쌀쌀한 바람에 맞서려면 내 몸에 든든한 보약 선물을 고민해야 한다.
건강한 몸 오래오래,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예부터 어머니들은 봄, 가을 환절기면 한 차례씩 보약을 지어 식구들의 건강을 챙겼다. 지금이야 영양 높은 음식과 균형 잡힌 식단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과거에는 보약으로 몸의 기운을 보하는 일이 잦았다. 도솔한의원 정유경 원장은 “한의학에서 보(補)한다고 하는 것은 우리 몸의 기능 중 부족한 부분을 치료하는 방법, 즉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도록 몸의 조화를 돕는 방법”이라며 “보약이란 그러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일체의 한약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굳이 왜 가을을 택했을까. 가을은 강한 여름의 기운이 꺾이고 음기를 쌓기 시작하는 계절.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와 지독한 더위를 평정하는 가을을 일컬어 동양에서는 숙살지기(肅殺之氣), 즉 냉랭함이 지나쳐 살기로 느껴진다고까지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가을 기운에 적응하지 못하면 폐가 상한다’고 표현한다. 동시에 가을을 용평(容平)이라 하여 ‘만물을 거두어들이고 형태가 이뤄진다’고 한다. 가을 들어 몸을 살피지 못하면 해롭지만 제대로 몸을 보하면 저장하는 기운이 강해져 그만큼 효과도 더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봄, 가을 은근히 퍼지던 보약 달이는 냄새
그렇다면 보약은 이 시기에 먹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의견이다. 정유경 원장은 “보약을 먹는 시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봄과 가을에 복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한의학에서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받아 성장하는 시기, 가을은 영양 섭취가 잘 이루어져서 체중이 늘고 튼튼해지는 시기로 보기 때문에 봄과 가을에 보약을 먹는 것이 제시되지만 이것은 원칙적인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약선 한의원 최호성 원장도 같은 의견이다. “보약은 시기에 따라 먹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체질에 따라서 필요한 지를 따져야 한다”면서 “체질적으로 허약한 경우 또는 환경의 영향에 따라 몸의 기력이 쇠했을 경우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합리적 방법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쑥은 여자에게 좋다, 대추는 예민한 아이에게 좋다는 식의 정보를 듣고 개인이 약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위험할 수 있다”면서 “차를 끓여 마시는 정도의 약한 섭취는 크게 무리가 없겠지만 약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섭취할 경우에는 반드시 한의원에서 체질을 살핀 후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양제를 먹는데 보약을 꼭 먹어야 하나~
최근에는 건강보조제가 많아지면서 보약을 찾는 손길이 예전보다는 줄었다. 평소 균형 잡힌 식단과 건강보조제를 통해 영양의 불균형이 없이 잘 관리한다면 굳이 보약이 필요하겠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영양제와 보약은 적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한방의 관점. 최호성 원장은 “영양제 등의 건강보조제는 음식 섭취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섭취해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고 보약은 몸의 체질, 환경, 생활습관 등을 분석해 몸의 기운이 넘치거나 부족한 것을 조절하고 전체 몸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또한 영양제는 한 명 한 명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성인 여성, 남성, 노인, 어린이 등 일반적인 범주를 정해 일괄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내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영양제가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점이다. 최 원장은 “영양제는 잘 섭취하면 영양성분의 균형으로 몸을 건강하게 이끌지만 자칫 과도하게 혹은 적합하지 않게 섭취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묻고 따지지도 말고 꼭 녹용을 고집한다면…
아이들에게 보약을 먹이려는 부모들도 많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신종플루가 올해도 유행의 조짐을 보이면서 아이의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 원장은 “보통 아이가 생후 6개월쯤 지나게 되면 모체로부터 받은 면역기능이 떨어져서 감기 등의 감염이 잦아지기 시작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약이 필요하게 된다”면서 “생후 6개월에서 1년 6개월 사이가 최초로 보약을 사용할 수 있는 적당한 시기다”라고 말한다.
이때 가장 고민하게 되는 약재는 녹용. 하지만 녹용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녹용이 맞는 체질과 그렇지 못한 체질이 있기 때문이다. “보약이라고 해서 꼭 녹용을 넣는 것보다는 오히려 증상에 따른 허약한 장부의 기능을 개선하는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보약이 된다”며 “아이의 성장 발달 상황, 전체적인 장부와 기혈의 상태를 진단하여 약재와 복용간격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정유경 원장의 조언이다.
입시가 가까워지며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총명탕, 공진단 등을 찾는 손길도 많다. 이것 역시 아이의 체질에 따라 처방하는 것이 현명하다. 약선한의원 최호성 원장은 “아이의 건강을 살피며 학습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총명탕이나 공진단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와 함께 방문해 체질을 살피고 부족한 것과 과한 것을 조절해 조제해야 보다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도움말 : 도솔한의원 정유경 원장. 약선한의원 최호성 원장.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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