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자(54·사진)씨는 부모님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고 사업을 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생활도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사업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남편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사업을 회생시키는 것은 불가능 했다. 최씨는 남편의 사업실패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런데 이때 남편이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주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남편의 수술비는 마련했지만 먹고 살 일이 막막했다.
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야 했다.
이때 부동사중개업을 하던 친지가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있다며 치킨집 창업을 권했다. 이것저것 살필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 친지의 도움을 받아 치킨집을 열었다.
이때가 최씨가 50줄에 들어선 2006년 11월 이었다. 한 번도 생활전선에 뛰어는 경험이 없는 그였지만 가족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장사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창업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아무도 치킨을 먹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버텨야 했다. 가게 주변에 관공서가 들어선다는 정보가 있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장사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가게 운영비가 없어 일수를 찍어야 했다. 300만원을 빌렸다. 돈을 빌린 직후부터 100일 동안 하루 4만원씩 꼬박꼬박 갚아야 했다. 급해서 쓰기는 했지만 원금과 이자에 대한 부담이 엄청났다. 하루 4만원 벌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4년여를 버텼다. 하지만 2009년 말이 되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장사는 안되고 단돈 100만원을 융통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동안 도와줬던 친지나 지인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살기가 힘들어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이 때 미소금융이라는 것이 생긴다는 정보를 뉴스에서 봤다.
수원에 삼성미소금융지점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갔다.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준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뻤다.
그야말로 백척간두에서 만난 한 줄기 빛이었다.
1000만원을 대출 받아 급한 불을 껐다. 아직도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 지 불확실 하기는 하지만 숨을 돌릴 여유를 준 것만으로도 미소금융이 고마웠다.
최씨는 미소금융 혜택을 받고 나서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돈을 벌어 우리가족들 행복하게 해줘야겠다는 것이 전부 였지만 이제는 주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최씨는 “미소금융을 받고 나서 세상은 아직도 따듯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용인 =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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